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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코사 니시다 야스마루 회장&에넥스 박유재 회장

“사랑하라, 인간적으로 대하면 해결 못할 게 없다”

  • 권주리애 전기작가, 크리에이티브 이브 대표 evejurie@hanmail.net

일본 와코사 니시다 야스마루 회장&에넥스 박유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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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코사 니시다 야스마루 회장&에넥스 박유재 회장

한국의 부엌을 현대식으로 바꾸는 데 앞장서온 박유재 회장.

“부엌가구는 대기업의 영역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몫이니 걱정하지 마라. 중소기업이 지프라면 대기업은 고급 세단인데, 고급 세단이 거친 길을 달리면 바퀴가 (진흙탕에) 빠져서 나올 수가 없다. 그러니 작은 소년이 황소를 모는 것처럼, 고삐를 단단히 틀어잡고 ‘대기업 황소’를 몰아라.”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박 회장은 주변의 권유로 정계에 진출했다. 1981년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11대 국회에 입성했다. 회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당시 오리표싱크는 스테인리스 싱크만 직접 제작하고, 목재 캐비닛은 납품을 받아 완제품 싱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 들어서면서 오리표싱크는 캐비닛도 직접 생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4년 임기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오리표싱크의 기술력이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져 있었다. 그는 40일에 걸쳐 일본과 유럽의 부엌가구 공장 30여 곳을 둘러보았다. 캐비닛 생산라인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귀국한 뒤 캐비닛을 만드는 자동화 설비에 상당한 자본을 투자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자본금이 100% 잠식당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는 생각다 못해 일본으로 떠났다. 니시다 회장에게 급박한 사정을 알렸다. 그러자 니시다 회장은 기꺼이 1억엔을 빌려줬고, 박 회장은 이를 토대로 회사채를 발행해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박 회장은 “그때 니시다 회장에게서 돈을 빌리지 못했다면, 오늘의 에넥스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음새 없는 싱크 상판



오리표싱크로 출발한 에넥스는 ‘친환경·고품격 인테리어’를 모토로 1992년, UV 도장제품을 출시해 컬러 부엌시대를 열었다. 2003년에는 가구업계 최초로 우수산업디자인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워터본(Water Borne)’이라는 신소재를 개발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워터본은 수성도료를 적용한 소재. 쉽게 말해 싱크 표면을 도장할 때 시너가 아닌 물로 희석한 도료를 사용하는 것이다. 소재 자체에 항균기능도 있다.

에넥스가 이처럼 앞선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니시다 회장이 기여한 바가 크다. 오리표싱크는 1987년 국내 최초로 이음새 없는 싱크 상판을 내놓았는데, 니시다 회장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니시다 회장이 기억하는 당시 상황은 이렇다.

“박 회장이 나를 찾아와 평소 성격대로 다짜고짜 이음새 없는 싱크 상판 설계도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것도 공짜로. 당시 일본에서는 해충과 위생 문제로 이음새 없는 싱크 상판의 인기가 절정이었지만 한국에는 그 기술이 전무했다. 내가 박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설계도면을 한국에 보낼 때 회사 간부들이 전부 들고 일어나 반대를 했다. 설계도가 일본의 경쟁업체로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 회장에게 내준 최신 기술은 일본에서도 와코사만이 가진 소중한 자산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 설계도가 와코사에 얼마나 귀중한 자산인지를 박 회장이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사람을 인간적으로 사귀면 국경이 없어진다’며 간부들을 설득했다.”

니시다 회장은 설계도뿐만 아니라 기술자까지 함께 보내주었다. 설계도만 덜렁 던져주면 박 회장이 한국 부엌가구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우수한 기술력 없이는 대기업의 자본력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리표싱크는 와코사에서 파견한 기술자로부터 하이테크를 전수해 최신식 부엌가구를 출시했다. 위생과 해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이음새 없는 싱크는 주부들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오리표싱크는 난립하던 부엌가구 중소업체들 틈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꼭 감은 두 눈, 굳게 다문 입술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박 회장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성격이 괄괄한 편인 그는 위에서 큰소리를 치면 일의 진행이 빨라진다고 믿었다. 실제로 그의 급한 성격이 업무 진행 속도를 높이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을 다치는 이들이 생겨났다. 급한 성격 탓에 비즈니스 협상에서 손해를 보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박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니시다 회장의 중요한 회의에 동석했다가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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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리애 전기작가, 크리에이티브 이브 대표 evejur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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