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을 앞두고 취업 면담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IIT 뭄바이 캠퍼스의 학생들.
인도의 학제는 1∼5학년까지가 초등과정에 해당하며, 6∼10학년은 중등과정, 이를 이수하면 이과와 문과 가운데서 자기의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11∼12학년을 마치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인도에 교육열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것은 독립 이후다. 네루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헌법의 기초를 만들고 초대 법무장관으로 나라의 기틀을 세운 암베드카르 박사가 교육의 힘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줬다. 그는 누구도 함께 있기를 싫어하는, 심지어 저수지의 물도 나눠 마시기를 꺼리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카스트제도 밖의 천민)’ 출신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대학을 나오고 미국에 이어 영국으로 건너가 박사학위를 받아와 그런 큰일을 해냈으니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인도에서 교육은 부모가 못다 한 꿈과 한을 자식들에 의해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됐다. 지난날 우리네 부모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렇다고 빈곤층만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중산층도 그에 못지않다. 자녀를 되도록 적게 낳고, 그렇게 해서 생긴 경제적 여력을 소수의 자식에게 집중 투자하고 있다. 투자처는 물론 과학기술 분야. 그들은 그것만이 현재의 위치를 뛰어넘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도 교육방식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다. 실용성을 강조한다고 하면서도 현행 학교 교육이 암기식 위주라고 비난하는 지식인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이런 교육방식으로는 창의성을 기를 수 없고, 문제해결 능력도 키울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점에선 ‘인도도 우리와 크게 다를 게 없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이는 이내 오해였음이 드러났다. 인도에는 토론과 발표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이른바 서구식 교육이 아주 없는 게 아니었다. 앞서 말한 IIT나 전국 여러 곳에 설치돼 있는 인터내셔널 스쿨,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학교 등 실용성을 강조한 학교가 한둘이 아니었다.
대졸 초임 연봉 400만원
IIT 뭄바이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대졸 취업자의 임금 수준을 물어봤다. 그들은 방갈로르에 있는 금속산업체 알테이르 엔지니어링에서 나온 직원들과 취업 면담을 하고 있었는데, 대졸 초임 연봉이 4000달러밖에 안 된다고 해서 놀랐다. 우리 돈으로 400만원이니 한 달에 40만원도 채 안 되는 급료를 받는다는 얘기 아닌가. 그런데도 그들은 매우 자랑스럽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더 큰 회사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방갈로르에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포시스(Infosys)나 위프로(WIPRO) 같은 회사에선 어느 정도 받느냐고 묻자 그곳 또한 4000 내지 5000달러라고 했다(이는 며칠 뒤 위프로 본사를 찾았을 때 확인됐다). 인도에서 급료 수준이 가장 높은 회사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인데 그나마 연봉이 9000달러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역시 외국계 회사의 임금 수준이 제일 높았지만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액수였다.
의문을 풀기 위해 델리 북쪽에 위치한 노이다(Noida) 신흥 전자산업단지를 찾았다. 이곳에는 한국의 LG전자가 진출해 있었는데, 이 회사 김인호 부장은 “인도 종업원의 생산성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으나 대졸 초임은 월 500∼600달러 수준”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 급여는 인도에서는 상위권이라는 것.
인도의 임금 수준은 분명히 낮다. 하지만 인도의 물가는 우리의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더 낮다. 우리의 5분의 1수준으로 보면 된다. 인도를 여행하는 한국의 젊은 배낭족들이 먹고 자고 이동하고(장·단거리 포함), 인도인에게 받는 것보다 10배 내지 20배 비싼 유적지 입장권을 사고서도 한 달에 500달러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인도인들 대부분은 하루 20∼30루피(우리 돈 5000원 정도)로 산다. 루피(인도의 화폐)의 실질 구매력을 고려하면 그들에게 500달러는 우리 돈 25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