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호

美 노틸러스연구소의 ‘북한군 戰時 연료수급능력 시뮬레이션’

“개전 24시간내 항공작전 불능, 5일내 함정 가동 중단, 비축유 바닥나면 장비 3분의 2 세워둘 판”

  • 강정민 핵공학박사·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jmkang55@hotmail.com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06-08-14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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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노틸러스연구소의 ‘북한군 戰時 연료수급능력 시뮬레이션’
    6월27일 스탠포드대에서 열린 ‘북한 에너지 전문가 그룹회의(DPRK Energy Expert Study Group Meeting)’에서 발표된 이 프리젠테이션 자료의 제목은 ‘북한군의 에너지 사용 예상평가(Estimated DPRK Military Energy Use)’. 작성자인 노틸러스연구소의 데이비드 본히펠 박사는 199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에너지 사정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1997년에는 북한군의 연료부족 실태에 관한 1차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이번에 발표한 자료는 당시의 보고서를 2005년까지의 추가자료를 바탕으로 업데이트하는 한편, 전쟁 발발시 북한군의 연료실태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담고 있다.

    북한군의 연료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저자는 우선 인민군이 보유한 주요 장비 리스트를 작성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 단계에서는 국방정보국(DIA), 육군성, 국방부 등 미국의 군사당국이 수집한 정보 데이터가 활용됐다. 이들 데이터에 각종 장비의 시간당 연료소모량을 일일이 곱함으로써 북한군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하는지 계산해냈다. 이 방대한 작업과 함께 연구팀은 병력 유지나 군수생산에 필요한 연료도 분석해 총량에 합산했다. 그 결과 북한군의 전체적인 에너지 수요를 연료 종류별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이들 장비가 매년 몇 시간 가동되는지를 적용해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북한군이 연료를 연간 얼마나 소비했는지 추적하고, 한걸음 나아가 실제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얼마나 많은 연료를 필요로 할지 시뮬레이션했다. 또한 이를 북한의 평균 에너지 수입·생산 통계와 정유시설의 처리능력에 대입해,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북한의 에너지 상황이 감당해낼 수 있을지 가늠하는 작업까지 진행됐다.

    각군 훈련량에 난방, 군수생산까지

    작업결과를 좀더 정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1997년까지 진행된 연구를 살펴보자. 본히펠 박사는 우선 육·해·공 각군 장비를 연료소모량에 따라 그룹으로 묶는 작업에서 출발했다. 지상군 장비의 경우 탱크, 수륙양용차량, 장갑차, 자주포, 지프와 오토바이, 2.5t 트럭, 기타 크기의 트럭 및 장비까지 크게 일곱 가지로 분류했다. 1990년 DIA가 작성한 북한군 장비편람을 활용해 북한의 모든 지상군 장비를 이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전체숫자를 계산해냈다는 설명이다.



    다음으로 각 장비를 크기, 중량, 연료소모량, 엔진출력 등을 기준으로 구분하여 한 시간 가동했을 때 한 개의 장비가 연료를 얼마나 소비하는지 추산했다. 이를 위해서는 1994년 미 국방부가 북한군 장비의 특징을 두루 수집해 정리한 데이터가 주로 활용되었다. 끝으로 북한군의 평균 군사훈련 시간 정보를 바탕으로 각 장비들이 사용되었을 연간 총 시간을 역산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방식으로 추출한 북한군 지상군 장비 숫자 가운데 75% 이상을 2.5t 트럭이 차지했다는 사실. 2.5t 트럭은 지상군 장비의 총 연료소비량에서도 3분의 2를 차지했다. 장비보다는 병력 수에 치중하는 북한군의 구조적 특징과 함께, 전술훈련이 아닌 농사와 건설에도 병력을 동원하고 있는 인민군의 현실을 읽을 수 있다.

    항공기도 마찬가지 계산과정을 거쳤다. DIA와 육군성의 자료에 따라 북한에는 1990년을 기준으로 총 1440대의 군사용 항공기가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750대는 전투기, 80대는 폭격기이며, 러시아제 구식 복엽기인 AN-2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운송용 항공기가 300대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헬기. 미 군사당국의 분석에 따라 연구팀은 항공기와 폭격기의 경우 연 24시간, 운송용 항공기는 연 50시간, 헬기는 연 32시간을 비행하는 것으로 추산했으며, 비행하는 동안에는 평균적으로 최대출력의 80%를 사용해 엔진을 가동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美 노틸러스연구소의 ‘북한군 戰時 연료수급능력 시뮬레이션’

    노틸러스연구소 데이비드 본히펠 박사팀의 북한 군사장비분류 데이터 시트.

