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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지금은 ‘사이보그 2.0’ 시대, “텔레파시로 말해봐∼”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지금은 ‘사이보그 2.0’ 시대, “텔레파시로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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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의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감지하게 할 수도 있다. 또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이나 간질, 정신분열증을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거꾸로 신경계로 전달되는 신호를 약화시킴으로써 즉시 통증을 줄이는 진통제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침술에도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전망이 밝다.

반대로 신경계의 신호를 외부에 내보낼 수도 있다. 그 신호를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처리하면 다양한 장치들을 쉽게 작동할 수 있다. 굳이 리모컨을 찾느라 헤맬 필요 없이 텔레비전을 볼 수 있고, 마우스와 키보드 없이도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다. 뒷자리에 편안히 앉아서 자동차를 운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는 굳이 워릭처럼 칩을 이식하지 않고서 가능한 것도 있다. 가령 뇌파를 이용해 컴퓨터를 작동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실험들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워릭의 두 번째 실험이 지닌 진정한 의미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개인 간의 직접적인 의사소통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있다. 그것은 인간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 신경계와 연결된 무선 송수신기로 내 감정과 생각 또는 행동이 일으키는 신경계의 전기 신호를 컴퓨터로 보내 인터넷을 통해 남에게 그대로 전달한다면, 그의 몸에 이식된 칩은 그 신호를 받아 그에게서 똑같은 감정이나 생각 또는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멀리 떨어진 친구에게 굳이 전화를 걸어 말할 필요가 없이, 인터넷을 통해 내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다. 짝사랑하는 애처로운 심정을 전달할 수도 있고, 내가 아프다는 것을 식구들에게 신속히 알릴 수도 있다.

그것을 ‘텔레파시’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한 사람의 사고, 말, 행동 따위가 멀리 있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현상이 바로 텔레파시 아닌가. 그러면 의사소통의 수단이 말이나 글이 아니라 생각 자체가 된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좀더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거리 유세나 텔레비전 연설을 할 필요 없이 집 안에 앉아 생각만으로 유권자를 설득할 것이고, 주식시장에서는 생각의 속도로 거래가 일어날 때 빚어지는 대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머릿속으로 직접 전달되는 타인의 온갖 생각들, 광고, 악감정, 기대, 설득, 강압, 세뇌 등에 대처하느라 뇌의 활동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고, 문학이나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 활동도 구체적인 작품 없이 이루어질지 모른다. 문학에서는 제임스 조이스류의 ‘의식의 흐름’ 기법이나 초현실주의가 다시 부흥하지 않을까.



이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슈퍼맨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기억과 정보처리 능력은 증진시킬 수 있다. 뇌가 컴퓨터망에 연결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윌리엄 깁슨의 소설 ‘뉴로맨서’나 영화 ‘매트릭스’가 현실이 된다고나 할까. 굳이 가상 공간에 접속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꼬챙이를 뒷목에 꽂거나 머리에 장치를 쓸 필요도 없이 말이다. 또 우리가 이용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감각들도 쓸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전기뱀장어의 전기, 박쥐의 초음파, 곤충의 적외선이나 자외선을 보는 능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케빈 워릭은 우리가 기술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새로운 단계로 진화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기계들에 맞서려면 인간도 사이보그로 새롭게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사이보그 기술은 인간에게 대안을 하나 더 제공하는 것과 같다. 그냥 순수한 인간으로 남든지, 사이보그가 되어 능력을 강화하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컴퓨터를 거부한다고 해도 컴퓨터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듯이, 우리가 이미 사이보그가 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시대에 와 있을 수도 있다. 케빈 워릭의 사이보그는 그저 개량형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기술적 한계, 그러나…

워릭의 사이보그가 실용화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기술적으로는 먼저 이식되는 장치에 대한 몸의 거부 반응을 해결해야 한다. 몸은 이물질에 대해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그의 장치도 나중에 꺼냈을 때 생체조직으로 뒤덮여서 기능을 많이 상실한 상태였다. 또 신경은 아주 미세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뇌의 뉴런들이 기억이나 감정을 어떻게 만들고 떠올리는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손의 움직임 같은 단순한 신호를 전달하는 것과 달리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을지 모른다. 이런 문제점은 나노기술이나 조직공학 분야에서 해결책이 나올지도 모른다.

뇌가 이질적인 정보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문제이다. 뇌는 그런 정보를 받아들일까, 거부할까. 받아들인다면 어떤 식으로 처리할까. 갑자기 밀려드는 정보의 홍수에 신경이나 뇌가 손상을 입을 수도 있지 않을까.

게다가 그런 손상을 의도적으로 일으키려는 사람도 나올 수 있다. 원한이 있거나 강도짓을 하려는 사람이 상대방의 신경계와 뇌를 공격할 수도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전쟁이 벌어졌을 때 컴퓨터를 이용한 대규모 공격도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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