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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권의‘미사일 파워게임’

김정일-군부 상호견제 구도, ‘김정철 후계’ 둘러싸고 폭발

  •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lancer@kida.re.kr

北 정권의‘미사일 파워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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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궤도 벗어난 정책결정과정

이렇듯 대외적 요인만으로 미사일 발사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반응을 고려할 때 북한은 앞서 살펴본 세 가지 목표 중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했을뿐더러, 도리어 고립무원 상태에 몰렸다. 이번 미사일 발사로 가장 큰 ‘정책적 실패’를 맛본 것은, 세간의 논란과는 달리 한국도 미국도 아닌 북한인 셈이다. 이는 현재 북한의 고위 정책 결정 체제가 어딘가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났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평양의 정책 결정과정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대외적 요인으로 설명이 안 된다면 평양 내부의 상황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평양이 이번에 보여준 ‘정책적 실패’의 원인을 북한 내부에서 찾으려는 시도 또한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관성과 매너리즘에 빠져 판단착오를 일으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외정책 당국자들의 재임 기간이 짧은 서구 민주주의 체제와 달리 북한의 대남·대외정책 전문가들은 능력만 입증되면 매우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한다. 미국통이라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나 이근 외무성 미국국장은 모두 10년 이상 종사해왔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북한이 그간 미일 및 주요국을 상대로 노련한 협상수완을 발휘한 것도 사실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러한 속성이 엘리트들의 매너리즘을 불러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벼랑 끝 전술을 펼친 끝에 대화와 타협을 얻어낸 클린턴 행정부 시절처럼 이번에도 같은 효과를 기대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을 근본적으로 불신해 ‘정권 변환(regime transformation)’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평양이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도 한계는 있다. 미사일 발사를 앞두고 중국이 두 차례나 외교적 절충을 시도했을 때 과거와 달리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모호하다. 또 애당초 발사 징후가 주요 쟁점으로 등장한 6월에 단숨에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대외적 과시효과를 극대화하지 않고 한 달이나 지체한 이유도 설명할 수 없다.

여기서 나온 게 두 번째 가능성이다.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김정일 위원장 본인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됨으로써, 예전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강온(强穩) 양면의 대외정책을 구사하는 탄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즉 ‘선군정치(先軍政治)’를 통해 군부를 자기 권력의 최대 지지세력으로 제도화한 김정일 위원장이 최근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군부에 심리적으로 종속되는 상태가 됐고, 이로 인해 군부가 선호하지 않는 유화적 대외정책을 택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 해석을 따르면 올해 들어 북한이 보인 일련의 강경노선을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4차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장성급 회담) 당시 서해상의 새로운 해상경계선 설정이라는 ‘근본 문제’의 해결을 주장하며 대화를 결렬시킨 바 있다. 또한 5월말로 예정돼 있던 남북 도로철도 연결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기도 했다.

김정일과 군부의 ‘강경노선 경쟁’?

그러나 이러한 설명도 완전한 타당성을 지니지는 못한다. 군부가 정책 결정과정을 완전히 장악했다면 4차 6자회담을 통해 9·19공동성명을 도출하는 데 동의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또 첫 번째 설명과 마찬가지로 왜 북한이 대담하게 조기 발사를 강행하지 못했는지도 설명할 수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러한 모든 상황을 음미해보면, 결론은 한 가지 추론을 향해 달린다.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 군부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관계 속에 강경노선의 선명성 경쟁을 벌인 것 아니냐는 세 번째 추론이 그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에 대한 잠재적 도전세력을 제거하고 권력계승 문제를 포함한 제반 현안에 있어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히려면, 10년간의 선군정치를 통해 불가피하게 확장된 군부의 정치적 위상과 영향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단기적 차원에서는 오히려 군부의 의도보다 더욱 강경한 정책노선으로 나타났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김 위원장이 개혁개방을 선택함으로써 군부를 견제하는 것은 불가능했을까. 개혁개방을 밀어붙일 경우 군부의 직접적인 반발이나 저항에 직면해 오히려 정치적 위기를 촉발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핵 카드와 미사일 발사라는 강경노선을 통해 미일의 양보와 러시아 및 중국의 후원을 얻어냄으로써 국제사회에 자신만이 유일한 협상대상이라는 점을 부각하고자 계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창출된 대외관계의 업적은 군부를 통제하는 원동력이 되고,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김정일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강화할 경우 군부 또한 이에 반발하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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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lancer@kid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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