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9월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용갑 의원이 기자들에게 국가보안법 반대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노동당 2중대’의 카타르시스
그는 국회에 입성하면서 “안보 하나만큼은 확실히 챙기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집권 여당인 신한국당 내에서 그는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어 대표가 됐다. 쟁쟁한 선배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그가 대표를 맡는 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고 한다. 그 주춧돌은 바로 ‘김용갑은 할 말은 한다’라는 소신 이미지였다.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눈치보고 두려워서 못하지만 나는 한다”고 그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2000년 11월 재선(再選)의 김 의원은 국회 본회의 통일 외교 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H의원이 김 의원의 의원회관 방을 찾았다.
“형님, 형님이 한마디 해주소. 이거 그냥 보고 있어야 합니까?”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뒤 남북은 급속히 유화국면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해 6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6·15공동선언이 채택됐다. 보수진영의 위기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K의원과 또 다른 K의원도 김 의원을 찾아왔다.
“한마디 안 하고 뭐하십니까.”
“당신들은 왜 안 해?”
“우리는 해봐야 먹혀들지를 않아요.”
“그럼 뭐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어?”
“…”
김 의원은 그때 택시 기사들이 하는 얘기가 떠올랐다고 했다. 대정부 질문 당일 오전 김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가필한 원고를 H의원에게 보여주면서 물었다.
“이 정도면 되겠나?”
“맞습니다. 맞습니다. 이런 표현을 어떻게 생각해냈습니까.”
H의원은 연신 박수를 쳐댔다.
발언대에 선 김 의원은 천천히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민주당은 정강정책까지 바꿔가면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보안법 개정이 가져올 상황에 대한 염려나 고민은 전혀 없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에 급급하다. 이런 식의 개정 추진은 결국 김정일이 자신의 통일전선 전략을 남한 내에서 구현하는 데 집권당이 앞장서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당초 원고에 없던 가필 부분에 ‘힘’을 주어 읽어내려갔다.
“이러니 사회 일각에서 ‘민주당이 조선노동당 2중대’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것이다.”
본회의장이 시끄러워졌다. “뭐야” “미친 사람 아냐” “사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