    해군 함정의 경우, 펜타곤 자료를 근거로 해 1990년 현재 북한에는 미 해군에서 ‘전함(ship)’으로 분류하는 규모의 선박은 없고, 대신 배수량 40~400t 규모의 함정이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했다. 40척의 공격정과 400여 척의 초계정, 200척 내외의 수륙양용 상륙정과 미 해군 기준상의 잠수함 24대로 분류됐다. 역시 펜타곤의 분석에 따라 상륙정은 연 50시간, 잠수함은 연 100시간, 기타 선박은 연 800시간 훈련 및 작전에 임하는 것으로 추산했고, 이들 시간에 각 함정의 연료소비량을 적용해 전체 해군 함정의 연간 연료소비량을 산출해냈다.

    여기에 무기 및 군수장비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와 막사 등 건물난방에 쓰인 연료, 일상적인 전기사용량까지 계산했다. 먼저 계산한 것은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의 사용연한. 이를 근거로 현재 수량을 유지하기 위해 한 해 평균 추가로 생산하는 장비의 규모를 추산하고, 여기에 중국의 군수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데 투입되는 연료의 양을 적용해 총량을 유추했다. 난방·유지용 에너지량과 전기사용량은 북한군의 군사시설 면적을 추산해 역산했다.

    15년 사이 군사 비중 두 배 증가

    그 결과, 북한군은 1990년 한 해 동안 총 6만6233TJ(terajoules·1TJ는 1조J)을 소비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는 석유로 환산할 경우 158만t에 해당하는 규모. 지상군 수송장비는 6586TJ, 해군함정이 6792TJ, 항공기가 2648TJ, 각종 기갑장비가 2632TJ를 소비했다. 총 소비량의 70%에 육박하는 4만6640TJ는 막사 난방 및 군사시설 유지, 전기소비에 쓰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후 2005년까지 북한군의 연료수급 상황은 훨씬 악화된 것으로 본히펠 박사는 평가하고 있다. 연료와 부속품 부족으로 인해 지상군 장비는 활동량이 1990년에 비해 13~20% 줄었고 공군의 연간 비행시간은 50~6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해군 활동은 1990년의 75%, 군수생산활동은 80%에 불과하다. 시설난방에 소요된 석탄 및 석유 소비량은 1990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전기소비량은 1990년의 50%까지 줄어들었다가 2000년 이후 소폭 증가한 것으로 계산됐다.

    이러한 감소치를 앞서 살펴본 각각의 장비 및 시설종류마다 구분해 적용하면 최근 북한군의 총 에너지 소비량을 추산할 수 있다. 미 군사당국의 자료를 근거로 삼을 경우, 1990년과 비교해볼 때 인민군 전체의 장비 수는 해군함정이 일부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2000년 이후에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지상군 병력의 수는 소폭 감소해 95만명 내외로 추산된다.

    이들 수치를 종합하면 2005년 한 해 동안 북한군의 에너지 총 소비량은 대략 5만5000TJ(132만 석유환산t)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기간 동안 북한 전체가 사용한 에너지량 70만TJ(1670만 석유환산t)의 8%에 해당하는 규모다. 2005년에 한국이 소모한 1차 에너지 총량이 2억2900만 석유환산t임을 감안하면, 북한 전체는 같은 기간 그 13분의 1을, 북한군은 173분의 1을 사용한 셈이다. 본히펠 박사는 ‘신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군사부문이 차지하는 에너지 비중이 이렇듯 높은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며, 인구대비 병력 규모가 최고 수준인 북한군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美 노틸러스연구소의 ‘북한군 戰時 연료수급능력 시뮬레이션’

    [표1] 항목별로 본 북한군 에너지 수요 : 2005

    특히 2005년 현재 인민군은 북한을 통틀어 소비된 유류의 37% 가까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솔린과 디젤유는 총 수입·생산량의 50% 이상이 군사분야에 쓰인 것으로 추산됐다. 주요 부문별로 살펴보면, 트럭 등 운송수단이 소비하는 에너지 양과 해군함정의 에너지 소비량은 각각 5000TJ 내외이고, 항공기는 1500TJ에 못 미치는 정도다. 나머지 4만3000TJ는 일상소비량으로, 석탄을 때는 막사 난방과 군사시설 유지가 80%, 전기 소비가 20%를 차지했다(표1 참조).

