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호

“JMS 신도인 검사와 국정원 직원이 정명석 총재 도왔다”

탈퇴 신도가 들고나온 JMS 내부 문건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입력2006-07-07 12:4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JMS 신도인 검사와 국정원 직원이 정명석 총재 도왔다”

    탈퇴 신도 문모씨가 건넨 JMS 내부 문서(위). 정명석 총재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랴오닝성 첸산 별장(아래).시사저널

    최근 JMS(공식명칭은 ‘기독교복음선교회’)라는 이름이 또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 4월 JMS 여신도 2명이 “중국에서 정명석 총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피해자는 JMS 내 태권도부 소속 신도이던 김모씨와 장모씨. 이들은 인터뷰에서 “‘준비하라’는 명령을 듣고 3월28일 중국으로 출국했다 봉변을 당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들은 최근 탈퇴 신도들 위주로 운영되는 반JMS 홈페이지에 중국에서 겪은 일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다음은 그 가운데 일부다.

    “그 XX가 잠들고 나서…본부급 여자들은 정명석 옆에서 야한 드레스를 입고 매달려 안마를 해댔고…이어 자고 있는 정명석의 입이 살짝 벌어진 사이로…혹여 잠이 깰까 하며…그 담당 여자들이 기구를 갖고 와서 이를 닦아줬고, 치실에다가…마사지를 담당하는 사람들까지 다 따로 있더라…지금 와서 생각해보건대…화도 잘 내고…쓸데없는 나부랭이 말들…참 유치하고…어이가 없다…모든 진실과 사실들 만행들을 알고 나니…이렇게 어이가 없는 것이겠다.”

    그 스스로 “이런 얘기를 하면 누가 믿겠냐”고 썼듯, 이야기는 기사로 옮기기 힘든 내용으로 이어진다. 게시판에는 ‘포르노 영화다’ ‘어이없다’ ‘힘내라’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충격적인 일이지만, 이번 일로 ‘성과 아닌 성과’도 있었다. 2003년 홍콩에서 도주한 이후 오리무중이던 정명석씨의 소재가 파악된 것이다. 그는 중국 랴오닝성 안산 근처의 첸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배자 신분이지만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첸산 기슭의 수영장 딸린 저택에 중국인 집사까지 두고 여신도들에게 둘러싸여 있더라는 것이다. 취재를 다녀온 한 주간지 기자는 ‘황제도피’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JMS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9년이다. 단체에서 탈퇴하려던 여신도를 납치, 폭행했다는 이른바 ‘황모 사건’이 보도된 것이 시작이었다. 뉴스 보도 후 JMS에 대한 각종 제보가 잇따랐고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정명석 총재의 성추문과 비리의혹을 전격 방영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되자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여신도 성폭행, 탈퇴 신도 납치, 반대세력에 대한 테러 등 조폭영화에나 나올 법한 JMS의 행각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일명 ‘섹스교’로 불렸던 백백교의 망령을 보는 듯했다. 이후 여러 언론매체가 연이어 JMS를 보도하며 이슈메이커로 부상했다. 1999년 검찰조사가 시작된 직후 대만으로 출국한 정명석씨는 지금껏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 그가 이제 해외에서도 놀라운 소식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7년이라는 긴 체류기간, 이어지는 신도 성폭행 추문, 화려한 생활…. 특히 수배 중에도 한국 JMS와 접촉하며 신도들을 불러들인 대목은 납득하기 어렵다. 반JMS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는 정명석을 조직적으로 비호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JMS 신도인 국가정보원 직원과 현직 검사가 직위를 이용해 정명석씨의 도피와 각종 법률문제에 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반JMS단체 회원인 김도형씨는 검사 L씨와 국정원 직원 Y씨를 공무집행 방해와 범인도피 방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처음 사건이 배당된 곳은 L검사실의 옆 형사과였다. 그러자 김도형씨는 사건을 다른 곳에 배당해달라고 건의했고, 이 건의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권중영 검사실로 다시 배당됐다.

