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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 획정에서 남북정상회담까지 ⑮

이승만 장기집권의 토대, 부산 정치파동과 발췌개헌

  •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정치학 iykim@skku.edu

이승만 장기집권의 토대, 부산 정치파동과 발췌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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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장기집권의 토대, 부산 정치파동과 발췌개헌

1952년 이승만이 제출한 직선제와 양원제 개헌안을 국회가 부결하고 내각 책임제 개헌안을 제출하자, 민중자결단, 백골단 등 정체불명의 단체들이 나타나 국회해산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렸다.

그의 눈에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자신과 정부를 공격하는 의회 내 야당 세력의 행동은 통일을 저버린 매국행위이자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행위로 보였다. 한반도가 재차 분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진통일을 달성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직선제 개헌을 관철해 자신이 대통령에 재선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요컨대 그는 직선제 개헌의 관철을 권력(정권) 유지뿐 아니라 전쟁정책(북진통일론)과도 연결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직선제 개헌안 제출을 전후해 이승만은 직선제 민의를 배반한 국회의원을 소환하자는 관제데모를 동원하고, 그동안 유보했던 지방자치제선거를 실시했으며, 총리와 내무장관에 심복인 장택상과 이범석을 임명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원 체포

그러나 이승만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당시 그는 경찰과 특무대를 통해 ‘육군본부 내의 흥사단(평안도) 인맥이 장면과 결탁해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정보보고를 받고 있었다. 이용문은 평양 출신으로서 육군본부 평안도 인맥의 핵심이었다. 또 원내의 반이승만 의원들은 5월29일 국회에서 대통령선거를 전격적으로 실시해 장면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이승만은 다급했다. 이에 그는 1952년 5월25일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무력으로 압박했는데, 그것이 바로 부산 정치파동이다.

이승만은 공비 출몰을 이유로 5월25일 부산, 경남, 전남북 일원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그는 심복인 원용덕을 직제에도 없는 육해공군 총사령관 겸 헌병사령관이라는 자리에 앉혀 이 지역의 계엄업무를 총괄토록 했다. 당시 부산지역에는 치안을 담당하는 헌병을 빼고는 군 병력이 전혀 없었다. 전투부대 병력은 모두 일선 전투나 지리산 일원의 공비토벌에 투입돼 있었다.



따라서 이승만은 대구에 있는 육군본부에 군 병력의 출동을 명령했다. 그러나 육군참모총장 이종찬 중장은 군이 정치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명령을 거부했다. 이승만이 원용덕의 헌병대에 의존해 친위쿠데타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튿날 계엄군은 의원 10명을 국제공산당에 관련됐다는 이유로 구속하는 등 야당 의원들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야당 의원은 잠적하고 국회는 그 기능이 정지되는 헌정(憲政)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최초의 정치적 상황은 이승만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5월28일 국회는 계엄령 즉각 해제를 결의했고, 다음 날 부통령 김성수가 계엄선포를 ‘반란적 쿠데타’라고 비난하면서 사표를 냈다. 미국은 유엔한국위원단(UNKURK)을 내세워 계엄령 해제와 국회의원 석방을 요구했다. 라이트너 주한미대리(代理)대사도 5월30일 이승만을 만나 미국 정부가 유엔한국위원단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6월4일 미국 정부가 이승만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애치슨 국무장관이 주한 미대사관에 보낸 전문은 미국의 정책변화 이유와 향후 해법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는 어느 정도의 리더십이 있어야만 한다. 만일 이승만이 약간 통제되고 부드러워질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이러한 리더십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다. 최종 결과가 이승만이 대통령으로 남아 있는 것일 때, 미국과 유엔의 이해관계는 보다 확고하게 보장될 수 있을 것 같다. 국회가 강압 때문에 마지못해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뽑는 것보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할 때, 그는 한국 내외에서 더욱 확고한 지위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승만이 국회의 통제 아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지난 6월3일 부산에서 우리에게 보낸 전문에 나와 있는 (장택상) 총리의 제안 중 2항과 3항(이 내용은 뒤에서 설명함-필자)이 그 예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통령 직선제와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하는 것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FRUS 1952-1954,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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