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발굴 비화

‘북한 선교사 훈련생’ 76명,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

처형, 고문, 투옥… 피로 물든 비밀선교 프로젝트

  • 주성하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북한 선교사 훈련생’ 76명,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

3/6
‘북한 선교사 훈련생’ 76명,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

탈북선교사 양성작업을 주도하다 2001년 체포되어 추방당한 최광<br>당시 선교사(현 열방빛교회 목사)와 그가 최근 펴낸 실화집 ‘내래 죽어도 좋습네다’.

2기생은 1년간의 교육을 마친 뒤 다시 옌볜으로 나가 130명의 3기 훈련생을 모집했다. 3기 중 50여 명만이 북한 선교사로 세워졌다. 2기와 3기는 2001년 4월 다시 파견돼 4기생을 모집했다. 그로부터 불과 두 달 뒤 각 사역장은 중국 공안의 급습을 받아 76명이 체포됐고, 다행히 체포를 면한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최 선교사는 실화집에서 자신의 목표가 선교사 5000명을 양성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혼자만의 힘으로 이러한 대규모 사역을 하기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집세를 내야 하고 먹을 것도 조달해야 했다. 막대한 돈이 필요했다. 최 선교사의 뒤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록도북성교회 등 50여 개의 국내외 교회가 있었다. 이외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교계 관련 미국·한국 기업들이 있었다. 총신대 김의환 총장은 현지를 찾아와 격려하기도 했다. 탈북자 북한 선교사 양성사업은 이렇듯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 기독교계의 후원 아래 벌어진 사건이다.

피를 뿌리다

북한 보위부는 2기 사역이 시작됐을 무렵부터 통독반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옌볜에서 성경을 공부하는 학생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자 특무를 학생으로 위장해 통독반에 심어놓기 위한 공작을 폈다. 3기에는 실제로 보위부 특무가 통독반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행히 곧 탈북자들에게 적발됐다. 이미 옌볜에서 활동하다가 탈북자들에게 꼬리를 잡힌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사역장의 위치와 리더들의 신상을 보고하면 보위부가 공안과 협조해 체포를 단행할 예정이었다. 북한 보위부 요원이 북송된 탈북자들에게 “너 통독반에 있다 왔지?” 하면서 집요하게 캐묻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부터였다.

통독반 선교사 중에도 순교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1기 선교사로 옌볜으로 나간 진칼빈과 박요한은 보위부 특무를 학생으로 모집하려다, 보위부의 의뢰를 받은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칼빈은 한국으로 가는 것이 꿈이었던 26세의 애티 나는 청년이었다. 박요한은 초기에 글도 읽지 못하던 사람이었으나 성경에 빠져든 뒤부터는 밤늦게까지 혼자 성경을 공부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꼭 목사가 되어 북조선의 많은 영혼을 구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내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최광 목사의 실화집 중에서)

북한 보위부는 이들을 체포하자마자 포고문을 내고 ‘시범 케이스’로 공개처형했다.

사역장을 누구보다 울린 사람은 당시 60세이던 2기 장만식 아바이였다. 장 아바이는 통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체포됐다. 호송차를 기다리던 공안들은 담장에 이들을 세워놓고 두 명의 보초만을 남긴 채 밥을 먹으러 갔다. 장 아바이는 학생들에게 “내가 저쪽 높은 담장으로 도망치면 너희들은 이쪽 낮은 담장으로 도망쳐라”고 했다. 이미 그는 공안에게 맞아 운신하지 못할 상태였지만 남을 위해 자신을 바친 것이다. 그의 희생으로 학생들은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담을 넘은 학생이 목격한 것은 장 아바이가 개머리판으로 사정없이 맞고 쓰러지는 모습이었다.

장 아바이는 북한에서 농촌 노동당 비서였다. 그러나 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됐다가 보위원이 술에 취한 틈을 타 권총까지 빼앗아 탈북에 성공했다.

이후 그는 북한 보위부 감옥에서 단식 끝에 숨졌다. 그 소식에 전 사역장 구성원들이 며칠 동안 울었다.

1기 주광호 선교사는 칭다오에서 사역하다가 체포됐다. 북한 보위부 요원이 직접 와서 그를 호송했다고 한다. 그보다 한 달 전 그의 부인인 탈북자 서모씨가 베이징에서 체포됐다. 서씨는 북한 감옥에서 보위원들을 향해 기독교를 전도했다고 한다. 당시 감옥에서 그에게 감명 받은 한 여성이 ‘나도 예수를 믿어야겠다’고 생각하고 3기 학생으로 들어왔다. 주 선생과 부인 서씨의 이후 소식은 알려진 바 없지만, 그들이 지금도 살아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3/6
주성하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목록 닫기

‘북한 선교사 훈련생’ 76명,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