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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2

기면서 맛본 생명체험, ‘사랑밭’을 충만케 하다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기면서 맛본 생명체험, ‘사랑밭’을 충만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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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면서 맛본 생명체험, ‘사랑밭’을 충만케 하다

안철환씨. 목발을 짚어서인지 웃음이 더 넉넉해 보인다. 그는 넉살도 좋아 어딜 가나,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차를 유턴하더니 ‘만남의 광장’으로 간다. 이곳은 주차하기도 좋고,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니 좋은가보다. 차에서 내려 몇 걸음만 걸으면 된다. 분위기가 산만하기는 하지만 이야기 나누기에는 무리가 없다.

▼ 도시농업이란 발상이 참 신선한데 어디서 그런 영감을 얻게 되었나요.

“귀농학교 출신 가운데 실제 귀농하는 사람은 20%가 채 안 돼요. 귀농하기 전에 실습할 곳도 마땅치 않고. 그러던 차에 책을 하나 내게 되었지요.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라고. 그 책이 도시농업의 이론적인 배경이에요. 책을 쓰면서 도시농업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아바나의 도시농업은 생계형이에요. 미국이 취한 경제봉쇄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런데 쿠바와 우리는 다르잖아요. 그럼 우리는 뭐냐? 아직 이거다 싶은 한국식 도시농업에 대해 합의는 못 봤어요. 나는 생태운동으로 보고 싶어요. 운동으로 보는 거지요. 요번에 일본에도 가보고 또 유럽을 다녀온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니 선진국은 레저형이에요. 운동성은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도시에 해결할 문제가 참 많잖아요? 먹을거리는 물론 환경, 쓰레기, 실업…. 생태도시로 거듭나는 데 도시농업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리라 믿어요.”

▼ 철환씨가 안산도시 텃밭학교를 연 지 5년째인데, 그동안 달라진 게 있다면 어떤 거죠?



“초기에는 귀농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5월이나 6월만 되면 다 떠나버려요. 농사 맛을 조금 보니까 열 평, 스무 평 가지고는 성에 안 차는 거라. 그러다보니 가을쯤에는 농장이 텅 비는 거예요(웃음). 이제는 귀농하려는 사람들보다는 도시에서 텃밭을 가꿔보려는 분들이 중심이 됐어요.

십시일농(十市一農)

보통사람들이 느끼기에 귀농이라고 하면, 이건 아주 ‘센 사람’들이 하는 거잖아요? 반면에 농사를 잘 모르는 경우 귀농한 사람은 ‘도시의 패배자’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기도 해요. 그렇지만 우리 회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지요. 그러니까 도시농업은 귀농의 징검다리가 아니라 조금 독자적으로 가야 한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 ‘생태운동으로서의 도시농업’이란 말이 조금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어요. 구체적으로 들려준다면?

“다섯 가지 테마를 제안하고 싶어요. 첫째가 내 밥상 자급하기. 물론 100%는 아니에요. 농사를 지어봄으로써 밥상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차츰 밥상 자급도를 높이는 거지요. 우선 가을 김장부터 자급하는 게 목표고. 둘째는 생태적인 시민운동이에요. 내 쓰레기 퇴비화운동. 말하자면 일종의 순환운동이지요. 셋째는 이웃과 더불어 하는 공동체 운동이에요. 보통 주말농장에 가보면 팻말 있고 줄 띄우고, 요건 누구네 밭. 조거는 누구네 밭…. 이런 식으로 금을 긋는데. 나는 이게 마음에 안 들어요. 우리는 그런 구분을 안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가끔 어떤 회원은 남의 밭을 자기 밭이라고 우겨요. 특히 열심히 안 하는 사람들이 그래요.

열심히 나온 사람일수록 이웃을 잘 알게 되죠. 옆 밭 사람이 바빠서 못 오면 대신 일해주기도 해요. 곡식이 자라면 제때 솎아줘야 하는데 바쁜 이웃을 위해 대신 솎아주는 거야. 그럼, 미처 오지 못한 사람은 남이 솎아줘 좋고, 솎은 사람은 자기가 솎은 걸 가져가서 먹어 좋고.

이렇게 텃밭을 일구다보면 쓰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쓰레기가 얼마나 문제인지를 알게 되죠, 서로 배려하는 법도 배우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공동체운동이 저절로 되는 것 같아요. 추수감사제도 그렇고 주말에는 원두막에 둘러앉아 술도 한잔씩 나누면서 소통을 하는데, 저는 이를 ‘텃밭 공동체’라고 해요.

넷째는 도농(都農) 공동체 운동을 해보자, 구체적으로는 십시일농(十市一農)이지요. 도시에 사는 열 가구가 농촌 한 가정이랑 결연하는 겁니다. 도시 농부들이 짓지 못하는 농산물은 농촌에서 사 먹고, 시골 농가는 도시 농부에게 씨앗도 나눠주고 퇴비도 주고 다양한 농사체험도 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도시 사람 모두 농부가 되자는 겁니다. 이건 먼 훗날의 이야기이지만 모두 언젠가는 흙에 뿌리내리고 살자는 거죠. 조금 거창한 이야기이지만 도시농업이 발전한다는 건 도시를 생태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 농업을 살릴 길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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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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