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인간의 숨겨진 식스센스, 놀라운 실체를 드러내다!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인간의 숨겨진 식스센스, 놀라운 실체를 드러내다!

3/4
인간의 숨겨진 식스센스, 놀라운 실체를 드러내다!

아시아 코끼리의 암컷은 페로몬을 분비해 수컷을 유혹한다.

그러자 상당수의 여성에게서 배란주기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배란 이전의 난포기에 있을 때 채취한 겨드랑이 분비물에 노출됐을 때는 월경주기가 짧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즉 예정 배란일보다 더 일찍 배란이 됐다. 반면에 배란기에 있을 때 채취한 분비물을 발랐을 때에는 배란일이 늦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것은 여성이 페로몬을 분비한다는 것을 입증하고도 남았다. 그보다 앞서 매클린톡 연구진은 쥐의 암컷이 다른 암컷들의 임신을 억제하는 페로몬과 촉진하는 페로몬을 분비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들은 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여성도 두 종류의 페로몬을 분비한다고 추론했다. 하나는 배란 전에 만들어지는 것으로 배란 주기를 짧게 하며, 다른 하나는 배란 때 생산되는 것으로 배란 주기를 길게 한다는 것이다.

공포와 불안도 전염?

이 실험으로 여성이 페로몬을 분비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 페로몬이 어떤 것인지는 앞으로 밝혀낼 과제이다. 남성도 여성의 월경주기에 영향을 끼치는 페로몬을 분비할까? 그것도 앞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배란주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쥐들은 같은 시기에 새끼를 낳고 키우는 편이 유리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태어난 새끼들이 먼저 태어난 다른 암컷의 새끼들에게 밀려나 죽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 해석을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진화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조상들이 살던 선사시대에 그럴 필요가 있었던 것일까? 먼 옛날에 여성들이 동시에 배란을 함으로써 유전자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이론이 있긴 하다. 한 남성이 모든 여성을 임신시키는 것이 불가능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다른 이론도 있을 수 있다. 인간 페로몬 연구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처럼 페로몬이 남녀의 짝 선택에도 영향을 끼칠까. 영향을 끼친다면 어느 정도일까. 아직 대답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매클린톡은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짝짓기 쪽으로는 페로몬에 별 영향을 안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연애 상대를 고를 때는 온갖 요인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인간의 행동은 대개 문화와 경험을 통해 습득한 것들에 따르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페로몬의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고 단정짓는 것도 섣부르다. 배란기나 겁에 질렸을 때 인간의 체취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런 체취 변화가 일어날 때 페로몬이 분비되지 않을까. 가령 공포 페로몬, 불안 페로몬 같은 것들이 있어서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퍼뜨리는 데 관여하지 않을까.

매클린톡 연구진은 후속 연구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기분을 변화시키는 화학물질이 있음을 밝혀내고 그것들이 페로몬일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토끼 새끼가 페로몬으로 어미의 젖꼭지를 찾듯이, 혹시 인간의 아기도 엄마의 젖가슴과 페로몬으로 맺어져 있는 건 아닐까. 매클린톡은 인간 페로몬의 활용 가능성도 제시한다. 페로몬은 월경주기의 길이를 조절하고 배란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더 자연스러운 불임 치료법이나 피임법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 코끼리의 경우

매클린톡의 실험이 인간 페로몬의 존재를 증명했다면, 코끼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라스무센 연구진은 페로몬의 보편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페로몬이 처음 분리된 것은 1956년이다. 독일의 부테난트 연구진이 누에나방을 대상으로 무려 20년 동안 고생한 끝에 성공했다. 그들은 누에나방 암컷의 배마디에 있는 특정한 분비샘을 하나하나 떼어냈다. 그렇게 무려 50만마리의 분비샘을 모아서 혼합물을 추출했다. 그 혼합물이 조금만 있어도 나방 수컷은 미친 듯이 날개를 파드득거리며 춤을 추었다. 페로몬이 들어 있다는 의미였다.

연구진은 그 혼합물에서 상관없는 물질들을 하나하나 제거한 끝에 마침내 순수한 페로몬을 얻었다. 그들은 그것을 ‘봄비콜’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아주 강력한 성 유인물질이었다. 미국의 의사이자 수필가인 루이스 토머스는 나방 암컷 한 마리의 몸에 든 봄비콜을 한 번에 확 뿌리면 이론상 수컷 1조마리가 즉시 몰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3/4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목록 닫기

인간의 숨겨진 식스센스, 놀라운 실체를 드러내다!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