    권 검사는 6월초 ‘신동아’와 한 전화통화에서 “밀린 사건이 많아 7월이 지나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도형씨는 6월7일 저녁 갑작스레 “이틀 뒤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그날 고발인 신분으로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반JMS 단체측은 어쨌거나 조사시기가 앞당겨져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현직 검사와 국정원 직원이 공적 신분을 이용해 소속 교단의 교주를 위해 직권을 남용했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의 엘리트들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국정원도 관련직원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반JMS측에서 제시하는 증거의 핵심은 대부분 김도형씨가 JMS 내부 문서라고 주장하는 10여 건의 문서에 담겨 있다. 문서는 정명석씨와 신도들이 주고받은 것이라는 메일, 각종 법률사안에 대응한 계획서, 반대세력에 대한 정보보고 등으로 분류돼 있다. 일부 문서에는 ‘SECRET’ 등의 등급이 매겨져 있기도 했다. 정씨를 지칭하는 듯한 용어 ‘R’, 반대세력에 대한 ‘가라지’ 같은 표현도 눈에 띈다.

    김씨는 이 문서들이 정명석씨의 홍콩 도피시절 연락책으로 활동한 신도 문모씨가 JMS를 탈퇴하면서 들고 나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씨는 지난해 10월 메일을 통해 반JMS 단체측에 이들 자료를 전달했다고 한다.

    김씨가 문씨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정씨는 2003년 홍콩에서 중국으로 밀입국할 때 보안에 극도로 신경을 썼다고 한다. 도·감청을 우려해 전화는 물론 e메일도 전혀 이용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JMS측은 홍콩에 작은 사무소를 꾸려 연락소로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JMS 관계자들은 e메일이 아닌 파일 형식으로 홍콩사무소에 전달사항을 보냈고, 연락책은 이 문서를 직접 프린터로 출력해 인편으로 정명석씨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당시 연락책 3명 가운데 1명이 문씨였다는 것.

    홍콩 사무소에서 일하며 정씨 주변을 지켜보던 문씨는 여러 상황을 살펴본 끝에 탈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문씨는 김도형씨와의 채팅에서 다음과 같이 그때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처음에는 정명석이 메시아인 줄 알고 인생을 바치리라 결심하고 취직도 않고 홍콩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서 정명석이 여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봤다. 정명석에게 보내는 여자 모델들의 누드 사진과 여러 사람의 간접증언을 통해 정명석이 설교에서 하는 말이 대부분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커다란 배신감을 갖게 됐다. 내부사정을 알고 보니 심경의 변화가 없을 수 없었다.”

    김씨가 문씨로부터 받았다는 메일에는 “법적인 문제에 얽혀드는 것이 솔직히 두렵다”며 “이제 지긋지긋한 JMS에서 벗어나는 마당에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당하러 뛰어들고 싶지 않다.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있다”고 돼 있다. 문씨가 겪은 심리적 압박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문씨가 제공했다는 10여 개의 내부 문건의 주요 내용은 정명석씨와 JMS가 얽혀 있는 소송 등 법률관련 사안과 이에 대한 향후대책 및 치밀한 대응계획 등이다. 반JMS측은 그중에서도 L검사가 작성한 것이라는 의미로 ‘L검 안(案)’이라 이름붙인 문서에 주목한다. 이들 문서에선 L검사의 실명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L검 案’

    이들 문서에 따르면 JMS는 각 법률사건 분석문서를 ‘서울팀’ ‘대전팀’ ‘L검’으로 나눠 관리했다. ‘대전팀’은 1999년 상황과 관계가 깊어 보인다. 당시 정명석씨 관련 고소사건은 대부분 대전지검에 배당됐다. 정씨는 서울에서 대전으로 주소지를 옮겼는데, 이는 정씨의 변호를 맡은 이문재 변호사가 대전지검 차장검사 출신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JMS측은 “애초에는 수사의지가 강한 서울중앙지검 박모 검사에게 사건이 배당됐다. 그런데 중간에 사건이 대전지검으로 이송됐다”고 말한다. 문서에는 박모 검사의 이름도 나온다. ‘그동안 우리 섭리를 괴롭혀왔던 가라지 같은 박 검사가 이번 발령에서 부산지검으로 가게 됐다’는 부분이다. 이들 문서를 살펴보면 JMS는 세 팀의 법률안 분석과 대응방안을 종합적으로 참고한 것으로 짐작된다.

