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성학원은 한 반 학생 수가 15~20명이다. 소수정예는 아닌 셈. 그러나 꼼꼼한 학생지도와 상담으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평을 듣고 있다.
“자정이 넘도록 남아 자율학습을 하는 아이가 적지 않아요. 새벽 1시에 퇴근하다보면 학원 밖에서 잠깐 숨 돌리고 다시 들어가 공부하는 아이들을 종종 보죠. 아이들이 그렇게 남아서 공부하면 선생님들도 아이들이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퇴근해요. 입시철이면 더하죠. 얼른 집에 가서 쉬라고 해도 안 가요.”
그렇다고 좋은 실적의 원인이 우수한 학생들을 가려 뽑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심은숙 원장은 “처음부터 우수한 실력으로 학원에 들어온 학생도 있지만 다수는 70점 이상이라는 기본 실력이 차츰차츰 향상되어 과학고에도 진학하고, 소위 명문대에도 들어간 경우”라고 했다.
명성학원은 1년에 한 번 전체적으로 반배치를 새로 하는 것 외에 평균 두 달에 한 번 자체 시험을 치러 그 결과에 따라 월반(越班) 기회를 준다. 그리고 한 반의 학생수가 늘어나면 실력에 따라 다시 반을 쪼갠다. 우열반과 구별되는 수준별 맞춤식 교육이 가능해지는 한편 학생들에겐 충분한 자극이 된다. 양선숙 강사는 “학원 초창기부터 월반제도가 학생들을 자극해왔다”고 말한다.
“성적이 어느 정도 올라 월반하는 학생에겐 상을 줘요. 이사장님이 직접 상을 주니 상을 받은 학생은 굉장한 자부심을 갖죠. 반면 욕심과 달리 몇 달째 같은 반에 머물러 있는 학생은 낙심할도 수 있어요. 그래서 간혹 학원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 성적이 부쩍 올랐을 때, 90점 이상을 맞았을 때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상을 주니까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면이 더 크죠.”
실력과 목표에 따라 잘게 쪼개진 반에선 명성학원 입시전략연구소와 교재연구실에서 제작한 자체 교재로 수업이 이뤄진다. 학년별 교육과정에 충실하되 응용학습과 심화학습을 강화, 중학생이라도 장기적으로 대입 준비에 필요한 기반을 다진다는 목표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명성학원 강사진은 “설사 특목고 입시에서 고배를 마시더라도 장기적으로 대입 준비를 탄탄히 한 셈이기 때문에 학생으로선 아쉬움이 있을 뿐 손해 볼 건 없다”고 자신한다.
“영어, 수학만 잘해선 안 된다”
심은숙 원장은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려는 학부모들로부터 ‘내신은 신경 쓰지 말고 특목고 입시 대비에 치중한 특별 교육을 시켜달라’는 요구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 자녀에게 과외를 많이 시키는 집은 영어만 해도 학교시험용 영어와 수능 영어, 그리고 회화를 따로 가르친다고도 하니 그런 부탁을 할 만도 하다. 일반적으로 특목고에 입학하려면 영어나 수학만 월등히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 그렇게 전략적으로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학원도 많다. 그러나 심 원장의 생각은 좀 다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내신을 확실하게 다지도록 해요. 수학만 잘하거나 영어만 잘해서 특목고에 가는 게 아니거든요. 물론 어느 한 가지만 잘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학생에게 필요한 기본 소양이기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대학에 가는 건 인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어른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봐요. 그래서 학부모님들께 내신을 완벽하게 정리한 아이들이 성실하고, 특목고 시험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둔다고 조언합니다.”
상담의 힘
이덕희 이사장은 학원생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이야기할 때 자기 이름을 앞세우지 않는다. 꼭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될 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명성학원 이사장 이덕희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아이들을 큰사람으로 만드는 건 지식과 숙련된 교수법이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학원 복도를 돌아다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아무 말 없이 다가와 양복 주머니에 과자며 사탕을 집어넣고 달아난다. 어른이 먼저 아이를 믿어주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는 어른을 따르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