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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마지막회

손님을 식구처럼, 손님은 집주인처럼

  • 김광화농부 flowingsky@naver.com

손님을 식구처럼, 손님은 집주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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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식구처럼, 손님은 집주인처럼

마을 아이들과 손님 아이가 어울려 오디를 따고 있다. 뽕나무에 올라가 있는 아이들이 이곳 아이들, 아래에서 오디를 받는 아이가 서울서 온 동영이다. 쉽게 어울리고, 서로 할 일을 나누어 하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다.

그땐 제가 너무 순진했는데, 고통스러운 시기를 꾹 참고 견뎌냈어요. 그때 선생님과 반 아이들 전체가 저를 왕따시켰죠. 그래서 학교가 싫었어요. 이번에도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학교 선생님들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홈스쿨링을 하고 싶은 거예요.

홈스쿨링을 시작하면 하고 싶었던 공부나 책을 읽고, 목공일도 할 거예요. 그래서 아저씨 집에 가보고, 홈스쿨링이 뭔지 겪어보고 싶어요. 상상이(우리 아들의 인디언식 이름)도 만나보고 싶어요. 저는 아저씨 아줌마 책을 읽으면서, 홈스쿨링을 하면 경쟁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이 어떤 일을 결정하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홈스쿨링을 하려는 아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애정이 있다. 그 이유는 이 사회에 잘못 알려진 홈스쿨링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집에서 공부한다고 하면 공부는 그렇다 치고, 사회성이나 친구 문제에 대해 상당히 우려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오히려 사회성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고 믿는다. 학교에 갇히지 않으니 친구를 전국에서 사귈 수 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을 억지로 사귀면서 자라다 보면 동영이처럼 나중에는 자칫 사람 자체를 싫어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사람을 선택해서 사귄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상처를 덜 받으며 사람을 사귀는 힘을 배우게 될 것이다.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배울 것이며, 나 아닌 사람으로부터 건강한 에너지를 받는 지혜를 익힐 것이다. 우리 작은아이에게도 또 다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경험도 되리라. 게다가 동영이는 우리 부부가 낸 책을 읽은 독자 가운데 ‘최연소’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뭐든 ‘최’자가 들어가면 강하게 끌리는 그 무엇이 있지 않나.



자존감을 회복한 동영이

하지만 동영이에게 선뜻 오라고 하지 않았다. 너무 바쁘기도 했지만, 미리 서로 알 필요가 있을 듯했다. 동영이와 여러 번 편지를 주고받고, 아내가 서울 갔을 때 그 집 식구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동영이네 식구가 왔다. 동영이 부모님은 하룻밤 자고 돌아가고 동영이는 우리 집에 며칠 더 머물기로 했다.

내가 동영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우리 아이처럼 대하는 것이다. 학교생활에 지친 아이가 편하게 쉴 수 있고, 뭔가에 호기심이 생기면 다가가 이를 채우는 게 좋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 아이가 자신을 잘 돌보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조금이나마 확인하고 키워갈 수 있다면 나로서는 더 바랄 게 없다.

동영이는 우리 생활에 쉽게 적응했다. 도시 아이가 산골 아이들 리듬을 따라가자면 자칫 넘어지기도 하고 벌에 쏘일 수도 있다. 몸의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방법도 새롭게 익혀야 한다. 자연은 울퉁불퉁 제각각이다. 풀이 무성해 길인 줄 알고 디뎠는데 도랑이라 발이 빠지기도 한다. 돌멩이도 바위도 나무도 그 무엇 하나 가지런하지 않다. 자기 길을 가되 그 하나하나에 자신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동영이가 오고 나서 한 이틀은 마음이 쓰였지만 그 뒤엔 편해졌다. 아이가 차분한 성격이라 잘 적응했다. 동영이는 식구처럼 요리도 하고 우리 아이랑 놀기도 하고 혼자 책을 읽기도 했다. 나중에는 이웃집 동생과 사귈 만큼 행동반경이 넓어졌고, 우리 집 고양이와 친구도 되었다. 아이는 있는 듯 없는 듯 잘 지내다 돌아갔다.

그리고 동영이는 우리 홈페이지에 글을 하나 올렸다. ‘홈스쿨링 한 달을 돌아보며.’ 이 글만 봐도 아이는 짧은 기간이지만 무척 많이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다. 친구관계도. 동영이는 자신이 친구를 못 사귀는 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친구를 사귈 기회를 갖지 못한 걸 자각하게 된 것 같다. 다음은 동영이 어머니가 보내온 편지의 일부다.

“홈스쿨링하면서 달라진 동영이 모습을 보는 게 기쁩니다. 동영이에게 자존감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 기쁩니다. 언제나 힘이 없고 지쳐 보였던 아이가 생기 흐르는 점이 기쁩니다. 항상 먼 산만 쳐다보던 동영이의 눈이 빛나게 된 것이 기쁩니다. 모기소리마냥 기어들어가던 목소리가 씩씩해져서 기쁩니다. 싫다 좋다 소리 한번 제대로 못하고 끌려다니던 동영이가 자기 의견, 자기 주장을 하게 된 것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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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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