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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진보’가 거머쥔 대한민국 문화권력

“인민군이 남한 점령해도 이렇게는 못한다”(모 연극인)

  • 홍찬식 동아일보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코드 진보’가 거머쥔 대한민국 문화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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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의 담당 국장이 먼저 심사장으로 들어와 형식적인 인사를 한 뒤 나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후보를 밀어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았습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김윤수 후보는 인터뷰에서 ‘지난 3년 동안 해오던 일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요지로 발언했습니다. 심사 결과 높은 점수 순으로 3명의 후보가 뽑혔는데 의외의 결과는 아니었다고 봅니다.”(A 심사위원)

“후보들의 편차가 심했습니다. 몇몇 분은 전공이 미술관장직을 수행하기에 거리가 있거나 지명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3명과 나머지 후보의 점수 차이가 컸어요. ‘코드 인사’가 작용했다면 3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할 권한이 있는 문화관광부 장관이 할 수는 있겠죠.”(B 심사위원)

최종 후보에 오른 인사는 김윤수 현 국립현대미술관장, 미술평론가이자 대학교수인 S씨, 문화관광부 관료 출신의 C씨였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 가운데 김씨를 낙점했다.

한 미술계 인사는 “김윤수 현 관장을 비롯해 진보 진영의 인사들이 미술관장이 되려고 뛴다는 말이 나돌자 ‘코드’와 관련 없는 사람들은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원해봐야 괜히 들러리나 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심사위원 A씨는 “후보들 모두 자기 스스로 추천한 자천(自薦)이었다. 이 방식은 문제가 있다. 유능한 인사 중에 자천을 꺼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타천(他薦) 방식도 도입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국립국악원장 인선도 비슷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3년 전 국악인 항의 성명을 주도한 김정수 추계예술대 교육대학원장은 “지난번에는 모처럼 국악인들이 집단행동을 해보았지만 결국 정권의 뜻대로 이뤄졌다. 이번 재임명 역시 마찬가지일 것 같아 처음부터 국악인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립국악원장 역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3명의 후보를 선출한 뒤 문화관광부 장관이 김철호 현 원장을 낙점했다.

실질적 선택권은 정부에

문화관광부는 공모제를 통해 심사의 공정성을 높였다고 내세우지만 심사위원들이 3명의 후보를 뽑고 장관이 최종 낙점하는 시스템이라면 실질적인 선택권은 정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코드 인사의 홍수 속에서 공모제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다.

김윤수 관장은 ‘민중미술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이론가이다. 그가 3년간 국립현대미술관장 재임 중에 해놓은 실적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의 연간 관객 수가 2001년 139만명에서 2005년에는 79만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한 전시회 가운데 이렇다할 전시회가 없었던 점도 김 관장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마이너스 요인이다.

미술관장은 업무 추진능력이 중요한데 김 관장은 별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관람객의 접근성이 떨어져 서울 시내로 이전하거나 별도의 전시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래서 그의 임기 중에 서울 덕수궁 내 석조전 동관을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문화관광부 내에서 거론됐지만 아직까지 별 성과가 없다. 경복궁 옆 기무사 자리를 국립현대미술관 터로 확보하자는 목소리가 미술계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으나 이 역시 어려워진 상황이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지하주차장을 신설하기 위해 89억원의 예산이 배정됐지만 건설이 취소됐다. 코드 인사 여부를 떠나 실적 면에서 그리 내세울 게 없다. 한편 미술관 내에선 학예직과 김 관장의 불화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조직 화합과 관리 능력도 뛰어나지 않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가 밝힌 인사원칙 중 하나는 산하단체장의 연임을 피한다는 것이었다. 2004년 12월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언론재단 이사회가 박기정 이사장의 연임을 결정하자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참여정부는 정부 산하기관장을 연임시키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승인을 거부했다. 그런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별 실적도 없는 김 관장을 재임명했다.

국악계 사분오열이 개혁?

김철호 국립국악원장은 진보 성향의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소속으로 고(故)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자 배우 문성근씨의 형인 문호근(작고)씨와 친분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노 대통령 측근 인사들과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다시 국악인 김정수 추계예술대 교육대학원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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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동아일보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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