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만들기 올인 ’ 손익계산서

안보리 진출 연기, 國際線 기금 부과, 막대한 외교자원 투입…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만들기 올인 ’ 손익계산서

3/5
“전혀 관련 없다”지만…

내년 상반기부터 국제선(國際線)을 이용하는 내외국인들은 항공료와는 별도로 1000원의 빈곤퇴치기금을 내야 한다. 9월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한국국제협력단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렇게 모인 연간 150억원 상당의 자금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기금으로 활용된다.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정부는 외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11인의 운용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대외 무상원조사업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으로 하여금 외교부 장관의 위탁을 받아 기여금을 관리·운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당초 기여금 징수에 대해 “자발적으로 걷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징수에 드는 비용과 난점을 감안해 강제 부과하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채택했다”는 것이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러한 기금 부과는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 3개국 순방 중에 발표한 ‘코리아 이니셔티브’에 따른 것이다. 아프리카 개발원조를 오는 2008년까지 현재의 3배 규모인 연간 1억달러 규모로 확대하기로 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국제선 이용객에 대한 기금 부과는 바로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취지로 도입되는 것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개발원조의 확대 이유는 세계 11위의 경제규모에 비해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기여가 매우 적다는 ‘당위론’이다. 지난해 한국의 정부개발원조(ODA)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08% 수준에 불과해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것. 그간 국내외에서는 대외원조를 늘려 국가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전 2030’에는 2030년까지 ODA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0.3%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아프리카에 대한 지원 확대에는 산유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도모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계속 미뤄져왔던 대외원조 확대가 올해 들어 ‘국제선 강제 기금부과’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책으로 구체화된 데에는 반기문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진출시도가 하나의 계기가 됐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한국 이미지’를 개선하면 사무총장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전체 10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는 탄자니아와 콩고, 가나 3개국. 쉽게 말해 ‘지원 공약’의 의미가 있는 셈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지원확대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사무총장 선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프랑스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세기까지 아프리카에 식민지가 많았던 프랑스에는 현재도 아프리카의 안정 문제가 국내정치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주요한 이슈다. 한국이 아프리카 안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한다면 프랑스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물론 외교부는 공식적으로는 이 같은 ‘고려’를 부인한다. 국제선 기금부과를 통해 대외원조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며, 대외적으로 ODA 확대와 사무총장 진출 건이 관련이 있는 것처럼 비쳤다면 투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보인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이 이미 갖고 있는 계획을 검토해 사무총장 진출이라는 외교적 목표를 위해 지렛대로 활용할 따름이라는 것. ODA 확대를 주장해온 대외원조 관련기관에서는 사무총장 진출 추진이라는 계기를 통해 ODA 확대라는 ‘당위’를 국민적 동의 아래 추진할 수 있다면 반가운 일이라는 속내도 숨기지 않는다.

‘제3세계 빈곤퇴치’라는 대의나 국가 위신을 생각할 때 ODA의 확대가 지극히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이견이 없다. 실제로 대통령과 국무회의에도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국제선 기금부과 문제가 보고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계획돼 있던 국제선 기금부과가 ‘2006년 9월’이라는 시점에 확정된 것이 사무총장 진출 지원과 관련이 깊다는 점은 청와대 관계자들도 쉽게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해 대외원조를 늘리는 방식이나 국민의 자발적인 기여 대신 ‘국제선 강제부과’라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이 된 것에 대해서는 정부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에게 추가부담을 강제로 지울 법적 논리가 완벽하지 않아 헌법소원 등이 제기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 장관 본인도 지난 3월 MBC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지만, 최종결정은 달랐다.

비상임이사국 추진 연기한 속내

안보분야 전문가들이 더욱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무총장 선거전이 본격화한 8월말 외교부가 2007~08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추진을 포기한다고 발표한 부분이다. 공식발표문에 따르면 ‘제반 외교여건에 따른 결정’이지만, 외교부 당국자들도 이번 결정이 사무총장 진출 건과 관련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비상임이사국 결정과 사무총장 선출 일정이 10월로 대략 일치하다보니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좇는 모양새가 됐고, 이 때문에 명분도 서지 않고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3/5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목록 닫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만들기 올인 ’ 손익계산서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