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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요리사가 털어놓은 식당 비리

파리떼 덮인 닭고기, 세균덩어리 미국 쇠고기, ‘재활용’ 한식 반찬

  • 박찬일 요리사, 요리 전문기고가 chanilpark@naver.com

현직 요리사가 털어놓은 식당 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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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자국 음식값이 한국처럼 싼 나라가 없다. 3000~4000원짜리 한식이 수두룩하다. 이건 분명 문제가 있다. 어떤 선진국이든 자국의 음식은 비싸다. 서유럽에서 해당 국가 음식으로 한 끼를 먹으려면 적어도 15달러 이상이 든다. 그곳에서는 외래 음식이 자국 음식에 비해 싸다. 패스트푸드나 아시안푸드가 헐값이다. 이런 구조가 정상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 반대다. 패스트푸드 한 끼보다 한 상 가득 차려놓은 한식이 더 싸다. 스파게티나 초밥 한 그릇의 반값도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필자의 외국인 친구는 이런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기형적인 음식문화는 결국 반찬을 재활용하고, 요리사의 인건비를 후려치는 결과를 낳는다.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0시까지 일하는 밥집의 이른바 ‘찬모’ 월급이 고작 100만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루 종일 김치거리를 다듬고, 반찬을 만들고, 서빙까지 하는 대가로는 터무니없이 적다.

한식 밥값이 1만원쯤으로 오르면 소비자에게 뭐가 좋겠느냐는 반문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좀더 넒은 관점에서 그렇게 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요식업 종사자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유익한 일이라고. 무엇보다도 위생의 관점에서 그렇다. 음식값이 정상화되면 반찬 재활용도 사라지고, 버려지는 음식물도 줄어들 것이다. 요리사들의 인건비도 현실화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게 ‘운동’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 참 난감하다.

식당에서는 참 많은 기물을 쓴다. 그중엔 플라스틱 기물이 많다. 문제는 플라스틱 기물이 뜨거운 국이나 찌개를 퍼담는 데도 쓰이고, 기름으로 볶는 요리에도 쓰인다는 점이다. 펄펄 끓는 탕 국물을 버젓이 플라스틱 바가지로 푸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플라스틱 주걱으로 뜨거운 팬에서 태연히 뭔가를 볶는 식당도 있다.



벗겨진 코팅은 누구 입으로?

직업이 요리사라 그런지 필자의 눈에는 이런 광경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한번은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갔는데, 멋지게 차려입은 주방장이 플라스틱 주걱으로 노상에서 음식을 볶고 있었다. 호객까지 하면서 말이다. 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어린 요리사가 플라스틱 집게로 스파게티를 볶고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표정으로.

그뿐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고무장갑에 대해서도 그 용도를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식당에서는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 언젠가 텔레비전을 보다 보니 학교 급식 현장에서도 고무장갑이 마구잡이로 쓰이고 있었다. 빨간색 고무장갑은 쓰레기 처리나 청소용, 분홍색은 설거지나 잔반처리용이며 조리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노란색뿐이다. 그러나 이처럼 고무장갑의 용도를 구분해 사용하는 식당이 얼마나 될는지.

대부분 식당에는 식기세척기가 있다. 그러나 식기세척기가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간과되고 있다. 식기세척기로 그릇을 닦고 나면, 검은색의 흔적이 남는 경우가 있다. 기름때가 있으면 가성소다 찌꺼기와 반응해서 그런 흔적이 남는다고 한다.

가성소다는 매우 독한 세제로 알려져 있다. 물로 충분히 헹구지 않으면 그릇에 남아 음식물과 함께 결국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식당이든 식기세척기로 닦은 그릇을 물로 다시 헹굴 리 만무하다. 영세한 식당이든, 대형식당이든 이윤의 문제가 얽힌 탓이다.

서울 강남과 목동 등지의 아파트촌에는 ‘스사모’라는 게 있다고 한다. ‘스테인리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코팅된 프라이팬과 냄비의 위험성을 알고 스테인리스로 대체해서 쓰자는 모임이라고 한다.

어떤 식당이든 코팅된 팬을 즐겨 쓴다. 기름을 절약하고 요리를 빠르게 완성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질 좋은 코팅팬보다 값싼 코팅팬을 사용한다. 싸구려 코팅팬은 요즘 중국을 통해 많이 수입되고 있는데, 팬 하나에 3000~4000원짜리도 흔하다. 이런 팬의 경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코팅이 벗겨진다. 벗겨진 코팅이 누구 입으로 들어갈지는 자명한 일. 요리사와 업주의 양심에만 맡기기에는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싸구려 코팅팬에는 신경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이 다량 들어 있고, 중금속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관련 법규로 규제하고 있지만 일선 식당에서 전혀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안심하고 한 끼 음식을 사먹기 위해 더 이상 수수방관해서는 안 될 문제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신동아 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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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요리사, 요리 전문기고가 chanilp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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