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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시장’ 뺨치는 신림동 고시학원가

연 20억 버는 족집게 강사… 현직 변호사도 줄줄이 ‘과외교사’로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대입 시장’ 뺨치는 신림동 고시학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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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시장’ 뺨치는 신림동 고시학원가

신림동 고시학원가. 마치 대학입시처럼, 학원 수강을 하지 않고는 고시에 합격하는 사례도 드물어졌다.

또한 교재 저작권료와 인지대, 대학 초빙 특강까지 포함하면 실력 있는 강사 수익은 더욱 올라간다. 이들 가운데 학원 지분을 가진 강사도 있다. 교재가 인기를 끌자 직접 출판사를 차린 강사도 생겨났다. 고시생 B씨는 “기본강의는 1년 내내 있고 회당 1만1000원이다. 비디오테이프로 학원 강의실에서 보는 영상강의가 8000원, 강의 테이프 대여료가 3000원이다. 회당 6000원인 인터넷 동영상 강의도 있다. 인기가 많을수록 다양한 방법으로 수강료 수익이 올라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수익의 이면에는 ‘양극화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강사들의 피 튀기는 전쟁이 있다. 한두 해 반짝 떴다 사라지는 강사도 숱하다. 인기강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고시촌 수강생들은 강의시간에 예리하고 집요한 질문을 퍼붓는다. 이때 실수라도 한 번 하면 강사 수명이 끝나기도 한다.

몇 년 전 모 인기강사가 1차 사법시험 직후 학원을 그만둔 적이 있다. 모의고사 문제풀이 강의를 하다 착각해서 잘못 가르쳐준 문제가 사법시험에 그대로 출제되어 수강생 전부가 틀린 답을 써냈기 때문이다. 수강생들은 늘 비판적 시각으로 강의에 임하기에 수업시간이면 강사와 수강생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돈다. 수시간씩 매일 반복되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학원을 그만두는 인기강사도 있다.

한국사이버대 신호진 교수의 형법 판례집은 고시생들 사이에 ‘바이블’로 통한다. 그는 몇 차례 사법시험에 실패하고 생계를 위해 학원 강사로 뛰어들었다. 그가 학원가에서 성공한 비결은 수험에 적합하게 커리큘럼을 짜고 같은 강의라도 수강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수시로 내용을 바꾸는 데 있다. 이렇듯 철저한 강의 및 교재 준비, 노력과 성실이 그를 특급강사 반열에 오르게 했다. 다음은 신 교수의 말.

소문난 특급강사들



“수강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강의하고 모의고사 출제 문제의 적중률이 높아야 버틸 수 있다. 웬만해서 수강생들에게 인정받기 어렵다. 대입 재수학원은 1년에 한 번씩 수강생이 바뀐다. 그에 비해 사시는 몇 년씩 공부하는 게 기본이라 수강생들의 ‘물갈이’가 잘 안 된다. 수강생은 똑같은 강의를 듣기 싫어하므로 1년 내내 강의내용이 같으면 도태된다. 그래서 강의 내용을 자주 바꾸거나 아니면 3~4년 주기로 강사들을 물갈이해야 학원과 강사가 도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강사로 오래 버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강의가 없는 날 하루 10시간씩 강의준비를 하고 문제집을 만들려면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특급강사는 고시촌뿐 아니라 대학가에서도 명성이 높다. 방학이면 전국 대학에서 특강 요청이 쇄도한다. 이들은 법대생 사이에 인기를 누리는 반면 사법시험 출제위원인 대학교수에겐 요주의 인물이다. 사법시험 문제 적중률이 높은 ‘족집게 강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사법시험에서 판례 중심의 문제 비중이 높아지면서 출제위원들은 소문난 강사들이 가르치는 내용을 피해서 문제를 내려고 애를 쓴다. 자칫 특정 강사의 강의를 듣지 않은 고시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 젊은 고시생들은 ‘속전속결’을 목표로 고시촌에 뛰어든다. 학원 시스템이 자리잡으면서 체계적·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통계로 보면 사시공부 3년차에서 합격자가 가장 많이 배출된다. 합격률이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승부를 건다. 고시공부를 시작하는 시기도 과거보다 빨라졌다.

과거 법대생은 2학년까지 놀고 3학년부터 고시준비를 시작해 졸업 후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반면 지금은 1학년 말부터 시작해 졸업 전에 고시 합격을 목표로 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대학입시에 합격해놓고 입학하기도 전에 사시학원 강의를 들으러 오는 예비 법대생도 있다. 학원 수강생 가운데 대학 재학생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이유다.

신호진 교수는 “예전에는 고시 합격이 한 가정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라 사명을 갖고 죽기살기로 공부했지만 요즘은 10년씩 고시에 매달리지 않는다. 직업선택 차원에서 3~4년 투자하다가 안되겠다 싶으면 과감히 털고 고시촌을 뜨는 추세”라고 했다. 여기에 2009년경부터로 예상되는 로스쿨 제도 도입 때문에 사법시험이 폐지되기 전 결판을 내야 한다는 불안심리도 고시생의 속전속결 의지를 부추긴다. 장수 고시생들은 ‘▲술을 좋아한다 ▲누군가가 부탁하면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몸에 아픈 데가 있다 ▲운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다 ▲정신력이 강한 편이 아니다’ 가운데 세 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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