    ‘세부 추진 방안 Matrix’ 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표를 이용해 각 법률사건을 ‘누가, 어떻게, 왜(기대효과), 비고’ 항목으로 나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았다. 이 가운데 ‘관련사건 병합’이라는 1번 항목에서 ‘L검’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서울중앙지검 3건을 대전지검으로 병합해 대전지검에서 일괄 처리한다’는 문장 옆에 ‘L검 적극 개입’이라는 표시가 있다.

    ‘법률문제 해결 추진계획’이라는 문서에는 ‘L검의 장단점’이라는 항목도 있다. ‘사건에 대한 세부내용 인지 미흡’ ‘돌발변수 발생시 대책 미흡(신앙, 기타)’이라고 적혀 있다. 또 ‘법률문제 중간결산’이라는 문서에는 ‘L검의 방향’이라는 항목이 있다. 그 아래에는 ‘홍콩사건 : 우리가 이김, 횡령사건 : 설혹 김 등이 사용했다 하더라도 죄가 안 되게 할 수 있음’ 등의 내용이 이어진다. ‘법정문제 관련보고’에는 ‘우리 회원인 대전의 L검사가 서울지검으로 발령이 났습니다…만일 서울지검에서도 혹 우리와 관련된 사건과 연관이 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JMS 신도인 검사와 국정원 직원이 정명석 총재 도왔다”

    1990년대 말 JMS 신도들이 모여 사는 ‘월명동 성지’에서 치러진 정명석 총재 부친 장례식.안티 JMS

    이 가운데 ‘L검 案’이라는 문서는 김도형씨가 “L검사가 직위를 이용해 수사기록을 열람하고 정명석을 도왔다”고 주장하는 직접적인 근거다. 현재 정씨와 관련된 대부분의 소송사건은 피고소인이 해외에 머물고 있어 기소중지 상태다. 김씨는 “‘L검 案’은 사건별로 고소인측 자료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수사기록을 열람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A4 용지 4장 분량의 이 문서는 서울지검 담당 사건 3건과 대전지검 담당 사건 3건을 분석하고 있다.

    김도형씨에 따르면 L검사가 JMS와 관련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9년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된 직후였다. L검사가 김씨에게 전화를 해 “당신이 JMS 제보자냐” “여기 검찰청인데 왜 잘 모르고 그런 제보를 했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일단 전화를 끊고 녹음준비를 한 뒤 다시 연락을 했다. 탈퇴 후부터 반JMS 활동을 해왔고 협박도 많이 받아 항상 그들을 경계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두 번째 통화에서 김씨는 “왜 당신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었다. L검사는 “아는 사람의 부탁”이라고 했다. 재차 누구의 부탁이냐고 추궁하자 “안모씨”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안씨는 JMS 간부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L검사에게 “당신이 JMS 신도라던데…”라고 묻자 L검사는 “누가 그런 기밀을 누설했느냐”고 답하기도 했다는 것. 김씨에 따르면 L검사는 당시 JMS 사법대책부의 일에 관여했다고 한다. 사법대책부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영 직후 JMS가 사법업무를 전담시키기 위해 급조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신동아’는 당시 JMS 사법대책부에서 활동한 탈퇴 회원들을 찾아 연락을 시도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현재 한 대기업 법조팀에 있는 김모 변호사. 대학 때부터 JMS 활동을 해온 그는 1999년 JMS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탈퇴했다. 그리고 검사직도 그만뒀다. 그는 “정신적 실망감이 컸고, 개인적인 고민도 많았다”고 탈퇴 동기를 밝혔다.

    김 변호사에게 당시 사법대책부 활동과 L검사에 대해 물었다. 그는 “L검사와 연락을 끊은 지 7년이나 됐고 1999년 이후 상황은 전혀 모른다”고 전제한 뒤 “당시만 해도 L검사가 큰 활약을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털어놨다. 또 “당시 L검사는 나이는 많았지만 위치상 깊이 관여할 처지는 아니었다”고도 했다.

