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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 시장, 달마도의 진실

구도(求道)의 예술혼은 간데없고 부적(符籍) 상술만 판친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5000억 시장, 달마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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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도가 이처럼 액운을 차단하고 행운을 주는 ‘부적 그림’으로 전락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상업 달마도를 직접 그리는 스님, 화가들을 찾아 질문을 던졌다. 이에 더해 누가 이런 유행을 주도했으며 그 계기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답은 마치 사전에 짜고 이야기한 듯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한 화가와 특정 방송 프로그램을 지목했다.

상업 달마도의 탄생

달마도가 구복과 수맥차단용 그림으로 본격적으로 팔려 나가기 시작한 시점은 SBS ‘토요미스테리극장’이 1998년 1월과 2월 청광 김용대 화백의 인생 스토리와 그가 그린 달마도의 수맥차단 효과를 연속 방영한 이후부터라는 것. 기자는 청광 달마도의 유명세를 확인하기 위해 전국 그림의 집결지인 서울 인사동 거리를 찾았다. 미리 섭외하지 않고 무작정 아무 표구사에나 들어가 “청광 김용대 화백의 달마도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구동성으로 “이 바닥에서 청광 모르면 간첩이죠”였다.

경남 고성군의 벽촌에 있는 화가를 서울 인사동 표구사 주인들이 어떻게 알고 있을까. 그들은 “지난해까지 하루에도 몇 명씩 청광 달마도 액자를 맞추러 오는 손님이 있었고 요즘도 일주일에 몇 명씩은 온다”고 했다. 김 화백의 화실이 있는 부산의 표구사 주인 P씨는 “김 화백의 화실(경남 고성)과 가까운 부산에는 솔직히 청광의 달마도로만 먹고 사는 표구사도 있다”고 했다. 표구사 주인들은 한결같이 “전국의 이름난 표구사 중에 청광 작품을 표구하지 않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음은 부산의 표구사 주인 K씨와 상업 달마도를 그리는 화가 P씨의 증언이다.

“1998년 이후 김 화백에게 달마도를 구입하기 위해 평일엔 40∼50명, 주말이면 많게는 수백 명이 관광버스를 대절해 찾아간다. 성수기나 관광철이 되면 하루 2000∼3000명이 몰려가기도 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난해까지는 그랬다. 아무리 그림을 빨리 그린다해도 어떻게 그 수요를 감당하는지 놀랍다. 얼마 전까지 주문을 하면 6∼7개월 후에야 그림을 받을 수 있었다.”



화가와 표구사 주인들의 증언은 김 화백이 언론에 밝힌 사실과도 일치하며, 경남 고성의 인근 주민들도 확인을 해줬다. 달마도를 고성군의 김 화백 화실(달마선원)에서 직접 구입한 사람들이 인터넷에 공개한 달마도 가격은 반신상이 10만∼50만원, 전신상은 100만∼200만원이다. 가장 낮은 가격으로 계산하더라도 1998년 이후 김 화백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네이버 검색창에 ‘김용대·달마도’를 쳐봤다. 그러자 관련 블로그와 질문 코너가 쏟아진다. 각 블로그에는 김 화백의 인생역정을 다룬 신문, 잡지의 글과 방송에 나온 일화들이 자세히 소개돼 있었다. 네티즌들의 가장 흔한 질문은 ‘달마도를 구입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와 ‘방송에 나왔다는데 사실인가요?’였다. 네티즌들은 서로 다른 블로그나 웹 페이지에서 퍼온 글로 답을 해준다. 김 화백의 화실 전화번호를 직접 가르쳐주거나 인터넷 카페 주소를 알려주는 이도 있다. 김 화백에 대해 소개한 각종 매체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민화(民畵)를 그리던 김용대 화백은 전국을 돌며 민화를 수집하고 달마도를 무료로 그려줬는데 그 숫자가 10만장에 달한다. 그의 달마도 무상 보시(布施)는 1982년부터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1975년 달마대사가 꿈에 나타나 달마도를 그릴 것을 명령한 후 그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달마를 단숨에 그려냈다. 김 화백의 달마도에서는 강렬한 기(氣)가 나오며, 그가 직접 그린 달마도를 소장한 개인이나 가정에는 행운이 오고, 수맥을 차단하는 신비한 효과가 있다. 이는 1998년 1월과 2월 SBS ‘토요미스테리극장’에 소개된 내용이다. 김 화백은 방송 이후 달마도를 그려달라는 10만통 이상의 편지를 받고 무서워 일본에 도피한 적도 있다.”

의문 커지는 청광 달마도

김 화백의 화실인 달마선원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봤다. 언론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올려놓았을 뿐, 김 화백의 그림을 붙이면 수맥이 차단된다거나 복이 온다는 내용은 직접 광고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카페에 올려진 동영상에서 그는 관광버스를 대절해 찾아온 방문자들에게 “꿈에 달마대사가 나타나 자신을 그림으로 옮기라고 한 이후 달마도를 그리고 있다. 무상으로 보시도 많이 했다. 꿈에 달마대사가 보이면 손님이 많다. 나의 달마도에선 기가 나온다. 이 달마도를 사 가면 생활에 변화가 올 것이다”고 말한다. 수맥차단 효과만 빼고는 언론에 나온 내용과 다를 게 없다.

이 카페의 메모장을 보면 달마도의 가격은 전화문의나 직접 방문을 통해서만 공개하고, 지난해까지 달마도는 직접 방문한 사람에게만 팔았으며, 대금을 지급하면 5∼6개월 후에나 달마도를 받을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직접 방문하면 바로 달마도를 줄 수 있으며 우편배달도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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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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