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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한미 FTA ‘시한폭탄’, 의약품·동식물 검역 협상

美 요구 관철되면 ‘20조 약값 대란’ ‘광우병 재앙’ 불 보듯

  • 강양구 프레시안 과학·환경팀 기자 tyio@pressian.com

한미 FTA ‘시한폭탄’, 의약품·동식물 검역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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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의 뻔한 거짓말

그렇다면 다국적 제약사들은 왜 새로운 약값 결정방식에 반대할까. 고가의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로서는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과 같은 방식이 반가울 리 없다. 이 시스템에 의해 자사의 신약이 그 효과에 비해서 가격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명나면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결국 환자나 의사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보 재정의 약값 지출 중 59.5%가 다국적 제약사의 몫인 현실에서 건보공단은 그 평가 과정에서 ‘보험을 적용받으려면 약값을 현행보다 내리라’고 다국적 제약사를 압박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보면 이런 다국적 제약사의 반발은 ‘염치’ 없는 행동이다. 복지부가 도입하려는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은 유럽,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이들 다국적 제약사의 ‘본국’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약값 결정방식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의 50% 정도가 가입한 민간의료보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 민간보험회사들이 보험적용을 인정하는 약의 목록은 2000여 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무가입제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에서 민간보험사의 위력은 우리 건보공단의 그것을 앞선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을 못 받아들이겠다고 난리를 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의 ‘봉’이나 다름없었다. 자기 입맛에 딱 맞게 약값을 결정해오던 다국적 제약사 처지에서는 새로운 약값 결정방식을 도입하려는 한국 정부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가 한국에서 취한 ‘폭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령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유일한 치료제인 ‘글리벡’(노바티스社)의 한국 약값은 2만3045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경제 수준이 한국보다 훨씬 높은 미국에서는 이보다 더 비싸야 한다. 그런데 미국 연방정부(FSS)가 직접 구매하는 글리벡 가격은 1만9135원이다. 미국 국방부, 보훈처, 보건소, 해안경비대(BIG4) 등 4개 기관에서 구매하는 가격은 1만2490원으로 더 싸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이른바 ‘혁신적 신약’에 대해 한국 정부가 ‘특별 대우’를 해왔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글리벡이나 폐암 치료제 ‘이레사’(아스트라제네카社) 등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약 중에서 그 효과가 기존의 약보다 탁월한 것을 ‘혁신적 신약’으로 분류한다. 혁신적 신약에 대해서는 1999년부터 ‘선진 7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스위스)’의 약값을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말이 ‘선진 7개국’이지 실상은 미국의 약값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약의 경우 대부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가 나면 수개월도 못 돼, 유럽보다도 빨리 우리 식약청에서 허가가 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에서 이들 신약의 약값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틈도 없이 정해져왔다는 얘기다.

미국의 진짜 속셈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복지부가 신약 값을 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은 다국적 제약사가 미국 연방정부에 제시한 약값 수록 책자인 이른바 ‘레드북(Red Book)’이다. 하지만 레드북에 수록된 약값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실제 거래가보다 턱없이 부풀려진 가격이라는 주장이 끊이질 않았다.

예를 들어 미국연방정부나 4대 기관에서 구매하는 약값은 레드북에 수록된 가격보다 40~70% 싼 것으로 알려졌다. 폐암 치료제 이레사의 경우 한국에선 6만2010원인데 비해 미국연방정부가 직접 구매하는 가격(FSS 기준)은 4만9104원에 불과하다. 4대 기관이 구매하는 가격(BIG4 기준)은 3만7960원.

이런 지적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들은 “미국 정부가 직접 구매하는 가격은 대표성이 없다.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이것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사들이 미국에서 거래되는 실제 약값을 직접 밝힌 적은 한 번도 없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된 정부 구입단가가 있는데, 미국의 민간보험회사들이 그보다 더 비싸게 주고 약을 구매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반발의 수준을 넘어, 자신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한국 정부에 압력을 넣어줄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다국적 제약사 구하기’에 나선 미국은 우선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통상 현안이 해결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한미 FTA 추진에 목을 맸던 노무현 정부는 덥석 이 ‘미끼’를 물었다.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노 대통령이 7월21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인정했듯, 4대 선결조건은 한미 FTA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 미국과 사전협상을 진행한 ‘스크린쿼터 축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 네 가지 통상 현안을 말한다. 물론 이 안에는 ‘약값 결정 방식의 현행 유지’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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