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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역술인이 들려주는 북한의 점 보기 실태

당 간부 “기운이 어디로 뻗나… 북이냐, 남이냐?”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탈북 역술인이 들려주는 북한의 점 보기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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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의 말에 따르면 요즘 북한의 당 간부들은 자식의 미래를 궁금해 한다.

“자식 공부시키는 게 큰 걱정거리입니다. 또 앞으로 ‘뭘 해서 먹고 살면 안정적이겠는가’ 물어와요. 점쟁이들은 크게 말로 먹고 살 것인지, 글로 먹고 살 것인지, 손재주로 먹고 살 것인지, 연장으로 먹고 살 것인지… 틀로 봐 줘요. 말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관운이 있으면 ‘학교 선생이 되라’고 일러줘요. 손재주가 좋으면 ‘기술자가 되라’고 하고요. 연장으로 먹고 살아야 할 것 같으면 ‘금속을 손에 쥐는 일을 하라’고 일러줘요. 천문(天文)이 들어 공부를 잘하면서 손재주가 좋고 연장으로 먹고 산다면 ‘외과의사가 되라’고 해요. (북한에서는) 요즘은 중앙당 간부보다 큰 기술자가 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장씨는 북한에선 “관상을 크게 따진다”면서 “관상 보는 법은 남한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얼굴선이 곱고 매끄러워야 인생이 평탄하고 성격이 유순하다고 봐요. 특히 당에서 직원을 뽑을 때 하관이 넓으면 ‘고집이 세다’고 떨어뜨려요. 남자라도 피부가 두꺼우면 ‘음흉하다’는 평을 받아요. 남자나 여자 모두 광대뼈가 앞으로 나온 건 괜찮은데, 옆으로 나오면 나중에 배신할 상(相)으로 봅니다. 옆모습으로 봐서 이마가 뒤집어진 상은 여자일 경우 기가 세어 남자를 잡아먹는다고 봐요. 여자가 옹니면 ‘과부가 되거나 혼자 벌어먹을 팔자’라면서 며느리상으로 아주 싫어합니다.”

장씨에 따르면 “북한을 탈출하기 직전 신점을 보러 온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죽을 운이 있느냐 없느냐’고 물어보지, ‘탈북을 하겠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탈북하다 붙들리면 죽을 수 있으니 죽을 운이 없으면 탈출에 성공할 거라고 보는 거예요. 부모를 떠나 멀리 타향에 갈 운이 있다고 하면 탈북을 결심하는 것 같아요. 한번은 당 간부가 아닌 사람이 ‘자식을 외국으로 내보내면 어떻겠냐’고 은근슬쩍 물어요. 북한에선 공무여권을 가진 경우라면 모를까 일반인은 외국에 나갈 일이 없거든요. 이 경우 백발백중 자식을 탈북시킬 마음이 있는 거죠. 우리는 딱 보면 압니다.”

북한의 무속인은 복채를 어느 정도나 받고 신점을 봐줄까.

“평양에선 3달러쯤 받고 봐줬어요. 평양시내에는 외화벌이를 하는 사람이 많아 달러로 거래하기도 해요. 시골에선 80~100원을 받고 봐준다고 들었어요. 요즘 북한 돈 800원이면 쌀 1kg입니다. 돈이 없으면 콩, 팥, 쌀 같은 곡물을 들고 오기도 해요.”

통일은 여성적 기운으로만 가능

북한에서는 점을 칠 때 일년 운수가 아니라 하루하루의 신수 중심으로 본다고 한다.

“1995년 이후 장사에 손댄 사람이 많아졌는데, 먼길 다니는 장사꾼은 하루하루의 신수를 봐요. 통행증이 있어도 공무원한테 달러나 북한 돈을 뇌물로 뿌려야 무사히 다닐 수 있거든요. 그날의 신수는 돈과 연관되어 있어요. (신수가) 안 좋은 날에는 돈을 더 준비해야 하니까 돈 없으면 절대로 먼길을 떠나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의 무속인처럼 신당을 차리거나 굿을 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받은 신을 모신 신 단지를 부엌으로 연결되는 구석진 뒷방에 모셔놓는다고 한다.

2~3년 전부터 중국이나 한국에서 주역과 명리학 등 일명 사주 보는 책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데, 북한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철학을 공부해 사주를 푸는 일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배운 사람들은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얘기가 많아 어지러워해요. 특히 도시의 당 간부 자식들은 비밀리에 남한 드라마를 비디오로 돌려보거든요. TV에서 번쩍번쩍한 걸 보니까 부러워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누구도 남한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아요. 속으로는 남한의 실정에 대해 다 눈치를 채고 있으면서요.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자식을 안 낳으려고 해요. 찾아와서는 ‘자식이 잘 생기는 달’을 말해달라고 해요. 자식 낳아봐야 고생한다면서 아기 낳기를 꺼려요.

한번은 환갑 넘은 남자가 제게 ‘앞으로 20년 거뜬하겠소?’라고 물어온 적이 있어요. ‘오래 살아야 좋은 구경 한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을 ‘나쁘다’고 대놓고 욕하는 사람은 없어요. 북한 사람들, 김일성 수령님은 존경하는데 김정일 위원장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배운 사람들은 ‘북조선이 뭔가 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기운이 어디로 뻗느냐’고 묻는 당 간부도 있었어요. ‘북이냐 남이냐’고.

북은 금(金)이 많고 화(火)가 뻗쳤으니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형국인데, 이를 꺾으려면 토(土)와 수(水) 기운이라야 합니다. 그런데 목(木)의 기운으로 부딪치면 다 타버리는 꼴이 되어요. 목(木)은 관(官)이에요. 통일을 남북의 땅과 하늘의 기운으로 풀어보면, 관이 나서면 잘 안 될 것 같아요. 토와 수는 여성의 기질입니다. 부드러운 여성의 기운으로 북한에 접근할 때 통일이 이뤄질 것입니다.”

신동아 200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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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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