    2005년 한 해 동안 군사분야가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8%를 썼다는 결론을, 1990년 통계를 뽑아낸 앞서의 보고서와 비교해보면 매우 의미심장한 시사점이 나온다. 최근 15년 사이 군부의 연료소비 비중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 당시 북한군은 전체 에너지소비량 150만TJ(3590만 석유환산t)의 4.2%를 사용하고, 석유 및 관련제품의 17.1%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시 말해 9년 사이에 북한군의 에너지 소비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유류 소비 비중은 두 배 이상 늘어났고, 석탄 및 전기 소비 비율은 1.5배가량 증가했다.

    美 노틸러스연구소의 ‘북한군 戰時 연료수급능력 시뮬레이션’

    [표2] 장비 종류로 본 북한군 유류 수요 : 1990

    美 노틸러스연구소의 ‘북한군 戰時 연료수급능력 시뮬레이션’

    [표3] 장비 종류로 본 북한군 유류 수요 : 2005



    연료부족으로 인해 북한군의 훈련시간이 80% 이하 수준으로 감소했음에도 이처럼 군사분야의 에너지 소비 비중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북한의 에너지 사정이 15년 사이에 얼마나 나빠졌는지를 가늠케 한다. 사회주의권 붕괴로 인한 에너지 수입 급감, 폐쇄적인 정책에 따른 경제침체, 대규모 기근사태가 야기한 대량 아사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한 최악의 상황으로 인해 북한 전체의 에너지 소비는 1990년에 비해 50%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에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데는 군사적인 목적 외에 이러한 에너지 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갑훈련 줄여 연료부족 버텨

    북한군이 소비하는 연료의 종류별 비중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1997년의 조사는 북한군이 1990년 한 해 동안 사용한 전체 연료 가운데 48%를 건물 난방과 군수장비 생산에 주로 쓰이는 석탄이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30%를 차지한 전기가 2위, 석유 및 관련제품은 22%를 차지해 3위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자료는 2005년 한 해 동안 북한군이 사용한 연료 가운데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67.7%로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20% 가까운 이러한 급격한 비율 증가는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엄청나게 감소해 9.6%가 됐기 때문이다. 반면 유류의 비중은 22%를 유지해 대조를 보였다(가솔린은 10.4%, 디젤 10.1%, 중유, 등유, 제트기 연료, 항공용 가스 등이 각각 1% 내외). 군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총량이 20% 이상 줄어들었음을 감안하면, 전기의 절대소비량은 4분의 1로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수한 위치에 있는 군마저 이렇듯 전력소비를 줄였다는 사실은 북한 전역의 전기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북한군이 소비한 유류는 대부분 육·해·공군의 장비와 무기를 가동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이를 장비별로 분석해보면, 1990년의 경우 대수가 많은 2.5t 트럭이 유류소비량의 33%를 차지하고, 해군 초계정이 27%, 전투기·폭격기 9%, 탱크 등 기갑장비가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표2 참조). 이에 비해 2005년의 데이터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 것은 탱크 등 기갑장비로, 13%가 줄어 비중이 1%로 떨어졌다. 반면 2.5t트럭(38%)이나 해군 초계정(30%)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소폭 증가했다(표3 참조). 북한군이 주로 탱크 등 기갑부대의 훈련과 이동량을 줄여 유류부족 사태를 버텨내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아무리 북한이 병영국가라고는 하지만, 국가 전체 석유소비량의 37%를 군이 쓴다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에너지 소비 패턴이 아니다. 북한 또한 에너지 부족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군사장비의 감축 및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본히펠 박사는 주장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최소한 2002년 9월까지는 이 같은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료소비 재구성 방안이 효과적으로 달성될 경우 2030년까지 북한군의 에너지 소비량은 2만5000TJ까지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연구팀은 내다봤다. 특히 감축의 포커스를 비대한 지상군 병력을 줄이는 데 맞춤으로써 난방과 병력운송 등 일상적인 활동에 소모되는 70% 내외의 연료를 상당부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항공기나 해군함정이 소비하는 연료량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감축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군사장비의 노후화와 함께 연료소비량은 오히려 서서히 증가해 2030년에는 6만TJ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면전 한 달, 석유 13만t 소요

