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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듀! 월드컵

허진 전 대표팀 언론담당관이 지켜본 2006 월드컵

프랑크푸르트의 영광 라이프치히의 환희 하노버의 울분

  • 허 진 駐독일대사관 참사관, 2002 월드컵 대표팀 언론담당관

허진 전 대표팀 언론담당관이 지켜본 2006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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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에 반격을 개시하다 보니 시간이 모자랐다. 초조함이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세밀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전개할 수도 없었다. 즉 히딩크가 교시(?)했던 ‘압박과 지배’의 원칙이 실종되면서 득점을 요행에 맡기는 과거의 상황으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마저 줬다. 물론 경기 후반부(토고전 제외)에는 2002년 당시의 플레이가 되살아나는 ‘파이팅 스피릿’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 45분만으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역전시키기에는 공수의 안정성이 여전히 문제였다.

가운데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 포진하는 방식은 취약한 최종 수비라인을 보강하기 위한 조직적 배려였을 것이다. 그러나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을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는 만들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견고한 중앙수비를 자랑하는 프랑스나 스위스와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 소모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양 윙포워드를 통한 측면돌파는 당연한 계산이다. 하지만 상대팀 골키퍼와 최종 수비라인 사이를 파고드는 전술적 템포가 부족했고,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의 질은 본선 참가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불과할 정도였다.

말하자면 기본전술이나 상황변화에 따른 임기응변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구체화하는 선수들의 역량이 부족했다고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 축구는 결국 필드에서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는 없다.

아드보카트의 용병술

감독마다 선수에 대해 호불호의 감정이 있게 마련이다. 1974년 서독의 헬무트 셴 감독은 유럽 최고의 미드필더 귄터 네처를 벤치에 앉혔고, 베베토를 숭배하는 자갈로는 34세의 베베토를 1998년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했으며, 히딩크는 윤정환에게 단 1분의 시간도 허용하지 않았다.



아드보카트에게도 그러한 경향이 존재했음을 숨길 수는 없다. 이는 그가 어떤 선수를 러시아로 데려가는지를 보면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과 9개월의 시간, 그것도 기존 리그경기를 다 치르고 난 나머지 시간에 선수들을 소집할 수밖에 없었던 아드보카트는 자기 마음에 맞는 선수 선발에 한계를 느꼈을 것이다. 따라서 선수 선발에서는 많은 부분을 베어벡과 홍명보 코치가 거들었을 듯하다. 적어도 초기단계에서는 그러했다.

이렇게 볼 때 아드보카트는 비교적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새로운 인물들을 키워낸 히딩크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 있었다. 아드보카트가 온 이후 발탁된 인물은 조원희와 이호 정도다. 정경호와 백지훈은 누구라도 대표팀에 넣고 싶었을 테니 논외로 하고, 아드보카트가 한 번도 진지하게 테스트한 적 없는 부상당한 송종국을 엔트리에 넣은 것은 베어벡의 권유에 따른 것일 게다. 토고전에서 송종국이 선발로 나온 것 또한 월드컵 본선을 뛰어본 선수에게 수비를 맡기겠다는 ‘안전제일주의’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송종국이 후반에 펼친 굳건한 플레이가 역전승의 발판이 됐으니 여하튼 합리화는 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아드보카트는 과거경력 위주로 선수들을 뽑지 않을 수 없었고, 히딩크 시절 “4년 후 빛을 볼 것”이라고 했던 차두리, 최태욱, 정조국, 최성국, 조병국은 대표팀에 탑승하지 못했다. 말하자면 우리는 지난 4년간의 세대교체 시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히딩크는 조병국이 홍명보 세대를 대체해줄 것으로 내심 기대한 바 있다. 그 기대는 그의 잇따른 자책골 소동으로 조기에 사그러들었다. 사실상 대표팀 수비진은 4년 동안 표류한 셈이었다.

이러한 불안을 안고 출발한 대표팀은, 과거처럼 중원을 장악하기 위한 전술공간의 수적 우위를 점유하지 못했으며, 최종 공격수와 최종 수비라인 사이의 거리가 자꾸만 멀어지는 경향을 노출했다. 그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예전의 김재한을 연상케 하는 조재진의 포스트 플레이였다. 물론 그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 축구의 관건은 누가 미드필드를 지배하느냐에 달려 있다. 2006년 한국의 대표팀은 이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점점 ‘재미없어지는’ 축구

흔히 축구가 날이 갈수록 변모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전문가들, 예컨대 왕년의 대표선수나 감독들에게 물어보면 과거보다 선수들 움직임이 빨라지고 신체접촉이 과해졌을 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곤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스피드’다. 워낙 빠른 템포를 강조하다 보니 과격한 보디체크나 태클이 난무하는 것이지, 빠른 스피드와 신체접촉이 따로 노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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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진 駐독일대사관 참사관, 2002 월드컵 대표팀 언론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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