    ‘깊이 관여할 처지가 아니었다.’ 김도형씨가 제시한 문건 중 하나에서 김 변호사의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추측할 만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04년 11월 강모씨가 정명석씨에게 보낸 것으로 돼 있는 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L검사가 몇 년 전 처음에는 섭리상황을 잘 모른다는 위험부담으로 대전에 합류하기가 어려웠지만, 벌써 몇 년이 지나면서 상당히 많이 성숙했고 부족한 부분은 사모가 충분히 커버가 가능함.’

    1999년 무렵 L검사 및 L검사의 부인과 함께 교회를 다녔고 이들의 결혼식에도 참석했다는 한 탈퇴 신도는 L검사의 JMS 활동 시작 시점을 확인해줬다. 이 여성 신도는 광주에서 JMS 활동을 하면서 L검사 부인과 알고 지냈다고 했다. 그는 “L검사는 1999년 ‘SBS 방송 사건’이 터지기 얼마 전에 JMS에 가입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무렵 L검사가 한 신도의 법률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해주기도 했으며, L검사와 부인은 사실상 정명석씨가 결혼시켜 준 것이라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런 정황을 볼 때 1999년경에는 L검사가 JMS 내부 상황에 깊이 관여하기는 어려운 ‘초심자’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신동아’는 L검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했으나, 사무실 직원은 “검사님은 일절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국정원, “직원 관련사항은 조사 중”

    한편 반JMS 단체측은 국가정보원 직원 Y씨가 직위를 이용해 김도형씨의 출입국기록 조회 등 신변 파악에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2004년 초 중앙일간지의 김모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이 김도형씨가 병역특례를 받아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하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실에 찾아와 관계자에게 “특례자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자료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해 초 외국으로 나간 연구원의 명단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것. 명단을 받은 김 기자는 “김도형이라는 연구원은 이 무렵 출국사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 명단에는 없느냐”며 “병무청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고 따져물었다고 한다.

    상황을 전해듣고 김 기자와 접촉한 김씨가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느냐”고 묻자 김 기자는 “병역비리추방시민연합이라는 시민단체로부터 제보를 받았고, 거기에서 탑승내역이 담긴 공문서도 봤다”고 답했다.

    이후 김씨는 김 기자를 만나 그가 갖고 있다는 명단을 함께 확인했지만, 문제의 이름은 동명이인이었다. 김씨는 ‘병역비리추방시민연합’이라는 단체를 JMS측이 만든 조직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추정하는 당시 상황은 이렇다. 공항에서 한 JMS 신도가 김씨와 닮은 인물을 발견했고, 이미 오래 전부터 김씨의 반JMS 활동에 부담을 느껴온 JMS측은 ‘병역특례 중인 김씨가 무단으로 해외에 나갔다 왔다고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활동을 제약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는 것이다.

    “JMS 신도인 검사와 국정원 직원이 정명석 총재 도왔다”

    식사를 하면서 신도의 보고를 받는 정명석 총재(오른쪽).안티 JMS

    이에 따라 JMS측은 ‘특수한 방법’으로 탑승내역을 조회했는데, 마침 동명이인이 있었고, 이에 따라 이를 문제삼기 위해 기자에게 시민단체 명의로 제보한 것 같다는 얘기다. 이 동명이인의 출국지가 우연하게도 당시 정명석씨가 머무르던 홍콩과 대만이었으므로 정씨를 추적하던 반JMS 단체의 대표인 김도형씨가 그를 쫓아 이들 나라에 간 게 아니냐고 생각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사자도 구해 보기 어려운 출입국관리기록을 JMS측이 어떻게 봤다는 것일까. 김도형씨는 “바로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 Y씨가 관여했다”며 문건 가운데 일부 내용을 그 근거로 든다. 특히 Y씨가 정명석씨와 주고받은 것으로 돼 있는 세 통의 메일이 핵심이다. 여기에는 활짝 웃고 있는 Y씨의 사진도 첨부돼 있다. 이들 메일 또한 홍콩에서 연락책으로 일했다는 문모씨가 직접 출력해 정씨에게 갖다줬거나 정씨에게서 직접 받아 서울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메일 내용의 일부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홍콩영사관 쪽의 정보파악 문제와 관련하여 제가 알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영사관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얻어내길 원하시는지요? (중략) 그리고 그 정보를 얻기 위해 홍콩영사관에 있는 사람을 직접 접촉하길 원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중간에서 필요한 사항을 알아내서 선생님께 전달하면 되는 것인지요? (중략) 어쨌든 우선 홍콩영사관에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2004년 3월17일 Y씨가 정명석씨 앞으로 보냈다는 메일 내용)