    마지막으로 살펴볼 것은, 과연 실제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북한군은 과연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할 것이며, 이를 조달할 능력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신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본히펠 박사는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북한군의 장비는 매우 제한적으로 가동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알려진 인민군의 전력이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이므로 개전 초기부터 이들 장비가 상당수 파괴되거나 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상군의 경우 전체 무기 및 장비의 50%가 파괴되거나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될 것으로 예상됐다. 평범한 사고가 발생한다 해도 적절한 수리부속이 부족하고 기술적 한계가 분명한 북한의 군수 현실상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항공기의 경우 기본적으로 북한의 공군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조기에 한미연합군에 의해 궤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남은 항공기도 공습에 대비해 지하 대피시설에 보관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개전 후 24시간이 지나면 인민군의 실질적인 항공작전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군 또한 마찬가지 이유에서 대부분의 함정이 개전 5일 이내에 작전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북한군의 훈련시 연료소비량에 이러한 예상을 적용하면 전면전 발발 이후 한 달 동안 북한군이 사용할 연료의 총량을 도출할 수 있다. 디젤유와 가솔린, 제트기 연료를 포함해 총 13만t 규모라는 계산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는 같은 양의 석유로 환산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다시 말해 한 달간의 전면전을 감행하기 위해 북한군이 준비해야 할 석유의 양이 13만~14만t이라는 뜻이다.

    2002년 한 해 동안 진행된 북한의 연료 수입 및 생산통계를 감안할 때, 이 정도 분량을 비축하려면 3개월가량이 소요된다고 본히펠 박사는 보고 있다. 비상시임을 감안해 정유시설을 최대출력으로 가동하고 생산되는 모든 정유를 군사부문에 투입하는 것으로 가정하면 기간은 한달 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 개전 30일 이후에는 장비의 파괴와 함께 연료소비량이 줄어듦으로, 평시를 기준으로 1.8개월이면 수입·생산할 수 있는 분량의 연료만이 소비된다. 이 또한 정유시설을 최대출력으로 가동하는 등 비상조치를 활용하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전면전이 2개월간 지속되는 경우 4.8개월치의 연료 수입·생산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모든 정유를 군사부문에 투입하는 경우에는 2.4개월로 줄어든다.

    이러한 수치는 북한의 정유시설이 파괴되지 않은 상태임을 가정한 최대치다. 보통 전쟁이 발발하면 원유를 수입하는 항만시설이나 정유시설이 최우선 타격대상이 되므로, 북한이 연료부족분을 스스로 보충해가며 전쟁을 수행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개전 이전에 비축한 연료의 양에 따라 초기에는 연료부족 사태를 피할 수도 있다. 본히펠 박사는 e메일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현재 연료비축 현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단 비축분이 바닥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유시설이 온전하게 가동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상당수 무기 및 장비가 이미 한미연합군에 의해 파괴됐다고 전제해도, 남은 장비의 3분의 2를 오로지 연료부족 때문에 세워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현재의 북한 에너지 사정으로는 장기전을 치를 수 없으므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어떻게든 단기간에 결말이 날 것이라는 보충설명이다.

    ‘다급한 도박’의 뿌리

    지금까지 살펴본 북한군의 연료수급 현황과 전면전 시뮬레이션은 몇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우선 1990년대 이후 북한이 처한 심각한 에너지 부족, 특히 전력사용량의 급격한 감소를 입증하는 의미가 있다. 북한 전체의 에너지 소비가 50% 가까이 감소한 것에 비하면 인민군은 상대적으로 ‘덜 아껴쓰고’ 있어, 북한군의 연료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음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탱크 등 지상군 기갑장비의 가동이 10분의 1 미만으로 감소했고, 이 때문에 지상군 병력감축을 초점으로 하는 군비축소 계획이 진행되어왔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에너지 사정상 북한이 장기전을 각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북한이 1990년대 이후 핵무기와 미사일 등 이른바 ‘전략무기’ 확보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에너지 사정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장은 억제력을 갖는 것이 목표이겠지만, 만일 전면전이 발발하면 조기에 승부를 결정짓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 열악한 경제상황에서도 6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비용을 들여가며 7발의 미사일을 날린 북한 군부의 ‘다급한 도박’이 어떻게 나왔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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