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독일 경제는 답이 될 수 없다!

‘라인강 기적’ 갉아먹은 ‘사회적 시장경제’의 치명적 자만

  • 민경국 강원대 교수·경제학 kkmin@kangwon.ac.kr

독일 경제는 답이 될 수 없다!

3/6
사회적 시장경제 이념은 사회적 설계주의에 기반을 두었다. 이는 정부가 사회를 이상적인 곳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경제성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독일 정부는 국가가 시장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능력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국가가 안정적인 고용과 소득의 증대를 보장한다고 믿었다. 성장과 분배가 결합된 경제가 도덕적으로 훌륭하다고 여겼다.

여기에다 언론과 국민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분배의 불평등, 경기변동에 의한 소득의 불안정, 실업의 위험성이 자유시장경제의 문제라고 보았다. 경쟁에 대한 반감도 폭넓게 퍼져 있었다. 그러나 노벨경제학 수상자이자 20세기 가장 위대한 자유의 대변자로 칭송받는 하이에크는 사회적 설계주의를 일러 ‘치명적 자만’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하이에크가 지적한 대로 사회적 시장경제 이념은 어떻게 독일 경제의 역동성을 약화하고 저성장과 고실업을 야기했을까. 우선 노동분야부터 살펴보자.

사회적 시장경제를 주창한 좌파는 독일을 노동자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이는 노동을 특별한 서비스로 취급하고자 하는 충동에서 나왔다. 친(親)노동성향을 구현하기 위해 산별노조, 해고억제를 통한 고용보호, 노동자의 경영참여제도 등을 도입했다.

산별노조는 노사간 힘의 균형을 달성하겠다는 명분에서 도입했다. 임금과 노동조건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산별노조와 단체협상을 통해 정해졌다. 따라서 기업별, 지역별, 부문별 차이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임금과 노동조건이 결정됐다. 개별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단체협약은 중간 또는 하위 업체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줬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일자리를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시간을 연장하기로 종업원과 합의해도 이는 불법으로 무효화됐다.



발목 잡기 좋은 제도

해고억제를 통한 고용보호 때문에 독일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하기도 어렵다.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하지 않으면 안 될 때도 기업은 이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다. 부양가족이 많거나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사람, 근무기간이 오래된 사람을 해고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해고수당 지급도 기업에 큰 부담이었다. 해고와 퇴직수당 지급 문제를 두고 법정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노동법원의 판결은 대부분 노동자에게 유리했는데, 이런 판결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노동 수요를 억제하고 실업자에게는 노동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친노동정책의 절정은 경제민주화란 명분으로 도입된 노동자의 경영참여제다. 기업의 인수합병, 입지 선정, 해외투자, 연구개발, 고용과 해고 같은 결정에 노동자 대표들이 참여하다보니 노동자에게 불리한 정책은 채택되지 않았다.

이 제도는 상황변동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기업 적응력을 떨어뜨렸다. 노동자들이 기업경영의 발목을 잡기 좋은 제도다. 종종 기업가는 이를 풀기 위해 임금인상이나 고용안정을 약속하기도 했다. 경제 논리에 따른 경영을 방해한 것이다.

독일 경영자의 56%는 이런 제도들을 반대한다. 외국 자본의 독일 투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독일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고, 독일의 주식시장 발달이 지체되는 것도 이런 제도들 탓이다.

요컨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높이고 노동수요를 억제해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 불리하다.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이다. 신규 노동자, 미숙련 노동자, 부녀자와 같은 취약 근로계층이 직접적인 피해자다. 서민의 삶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오히려 서민을 괴롭히는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 이념을 적극적으로 실천한 것이 1970년 이후 대폭 확장한 복지제도다. 독일 복지제도는 시혜성이 대단히 크고 관대한 것이 특징이다. 노령 연금, 간병보험, 건강보험, 실업보험 제도로 구성돼 있고, 실업보험은 실업급여, 실업보조금 그리고 사회부조금으로 세분돼 있다. 그러나 이것이 빈곤 탈출을 막고 독일 경제의 침체를 가져온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노동자를 해고로부터 각별히 보호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서 일하지 못하는 사람 또는 질병으로 일하지 못하는 사람도 보호한다.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으면 제1단계로 실업보험에서 지급되는 실업급여(종전 노임의 67%)를 받는다. 그 기간은 나이에 따라 다른데 고령노동자의 경우 32개월 동안 받는다.

3/6
민경국 강원대 교수·경제학 kkmin@kangwon.ac.kr
목록 닫기

독일 경제는 답이 될 수 없다!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