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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시장, 달마도의 진실

구도(求道)의 예술혼은 간데없고 부적(符籍) 상술만 판친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5000억 시장, 달마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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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가 도사로 둔갑한 까닭

5000억 시장, 달마도의 진실

한·중·일 3국의 최고로 추앙받는 김명국의 달마도.

도대체 이런 미확인의 ‘믿음’은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 달마도는 중국 선종(禪宗)의 시조로 알려진 ‘달마(達磨, 보디다르마, 菩提達磨) 대사’를 그린 그림이다. 달마는 남인도(일설에는 페르시아) 향지국(香至國)의 셋째 왕자로 태어나 대승불교의 승려가 된 인물. 520년경 중국에 들어가 9년간 면벽좌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후 선종을 창시했고, 소림사(小林寺)에서 참선을 해 소림권법의 창시자로도 알려져 있다. 이후 달마는 불교계에서 깨달음과 선(禪)의 세계, 선무도(禪武道)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달마가 신격화한 것은 그의 삶에 얽힌 설화와 관련 있다. 중국 양(梁)나라 무제(武帝)의 부덕과 오만을 질타하다 죽임을 당한 달마가 관 속에서 부활해 신발 한 짝만 남기고 서쪽으로 떠나갔다(西天行)는 이야기, 그리고 서천행을 하는 달마를 군사들이 쫓아가자 갈대 잎을 꺾어 타고 강물을 건넜다는 전설이 그것이다.

불교의 스승이자 대선사인 달마가 우리나라에서 귀신을 쫓는 ‘퇴마사’나 ‘도사’의 이미지로 굳은 데에는 ‘소림사’의 역할이 컸다. 소림사가 주무대인 홍콩 무협영화, 만화, 무협지를 보고 자란 세대의 머릿속엔 달마대사가 무술의 달인이자 신적 존재로 주춧돌처럼 박혀 있다. 영화, 만화, 무협지에 표현된 달마는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고, 강 위를 뛰어 다니며, 연기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온갖 귀신을 혼자 쫓아내는 달마대사는 일반인에겐 신(神) 그 자체다.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절대공력’을 가진 스님이 대부분 달마의 형상을 지닌 것도 그 때문이다. 짙은 눈썹에 부리부리한 눈, 긴 수염에 펄럭이는 장삼….

그래서일까. 우리 국민에겐 부처님보다 달마가 더 친숙하다. 할아버지 이름은 몰라도 달마는 안다. 대구·경북지역의 소주 제조업체 (주)금복주는 자사가 만든 술을 먹으면 복이 온다는 의미에서 회사의 로고인 ‘복영감’의 얼굴을 달마도에서 차용했다. 달마대사에 대해선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은 영화의 제목이 ‘달마야 놀자’와 ‘달마야 서울 가자’가 된 것도 대중적으로 신격화한 달마의 이미지를 영화사가 상업적으로 이용한 까닭이다.



실종된 ‘원조 달마도’

지금은 달마가 대중적 회화의 소재가 됐지만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달마도는 선승이나 화가들의 전유물이었다. 현존 달마도 중 걸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은 조선 중기 묵화와 선종화의 대가 연담 김명국이 그린 ‘달마도’(1630년경,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머릿수건을 덮어쓰고 근심어린 표정으로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는 달마를 그려낸 이 작품은 예부터 달마도를 즐겨 그려온 한·중·일 3국의 달마도를 통틀어 ‘최고’라는 극찬을 받는다. 당시 조선에 온 일본 사신은 김명국이 달마도를 그려주지 않자 본국에다 군함 수천 척을 몰고 조선을 침공할 것을 진언하기도 했다. 거칠 것 없이 시원스레 내달리는 김명국 달마도의 묵선과 여백의 조화는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선승의 풍취와 빼어난 예술성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달마도의 가치는 그 필법이나 구성이 ‘무심(無心)’ ‘자유’ ‘절대 공(空)’과 같은 선(禪)의 세계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김명국의 달마도가 ‘달마도의 지존’으로 불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윤두서, 김홍도, 장승업에 이르기까지 조선 묵화의 대가들이 그린 달마도에는 이런 선의 세계와 작가정신이 철저하게 녹아 있다. 참선하는 선승들은 달마도의 한 획을 그으면서 깨달음을 얻었고, 화가들은 달마도 한 점에 자신의 예술혼을 담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구도의 수단이자 예술혼의 상징이던 달마도는 이제 구복(求福)이나 액(厄)막이, 무속신앙의 일개 부적으로 전락했다. 예술작품이라고는 도저히 인정하기 힘든 달마도가 부적시장에 침투해 그 규모가 기존 부적시장을 능가할 정도다.

하지만 이를 검증하고 차단할 법적, 제도적 장치는 현재로선 전무한 상태다. 점을 보고 점의 결과가 맞지 않는다고 항의하러 가는 사람이 드물듯, 달마도를 산 사람들도 스님이나 화가가 약속한 달마도의 효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이나 주변 환경의 변화로 바라는 바를 얻게 된 사람은 이 모두가 영험한 달마도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달마도의 ‘기(氣) 효과’를 알리는 전도사 노릇을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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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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