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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영향’이 되고픈 최첨단 팝 아티스트 낸시 랭

“난 ‘화학반응’을 추구해요, 현대미술은 더 새로울 게 없으니까”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긍정적 영향’이 되고픈 최첨단 팝 아티스트 낸시 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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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영향’이 되고픈 최첨단 팝 아티스트 낸시 랭

모든 종류의 퍼포먼스를 즐긴다는 낸시 랭. <br>사진 작업도 역시 좋아한다.

-미술계 내부의 평가는 어떤가요.

“처음과 지금이 다른데, 재밌는 건 여기도 파워게임이 작용하는 동네라는 거예요. 제가 지적이거나 시니컬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처음엔 헬렐레 웃고만 다니는 아이로 보셨나 봐요. 작품도 미술적 차원이 아니라 그냥 ‘쟤는 저러고 노는구나’생각하고…. 그런데 갤러리에서 전시도 하고 대중에게 알려지니 이젠 백남준, 이동기 같은 분들과 함께 전시를 하게 되고, 유명 초대전에서 연락도 오고….”

-언제부터 아티스트를 꿈꿨나요.

“어릴 때부터 예체능 과목을 좋아했어요. 고등학교를 필리핀에서 나왔어요. 국제학교요. 한 반 학생이 20명 남짓이고 시설이 좋아 미술실에 가면 새 물감과 붓이 넘쳤어요. 또 어머니 같은 미술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께 미술 배우면서 예일대 페인팅과에 가겠다고 꿈을 정했죠.”

-예술의 대중화를 놓고서 말들이 참 많죠.



“각자의 무기와 재능이 달라요. 그런데 사회는 한쪽만 강요해요. 미술을 한다고 하면 춥고 배고프고 비전 없는 걸 왜 하냐고 해요. 옛날에는 아티스트가 건축 과학 미술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전문가이자 권력자였죠. 존경도 받았고요.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홍대 출신이라서 그나마 나아요. 그냥 미술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콧방귀 뀌어요.

자본주의 사회에 어울릴 만한 예술을 하고 싶어요. 내 생각대로 각 분야를 통합하면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예술, 존경받는 예술을 하고 싶어요. 남의 눈이 두려워 하고 싶은 말 못하고 입고 싶은 옷 못 입는 부분을 대리만족시킬 거예요. 전 아티스트니까요. 작가의 고통에서 나온 작품이라야 승화된 뭔가가 서려 있다는 인식은 틀렸어요. 말도 안 되게 끄적거린 것 같은 작품으로 젊은 나이에 추앙받는 작가가 세계에는 많아요.”

‘낸시 랭’이라고 하면 그를 모르는 이는 국적부터 묻는다. 그를 본 적이 있는 이들은 교포라고 단정한다. 18세 이전 이중국적자였을 때 그의 한국 이름은 ‘박혜령’이었다. 현재는 ‘낸시 랭’ 만 유효하다. 뉴욕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아들 넷인 가부장적 집안 분위기와 한국에 대한 갑갑증 때문에 20대 초반이었던 20여 년 전 홀로 도미한 여걸이었다. 그녀는 한국에 잠깐 들어왔을 때 결혼하고 미국에서 낳은 낸시 랭을 한국에 보냈다. 낸시 랭의 어머니가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1년이면 고작 한두 달. 어머니의 빈 자리는 외할머니와 애완견이 채웠다. 낸시 랭에게 어머니는 아버지, 외할머니는 어머니와 같았다. 아버지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박혜령’과 베니스 비엔날레

초등학교 시절 그는 밝고 예쁘고 차려입은 눈에 띄는 아이였다. 테니스, 피아노는 물론 피겨스케이팅도 공중회전 직전단계까지 배웠다. 중학교 때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친구 열두 명과 몰려다녔다. 예체능과 어학계열만 좋아했고 방학 때 내준 미술 숙제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학창시절은 늘 즐거웠다. 낸시 랭의 표정은 활자처럼 명확해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표정은 ‘누리던 그때’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있었다.

낸시 랭은 눈치 보지 않는다. 자랑으로 들릴 만한 얘기도 자체 검열하는 법이 없다. 자꾸 듣다 보니 가장된 겸손으로 억지 예의 차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필리핀 국제학교에선 할 말은 하고 솔직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했어요. 그야말로 아메리카죠. 영어 못하고 버벅대고 소극적인 아시아 학생의 모습은 바보스럽게 여겨졌죠. 제 자신을 밖으로 많이 끌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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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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