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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가 10년 추적 끝에 최초 공개하는‘이명박 운하’의 전모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신동아가 10년 추적 끝에 최초 공개하는‘이명박 운하’의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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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운항 일수는 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데 결정적 변수다. 한강과 낙동강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끼거나 강이 꽁꽁 어는 경우, 태풍과 폭우, 폭풍 등 기상특보가 발효되는 경우에는 바지선이 운항하지 못한다. 경부운하 반대론자들은 수자원공사의 최종보고서를 인용해 “선박운항 불가능일수가 90일이나 되는 운하는 운송수단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수자원공사는 최종보고서에서 1986년부터 1995년까지 10년간의 기상청 자료를 인용해 한강이 결빙되는 기간이 1년 평균 120일, 낙동강은 93일이라고 밝혔다. 또 안개 일수는 한강이 평균 49일, 낙동강이 11일, 폭풍·호우·태풍에 의한 기상특보 발효 일수는 한강이 46일, 낙동강은 24일이라고 했다. 모두 합하면 선박운항이 불가능한 날은 한강이 215일, 낙동강은 128일이나 된다. 결빙과 안개, 기상특보가 겹치는 날을 고려하면 한강 180일, 낙동강 100일로 줄어든다. 그런데 수자원공사는 “선박의 운항이 가능할 정도의 결빙이나 안개도 있다”며 한강과 낙동강을 통틀어 선박 운항 불가능 기간을 약 90일로 봤다. 그러나 왜 90일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신동아’는 기상청에 의뢰해 수자원공사가 조사한 기간(1985∼95년) 이후인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의 기상상황을 알아봤다. 분석 결과, 연 평균 안개 일수는 한강이 35일, 낙동강이 11일, 결빙 기간은 한강이 14일, 낙동강은 1.8일, 기상특보 발효일수는 한강·낙동강 똑같이 21일이었다. 낙동강은 2000년의 18일을 제외하곤 한번도 결빙된 해가 없었다. 특히 안개, 결빙, 기상특보를 산술적으로 합쳐도 선박운항 불가능 일수는 한강 70일, 낙동강 33.8일이 나온다. 근거를 알 수 없는 계산이지만 수자원공사 방식으로 결빙과 안개, 기상특보가 겹치는 날을 빼고, 거기서 또 며칠을 빼면 실제 선박운항 불가능 일수는 20일도 채 되지 않을 듯하다.

‘연 90일 선박운항 불가능’?

연세대 토목공학과 조원철 교수는 “선박운항 불가능 일수가 90일에 이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강이 결빙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올 경우 전날부터 작은 모터보트로 물결을 일으키고 다니면 강은 절대 얼지 않는다. 강이 얼어 운하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은 운하 선진국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라며 어이없어 했다. 안개에 대해서도 “코앞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상황이 아니면 관계없다. 운하 폭이 좁은 곳에서는 지시등을 켜는 등 안개에 대비한 시설을 제대로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같은 기상청 자료인데도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 10년간 우리나라의 기상 상태가 급변하기라도 한 것일까. 확인 결과 수자원공사는 기상청의 결빙일수 자료를 잘못 인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자원공사는 한강과 낙동강 수면 자체의 결빙일수를 조사한 게 아니라 한강 인근 지역의 각 기상대(서울·충주기상대)와 낙동강 근처의 기상대(추풍령·대구·부산 기상대) 관측 결빙일수를 차용했다.

즉 기상대 내부에 고여 있는 물의 결빙일수를 기록한 것. 더욱이 충주와 대구, 추풍령은 겨울이 춥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그러나 한강과 낙동강은 흐르는 물이니만큼 설사 기상대에 고여 있는 물이 꽁꽁 언다 해도 결빙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서울측후소와 충주측후소의 연간 결빙일수는 무려 110일에서 132일에 이르렀고, 부산·대구·추풍령 측후소의 10년 평균 결빙일수는 각각 60일, 89일, 121일이었다. 반면 흐르는 물 위에서 측정한 한강과 낙동강의 실제 결빙일수는 14일과 1.8일에 불과하다.

수자원공사와 국토개발원은 운하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통계를 왜 이렇듯 자의적으로 차용한 것일까. 기상청 관계자는 “한국수자원공사는 국가하천 곳곳에 관리소를 두고 있기에 굳이 기상청 자료를 이용할 필요도 없고, 더욱이 측후소 내부의 결빙현상을 흐르는 강의 결빙일수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수자원공사의 한 직원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냐고 물었더니 “용역 연구자는 발주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세월이 흘렀으니 지금 다시 용역을 맡기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정부 발주 용역의 특징은 결과를 정해놓고 한다는 것”이라며 이 직원의 말을 풀이해줬다.

팔당호에서 남한강을 거슬러 양평군 양평읍과 여주군 관내로 들어서면 조선시대 4대 나루였던 이포와 조포가 나온다. 1960년대까지 존재했던 이포와 조포의 강 양쪽으로 펼쳐지는 수려한 풍광에는 입이 절로 벌어진다. 지명 뒤에 ‘원(院)’이 들어가면 조선시대에 나라가 만든 숙박시설이 있었던 곳이고 ‘포(浦)’가 들어가면 나루가 있었던 곳을 의미한다. 그래서 ‘마포나루’라고 하면 ‘서울역전(驛前) 앞’과 마찬가지로 틀린 표현이다.

조포는 조선시대 여주, 이천 지역의 진상미를 한양으로 올려보내는 조공나루였다. 그 지형은 선박이 머물고 가기에 딱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 진상미를 보관하는 조창도 근처에 있었다. 그래서 나루의 이름도 조포(租浦)다. 조포는 남한강의 절경이 한눈에 보이는 신륵사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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