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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와 조폭 이야기

3류 건달 ‘푼돈’이 유명 건달 주요 수입원으로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바다이야기’와 조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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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 초기인 1993년 검찰의 대대적인 슬롯머신 수사는 도박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슬롯머신이 불법 도박으로 낙인 찍히자 전국의 슬롯머신 업소는 모두 문을 닫았다. 수사 과정에 ‘슬롯머신 대부’로 불리던 정덕진씨가 구속되고, 정씨와 범서방파 우두머리 김태촌씨의 친분이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인오락실은, 말하자면 슬롯머신 퇴출로 빚어진 도박업계의 공백을 메우는 차원에서 생겨난 것이다. 정부는 ‘돈 넣고 돈 먹기’인 슬롯머신의 도박성을 의식해 성인오락기의 경우 당첨이 되면 현금 대신 경품을 주도록 했다. 경품은 다시 상품권으로 바뀌었다.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오락실 옆에 있는 환전소에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사실상 슬롯머신 시절로 되돌아간 셈이다.

환전소에서는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면서 액면가의 10%를 뗀다. 이것이 성인오락실의 주된 수입원이다. 겉으로는 성인오락실 업주와 상품권 환전업자가 다르지만, 실제로는 같은 사람이거나 동업관계다. 대부분의 오락실 업주는 제3자를 내세워 환전업소를 대리 운영하고 있다.

B씨는 “성인오락실 수입은 곧 상품권 환전 수입”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 강북에서 성인오락실 6곳을 운영하다 최근 폐업한 C씨도 “대부분의 오락실 업주가 상품권 환전업을 같이 한다”고 털어놓았다.

성인오락실이 성행하는 것은 당첨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승률이 ‘바다이야기’의 경우 95~100%, ‘황금성’의 경우 101~103%로 알려졌다. 이는 검찰수사에서도 확인됐다. 승률 100%라면, 이론적으로는 1만원을 넣고 게임해 한푼도 잃지 않음을 뜻한다. 오락실 자체로는 돈벌이가 안 된다는 얘기의 근거가 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승률이 높은데다 예시(豫示)와 연타(連打) 기능으로 대박 심리를 부추기니 손님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 알려졌다시피 ‘바다이야기’의 성공 요인은 성인오락기 중 처음으로 예시와 연타 기능을 도입한 것이다.

상품권 유통 거간꾼 노릇

성인오락실업계에서 조폭 또는 조폭 출신 사업가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조폭이라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다 대부분 합법적인 사업가 행세를 하기 때문이다.

오락기 판매망에 밝은 B씨는 “성인오락실의 70%가량이 조폭과 관련돼 있다”고 추정했다. 반면 오락실을 직접 운영해온 C씨는 “언론과 수사기관에서 과장해서 그렇지 실제로는 그다지 많지 않다”며 “업주 10명 중 한 명꼴”이라고 했다.

언뜻 두 사람의 얘기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관점이 다른 데서 비롯된 차이일 뿐이다. C씨의 얘기는 업소 운영 쪽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고, B씨의 증언은 오락기 제조 및 판매, 상품권 유통 등 전반적인 분야를 두고 언급한 것이기 때문이다.

성인오락기 판매에는 ‘기본 대수’라는 게 있다. 한 업소에 최소한으로 파는 오락기 수를 말한다. 예컨대 ‘바다이야기’는 60대, ‘황금성’은 50대다. ‘바다이야기’ 한 대는 700만원대 안팎에서 매매된다.

C씨에 따르면 ‘바다이야기’ 60대를 구비하는 데 드는 비용은 그에 필요한 상품권 구입비까지 포함하면 10억원대다. 따라서 웬만한 조폭은 자금이 달려 업소를 직접 운영하기 힘들다는 것. C씨는 “강북의 경우 깡패가 직접 운영하는 업소가 별로 없었는데, 올해 들어와 갑자기 늘었다”고 했다. 모두 ‘바다이야기’ 영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업소 운영말고도 조폭이 개입하는 영역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상품권 유통이다. 게임산업개발원에서 지정한 상품권 발행업체는 모두 19곳. 이 업체들은 서울을 비롯해 각 지역에 대리점을 운영한다.

성인오락실 업주는 이 대리점을 통해 상품권을 구입한다. 자연히 상품권 수급을 둘러싸고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때 조폭이 끼어들어 양쪽을 연결해주고 중개료를 챙기는 것이다. 일종의 거간꾼인 셈이다.

성인오락실용 상품권 한 장 가격은 5000원이고 하루에 유통되는 상품권은 업소당 최하 1만장이다. 거간꾼 노릇을 하는 조폭은 장당 100원을 중개료로 떼는 것으로 알려졌다. 1만장이면 100만원이다. 만약 중개하는 업소가 10군데라면 1000만원을 앉아서 버는 셈이다.

서울의 영광파와 부산의 신20세기파를 비롯해 일찍이 성인오락실업계에 뛰어든 폭력조직은 대부분 상품권 유통과정에 관여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상품권 발행업체에 돈을 투자해 지분 수입을 챙기는 조직도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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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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