    ‘김도형이 근무지를 이탈하면서 왔다갔다 했다. 그 놈은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는 군인인데 해외에 나오면 안 되지 않느냐. 거기가 아니어도 한국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그 녀석 행동을 조사해보면 나온다. 측면에서 정보만 줘라.’ (2004년 3월21일 정명석씨가 Y씨에게 보냈다는 메시지)

    국가정보원은 이러한 정황과 관련해 현재 Y씨를 자체 감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형씨는 “국정원 감찰관이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탈퇴 회원들이 기자회견에서 L검사와 Y씨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감찰이 시작됐으리라는 추측이다. 지난 4월 국정원 감찰관과 김씨, 또 다른 JMS 탈퇴 회원 김영수씨가 서울 내곡동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서 Y씨와 관련된 자료를 건네받은 감찰관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감찰관은 5월초 김도형씨와의 전화통화에서 “Y씨도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며 “형사사건이 끝나면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인 경우 어떻게 처리되느냐”는 김씨의 질문에는 “사안이 무거워서 중징계 감이다. 파면, 해임, 정직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고 한다.

    ‘신동아’는 이 감찰관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국정원 홍보관리관실에 “조사관련 내용을 해당 감찰관에게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홍보관리관실측은 “검찰이 수사 중이어서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며 “감찰관실에서 조사 중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도형씨측이 추측한) Y씨의 임무범위와 징계내용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껍데기뿐인 ‘적색 수배령’?

    정명석씨는 1999년 검찰이 내사에 착수하자 대만으로 출국했다. 2001년에는 검찰의 수배령이, 2003년과 2004년에는 경찰의 체포영장이 발부되었고, 인터폴의 적색 수배령도 내려진 상태다. 그러나 그는 수사망을 교묘히 따돌리며 7년째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 그 사이에도 성추문이 계속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1년 대만에서 현지 여대생 등을 성폭행한 혐의로 대만 검찰의 수사를 받았고, 같은 해 말레이시아에서는 여성 신도 김모씨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정씨를 고소했다. 잊을 만하면 바다 건너에서 그의 소식이 들려왔다.

    JMS측은 여신도 성폭행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해왔다. 공들여 작성한 듯한 성명서도 발표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20년 동안 수만명 규모의 조직이 지켜졌겠냐’는 반문이다. 그룹섹스 사실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도 끄떡없다. JMS 소속 배재용 목사는 한 인터뷰에서 “판결도 잘못될 수 있다”고 했다.

    반JMS 단체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김형진씨는 2003년 JMS측 인사로부터 테러를 당했다고 말한다. 얼마 전 새로운 증거를 제출한 이후 JMS 신도 이모씨는 김씨를 폭행한 혐의로 전주 덕진경찰서에 구속됐다. 김도형씨의 부친 또한 김형진씨가 테러를 당하기 사흘 전 괴한으로부터 야구방망이로 구타를 당했다. 반 JMS 단체가 L검사와 Y씨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한 것은 4월10일이다. 김도형씨는 두 달 가까이 지난 6월9일에야 처음으로 고발인 조사를 받을 수 있었다.

    정명석씨는 현재 피의자 신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의 신도들을 중국으로 불러들이고 인터넷으로 설교를 한다. 현재 그가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 첸산에서는 그의 주변인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태권도 도장과 모델 학원도 발견됐다. 그의 거처와 생활반경이 알려진 이상 의지만 있다면 검거가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그를 지원하는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정씨를 검거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특히 국가가 부여한 직위를 사적으로 남용한 행위, 그것도 범죄행위와 연관해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책임을 강하게 물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L검사와 Y씨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엄정하게 이뤄져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