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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의 대중문화 보충수업 마지막회

북한 다큐멘터리 ‘동물의 번식’으로 본 北 주민의 性의식

“너무 비싸게 굴지 말고 어서 벌거벗으라”

  • 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북한 다큐멘터리 ‘동물의 번식’으로 본 北 주민의 性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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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다큐멘터리 ‘동물의 번식’으로 본  北 주민의 性의식

‘동물의 번식’은 동물들의 성기와 삽입 장면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까닭에 비디오 등급 분류에서도 다섯 차례나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다.

몸집은 비록 작아도 그것(성기)만은 수말의 것보다 훨씬 큰 당나귀는 보란 듯이 (성기를) 빼들었습니다. 몸집은 작아도 그것만은 크니 어떤가 보라는 듯합니다. 암컷의 그것이 무어길래(무엇이기에) 저렇게 (수컷이) 아득바득하는지, 그러다가 당나귀의 자랑스러운 재산인 그것(성기)을 꺾지 않겠는지 걱정스럽습니다.

“암범은 일단 시작하면 매일 열 번 스무 번…”

이 북한 다큐멘터리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품을 수 있는 동물의 성(性)에 대한 일차원적인 상상을 고스란히 확대 재생산합니다. 낙타처럼 유순하고 겁 많은 동물은 당연히 성기도 작고 성교도 힘이 없을 것이며, 호랑이처럼 용맹한 동물은 당연히 성생활과 성 능력도 활기찰 것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호랑이’ 편을 볼까요.

역시 범은 쌍붙기 기상도 맹호다운 데가 있습니다. 아마 범처럼 쌍붙기가 강렬하고 열정적인 짐승은 보기 드물 것입니다. 요란한 고함소리, 입으로 물면서 힘 있는 포옹. 그야말로 범은 범입니다. 예로부터 수범의 잡은 것(성기)에는 사나운 가시가 있어 암범은 한번 혼이 나면 두 번 다시 쌍붙기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허황한 소리입니다. 수범의 잡은 것은 작지만, 뽀족뽀족한 가시로 콕콕 찌르면서 긁어주는 그 순간의 짜릿한 자극은 그야말로 독특한 것이어서 암범은 일단 시작하면 매일 열 번 스무 번 성적 극치를 맛보고야 맙니다.

또한 돼지가 구박받는 건 남과 북이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돼지를 조롱과 멸시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돼지가 삽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순간을 선입관에 가득 찬 해설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왼쪽으로 틀면서 나오는 것은 돼지의 특이한 쟁기(‘성기’의 비유)입니다. 참 별난 형태도 다 있습니다. 언제 봐도 미련하고 우둔한 돼지는 허둥대며 헛물만 켜면서 쓸데없이 낭비만 하고 있습니다. 역시 돼지이다 보니 헛수고가 많습니다. 그대로 놔두면 언제가야 성사되겠는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능률적인 쌍붙기를 할 수 있습니다. 역시 돼지는 돼지입니다. 과녁이 완전히 헷갈린 줄도 모르고 허우적거립니다.

‘벙어리도 제 속내가 따로 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북한 속담의 묘미가 살아 숨쉽니다. 어떤 속담은 우리가 쓰는 속담과 똑같거나 흡사하고, 어떤 속담은 금시초문이지만 능히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으며, 또 어떤 속담은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속뜻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속담이 하나같이 절묘한 순간에 등장해 내레이션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색에 미치면 삿갓도 젖은 줄 모른다’고, 당나귀 집안 망신 이 수탕나귀가 시키는 것 같습니다.(‘당나귀’ 편)

‘두부 장사, 당나귀의 쌍붙는 놀음을 보면서 두부를 주물러 비지를 만들었다’는 말도 우연한 것 같지 않습니다.(‘당나귀’ 편)

암컷은 더는 참을 수 없이 근질거려서 보채지만 수놈은 그 꼴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하늘만 쳐다보며 웃습니다. ‘얌전한 강아지 부뚜막에 먼저 올라앉는다’더니 글쎄 암컷이 수컷을 올라타면서 어째 보려고 합니다. 참 망측하다고 해야 할지 색에 미쳤다고 해야 할지…. 아무리 급해도 이렇게야 어떻게 통(通)하겠습니까(통하다=성교하다).(‘물소’ 편)

‘키 크고 싱겁지 않은 놈 없다’고, 키다리 신사 기린은 아무리 보아야 그 거동과 생김새가 싱거운 놈입니다. 하지만 ‘벙어리도 제 속내가 따로 있다’고, 소리 없는 기린은 긴 목을 비비면서 서로의 정을 주고받습니다. 수놈들은 하루 종일 산보만 하다가도 각도만 맞으면 엉덩이를 약간 추면서 선 자세 그대로 단번에 득점(삽입)합니다. 아무리 소리 없는 짐승이지만, 이런 순간만은 흐느끼는 소리를 냅니다.(‘기린’ 편)

그 가시가 말썽입니다. 약이 오른 수컷은 모진 아픔도 참으며 짜릿한 그 순간을 위해 악을 쓰며 기승을 부립니다. ‘모달구판에 주먹질’이라더니, 저렇게 예리한 가시 숲에 무턱대고 찌르기만 하다가는 수컷의 그것이 무사하겠는지 의문됩니다.(‘가시도치’ 편)

‘소문난 잔치 먹을 거 없다’고 고양이 쌍붙는 놀음은 정말 싱겁기 짝이 없습니다.(‘고양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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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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