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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수혈감염 조사는 의혹투성이

빼고, 줄이고, 숨기고…헌혈자, 수혈자 함께 울렸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보건복지부 수혈감염 조사는 의혹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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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수혈감염 조사는 의혹투성이
판정에서 사라진 12명의 감염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재희 의원(한나라당)은 “이들 헌혈자는 과거 적십자사의 EIA검사에서 1회 이상 간염 양성 판정을 받은 ‘간염 의심자’로, 행불자나 조사거부자는 앞으로 채혈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당연히 간염 감염자로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12명의 수혈자를 수혈 감염 피해자로 보는 게 옳다”고 주장한다. 전 의원은 또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이들을 감염 판정군에서조차 제외한 것은 수혈 감염자 숫자를 고의로 은폐, 축소하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신동아’가 입수한 질병관리본부의 내부 문서도 전 의원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용역조사기관 A사가 지난 3월10일 질병관리본부 실무자, 전문가 등과 함께 실시한 ‘수혈감염 2단계 전국조사 전문가 워크숍’ 자료에 따르면 “헌혈자의 추가 채혈이 불가능한 경우 헌혈자는 문제의 혈액 채혈 당시 감염이 있었던 것으로 간주한다”고 되어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12명의 수혈자는 수혈 전 감염 사실이 없고 헌혈자는 감염자인 것으로 인정돼 확정군이나 추정군이 되어야 옳다. 이 자료에선 또 “이러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타 국가에 비해 너무 높은 수혈 후 감염률을 보고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대목도 보인다.

이런 지적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측은 “앞으로 헌혈자의 추가 채혈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그래도 채혈이 되지 않으면 ‘판정 불가군’으로 분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내부 문서에 따르면 ‘판정 불가군’은 헌혈자의 채혈 여부와 무관한 개념으로, 이번에 발표한 수혈감염 판정군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 기준이다.

전 의원은 “질병관리본부의 논리대로 한다면 수혈자가 수혈 이후에 간염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져도 헌혈자 조사만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혈감염 인과성이 없는 게 된다. 이 조사가 헌혈자의 혈액이 간염 의심 혈액이기 때문에 시작된 점을 감안할 때 질병관리본부의 이런 태도는 조사의 취지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조사대상 줄이기 급급

당초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난 간염 의심 헌혈자의 수는 적십자사가 자체적으로 밝혀낸 2000년 4월 이후 간염 의심 헌혈자(845명)의 25배가 넘는 2만1200명이었고, 이들의 혈액(부적격 혈액)이 유출돼 수혈된 건수는 적십자사 조사 결과(2550건)의 26배가 넘는 6만7691건이었다. 적십자사는 유출된 2550건의 부적격 혈액에서 8명의 수혈 감염자를 찾아냈다.

산술적으로 따진다면 이번 조사 결과 밝혀진 수혈 감염자의 수는 적십자사가 발표한 것보다 25∼26배 이상인 200명 수준이 되어야 한다. 헌혈자, 부적격 혈액 유출건수 등 모든 변수가 적십자사 발표 수치보다 25∼26배가 넘기 때문이다. 감염자 숫자가 산술적 예상 수치와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질병관리본부의 몇 단계 조사과정을 거치면서 수혈감염 조사대상(유출된 부적격 혈액 건수)이 6만7691건에서 4237명으로 줄었기 때문.

우선 질병관리본부는 유출된 부적격 혈액 중 적십자사의 EIA검사에서 1회 간염 양성 판정을 받은 후 6회 이상 음성 판정이 나온 헌혈자의 혈액 3만5377건을 제외했다. ‘6회 이상 음성이 나오면 간염 감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자체 결론을 내렸기 때문. 그 후 연세대 의대에서 실시한 1단계 의무기록 검토 조사에서 ‘동일한 수혈자에게 중복 수혈된 혈액’ 등 총 1만6000여 건이 제외됐으며, 통계청과 행정자치부 조사에서 사망자, 연락처 부재자 등 5100여 명이 제외됐다. 그래서 정해진 이번 2단계 조사의 최종 조사대상자 수는 1만343명.

그런데 A사의 조사과정에서 1만343명의 41.1%인 4255명이 혈액검사를 거부하거나 조사에 응답하지 않아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일이 벌어졌다. 최종적으로 혈액검사 결과가 확보된 4237명보다 검사를 거부하거나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연락을 받지 않았으면 모르겠지만 부적격 혈액 수혈로 간염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는데 채혈 검사를 거부하거나 아예 응답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 4000명을 넘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이런 의문은 질병관리본부와 A사가 작성, 조사 대상자에게 배포한 ‘수혈 감염조사 안내문’을 보면 저절로 답이 나온다. 안내문 어디에도 ‘당신이 간염이 의심되는 혈액을 수혈받았다’는 사실이 언급돼 있지 않다. 더욱이 부적격 수혈로 인해 감염 우려가 있다는 점, 수혈 감염자로 판정되면 적절한 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 대상자에게 채혈 검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안내문이 한 줄도 들어 있지 않다. ‘본 조사는 귀하께서 과거 수혈을 받으셨는데, 이후 어떤 문제점은 없으신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입니다’라는 문장이 조사 취지를 설명하는 내용의 전부. 따라서 대상자들은 이번 조사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무료 건강검진 안내서쯤으로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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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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