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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만 전 대통령 며느리 조혜자 여사의 이화장 이야기

“남편 신발 겨우내 방에 들이라던 내 시어머니 프란체스카”

  • 김승훈 자유기고가 shkim0152@hanmail.net

이승만 전 대통령 며느리 조혜자 여사의 이화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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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장 음식의 맛을 내는 비결은 새우젓에 있다. 찌개에도 고기 대신 새우젓을 넣어 담백하게 끓여낸다. 이 전 대통령이 새우젓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프란체스카 여사도 새우젓을 이용해 음식 맛을 내는 비법을 나름대로 터득했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외국 국빈들을 접대할 때도 새우젓 넣은 찌개를 상에 올렸다고 한다.

이화장 요리 중 비지찌개는 빼놓을 수 없는 건강장수식이다. 이화장의 비지찌개는 반드시 두부를 걸러낸 비지로 만든다. 그래야 비지의 제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애호박전, 당근전, 광어살지짐, 냉이나물, 청포묵무침, 콩나물잡채, 닭찜, 닭다리고추장찜, 무구절판, 북어무침과 다시마튀김도 대표적 건강식이다. 특히 죽순, 밤, 잣, 은행, 표고, 대추를 넣은 닭찜은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또 제철에 나는 과일과 채소, 무시래기 나물, 시래기 된장국, 추어탕, 냉콩국은 계절의 별미를 즐길 수 있는 건강영양식이다. 여름에는 밀기울과 함께 빻은 밀가루로 수제비를 자주 해 먹는다. 간식으로는 약과와 튀각, 약식을 주로 먹는다.

여러 음식 중 이화장의 백미는 손수 만들어 먹는 두부다. 조 여사는 맛난 손두부 만드는 비법을 살짝 공개했다. 우선 두부콩을 물에 충분히 불려 가정용 맷돌에 곱게 간 후 발이 고운 주머니에 넣고 콩물만 받아낸다. 다음으로 콩물을 불 위에 올려놓고 저으면서 끓인다. 끓어 넘치려 하면 찬물을 끼얹기를 두 번 하고, 세 번째 끓어 넘치려 할 때 불을 끄고 한 김 나가면간수를 넣는다. 끝으로 뭉글뭉글 엉긴 두부를 틀에 넣고 모양을 만든다.

40년 입은 예복, 30년 쓴 양산



-이화장은 음식뿐 아니라 차로도 유명하던데요.

“시어머님은 이화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커피보다는 건강에 좋은 국산차를 내놓으셨어요. 여름에는 시원한 오미자차, 겨울에는 따끈한 모과차와 유자차를 즐겨 마셨죠. 율무를 볶아 율무차를 만들거나 결명자를 콩과 함께 볶아서 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했어요. 머리를 많이 쓰시는 시아버님을 위해 밀눈을 살짝 볶아서 밀눈차를 만들어 내놓기도 했대요. 모과차와 유자차는 외국 귀빈들에게 인기가 높았습니다.”

유럽에서 나고 자란 여성이 어떻게 그렇듯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열정 때문이죠. 한국 음식 만드는 방법을 배우려는 열의가 대단하셨어요. 시아버님과 함께 독립운동을 했던 남궁염씨의 부인 조엔 남궁씨로부터 김치 담그는 법, 콩나물 기르는 법, 찌개와 국 끓이는 법 등 한국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셨어요. 얼마나 열의가 뜨거웠는지, 배운 지 얼마 안 돼 방문객들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해 찬사를 받았을 정도였어요.”

-프란체스카 여사 본인이 즐겨 드신 음식은 무엇이었습니까.

“시루떡을 좋아하셨어요. 무나물도 즐겨 드셨고요. 시어머님은 한국요리 전문가였어요. 다 잘 만들었죠. 그중에서도 특히 떡국을 잘 끓이셨어요. 하와이 망명시절 시어머님이 끓이신 떡국이 너무 맛있어서 시아버님께서 단숨에 두 그릇을 비우셨대요.”

-이화장 안주인으로서 시어머님의 요리비법도 전수하셨겠군요.

“시어머님의 손맛을 그대로 재연할 수는 없지만 이화장 요리비법은 다 배웠죠. 제 남편도 시아버님과 입맛이 똑같아요. 비지찌개나 된장찌개를 좋아해요. 비지찌개 하나면 밥 한 그릇 금방 비우시죠.”

프란체스카 여사는 성품이 검소했고 근검절약이 몸에 뱄다. 서민이 주로 입는 인조견이나 목면 소재의 옷을 즐겨 입었고, 계절마다 입을 옷이 한 벌씩밖에 없어 거의 매일 같은 옷을 입었다. 평생 옷은 물론 양말과 스타킹도 기워 신었다. 1958년 최초로 생산된 국산 모직으로 만든 옷을 34년 동안이나 입었으며, 40년간 아껴가며 입은 검정예복은 며느리 조 여사에게 물려줬다. 사랑하는 손자들의 옷도 마찬가지. 체육복은 여러 번이나 깁고 아랫단을 내 형이 입던 것을 동생에게 물려줬을 정도다.

이인수 박사가 양자로 선정된 뒤 하와이에 가면서 선사한 국산 양산은 30년 가까이 썼고, 1946년 대만의 장제스 총통이 한국을 방문해 선사한 냉장고는 35년간 사용했다. 1976년 금성사에서 에어컨을 기증했을 때 프란체스카 여사는 “전력난이 이렇게 심한데 어떻게 에어컨을 쓰겠냐”며 돌려보냈다. 그러자 금성사에서는 작은 선풍기를 다시 보냈는데 그나마 아주 더울 때 한두 번 트는 것이 고작이었다. 또한 22년 동안 미장원에 한 번도 가지 않고 머리를 길러 쪽을 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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