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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활보호대상자, 그들은 지금…

진짜 극빈층은 달동네 전전, 얌체 생보자는 해외여행 훨훨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대한민국 생활보호대상자, 그들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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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활보호대상자, 그들은 지금…

‘가짜’ 생활보호대상자들이 ‘나랏 돈’으로 흥청거리는 동안, 실제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어야할 사람들은 달동네를 전전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수급자 123만명의 금융재산을 조회했다. 그 결과 3500만원 이상의 재산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사람은 3764명(수급자 2989명, 부양의무자 775명)이었다. 1억원 이상 재산이 적발된 사람도 1009명에 이르렀다.

은행에 넣어둔 1억원이 탄로 나자 동사무소를 찾아가 칼부림을 벌인 70대 할아버지도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아내와 단 둘이 보증금 1000만원짜리 월세방에 사는 이 할아버지는 수급 대상자에서 탈락되고 그동안 지원받아온 돈까지 징수당할 위기에 놓이자 “통장에 있던 돈은 내 돈이 아니다. 친척이 잠깐 맡겨둔 것인데 다 돌려주고 지금은 한푼도 없다. 가진 거라곤 월세 보증금뿐인데 그걸 빼가든지 마음대로 하라. 싫으면 앞으로 내가 돈 벌어서 모두 갚겠다”며 애원했다. 그런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동사무소를 여러 차례 찾아가 칼을 휘두르고 “약 먹고 죽겠다”는 등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70세 중반의 나이로 혼자 살던 할머니는 1억원이 넘는 금융재산을 숨겨뒀다 들통이 났다. 할머니는 동사무소 담당자에게 “내가 자식이 없어 어릴 때부터 친자식처럼 키워온 조카가 있다. 그 조카한테 집 한 채 사주려고 모아둔 돈이라 쓸 수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성북구청 생활보호 담당 민지선 계장은 “은행에 몰래 넣어둔 금융재산이 적발된 수급자 백이면 백 전부가 자기 돈이 아니라고 발뺌한다. 각종 복지지원금 문제로 민원인들이 동사무소로 찾아와 협박하고 난동을 부리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런데 나이 많은 노인이나 질환자가 막무가내로 나올 경우 정말 난감하다. 자칫 돌발 상황이나 사고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난감해했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 사회복지 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지체장애 1급으로 거동이 불편한 주모(52)씨가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다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 아내의 가출로 두 딸과 함께 살아온 주씨는 1995년부터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어 숨지기 전까지 생계비와 장애수당을 지원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서 수백만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2004년 한 해 동안 주씨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원받은 금액은 870여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주씨는 별도의 지원을 요구하며 수시로 구청을 찾아가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고 사정이 여의치 않자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충북에선 생계비를 요구하던 정신질환자가 동사무소에 불을 질러 사회복지 담당자가 화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민원인에게 폭행당하는 경우도 많죠. 일선 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사회복지 담당직원 중엔 여성이 많은데 이들은 임신했을 경우 일반여성에 비해 유산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만큼 업무가 과중하고 민원인을 상대하는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입니다.”(성북구청 민지선 계장)

성북구청은 숨긴 재산이 들통나 수급자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인 사람들의 횡포를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수급자 신청서를 받을 때 ‘차명계좌가 나오면 수급권을 박탈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4500만원의 금융자산이 발각돼 수급 중지를 당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최모(52)씨는 “딸이 어렵게 모은 돈이라 차마 손댈 수 없었다”고 했다. 최씨의 남편은 호흡기 이상으로 장애2급 판정을 받았다. 두 딸 중 큰딸은 시력장애 6급으로 고교 졸업 후 취업을 한 적이 없다. 장애가 있는 눈 때문에 바깥출입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통장에 들어 있던 4500만원은 직장을 그만둔 둘째딸이 퇴직금으로 받은 돈이었다. 최씨는 동사무소에서 “딸이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하는데 부모가 돼서 그 돈을 어떻게 생활비로 쓸 수 있겠나. 그 돈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결국 최씨는 수급자 자격을 상실하고 그동안 받은 돈 25만여 원을 갚아야 했다.

동사무소 근무 당시 최씨를 담당했던 최문정씨(현재 강서구청 근무)는 “최씨의 경우 사정이 몹시 딱했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대신 차상위 계층으로 남편 의료비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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