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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이 만난 사람

영원한 ‘국민배우’ 안성기

“지루하면 5분도 못 참는 관객… 이제 진지함의 시대는 갔다”

  • 황호택 동아일보 수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영원한 ‘국민배우’ 안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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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국민배우’ 안성기

청계천을 배경으로 필자와 함께.

필자가 “혹시 미워하는 사람도 있습니까”라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갑자기 성공한 사람이 태도를 바꾸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다.

“늘 보아온 사람이 어느 날 뜨니까 쓱 바뀌는 거죠. 그러면 저는 바로 못 보죠. 자신이 늘 가지고 있던 모습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할까요. 그런 것도 겸손하면 다 묻혀 들어갈 텐데….”

영화계는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지거나,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는 사람이 많은 동네라서 안씨가 그런 사람들을 관찰하며 느낀 점인 모양이다.

‘결점이 없다는 게 결점’

▼ 중국영화 ‘묵공(墨攻)’에서 중국말을 곧잘 하던데요. 본인이 직접 더빙한 건가요.



“옛날에 영화 ‘무사’ 할 때 두어 달 기초 회화를 배웠지요. 그 영화를 한 5개월간 촬영하는데 한국 기자들이 왔을 때 스태프들이랑 중국말 하니까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촬영 현장에서 사용하는 말이야 뻔하잖아요.”

▼ 최근에 읽은 책이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교보문고에서 ‘내 인생의 첫 떨림, 처음처럼’이라는 시집을 사 읽었는데 참 좋았어요. 신경림 시인이 좋아하는 시를 골라 모은 책입니다.”

▼ 아까 언급한 ‘앤티’ 여성에게 ‘당신, 이 영화 좀 보고 얘기하라’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저는 좋아하지만 관객이 안 들었던 영화인데, ‘개그맨’(1989년)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그 다음으로는 ‘기쁜 우리 젊은 날’(1987년), ‘깊고 푸른 밤’(1985년) ‘킬리만자로’(2000년) ‘무사’(2001년)를 추천하고 싶네요.”

▼ 영화감독이 돼서 영화 한 편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그런 재능이 좀 있으면 참 좋겠는데 없어요. 재능이 있더라도 저지를 용기가 없죠. 제가 감독의 고통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섣불리 거기에 달려들지 못하는 거죠.”

그의 좌우명은 평범하다. 아이들한테 늘 ‘착하게 살자’라고 말한다.

정치권에서 유혹을 받은 적은 없었을까.

“1990년에 3김씨 당에서 제의를 많이 받았지요. 제가 워낙 정치 쪽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제는 얘기를 안 하지요. 어느 쪽을 선택하면 선택 안 한 쪽에서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게 너무 강해 정치 근처에 가고 싶지 않아요. 영화는 이 사람 저 사람 전부 좋아해야 되는데 그런 걸로 괜히 어떤 적대적 감정에 부딪히면 결국 배우로서는 큰 손해지요. 그런데 요즘 젊은 영화인들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 어려서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았을 것 같아요.

“한자로는 ‘성스러울 성(聖)’ 자에 ‘터 기(基)’자죠. 아주 성스러운 이름이죠. 우리 한글 발음으로 하면…. 그런데 성이 그나마 ‘안’ 씨라서 괜찮아요. 백성기 강성기 이런 분들은 곤란하겠지요. 예전에 임성기 약국이 있었어요. 성병약국이었죠(웃음).”

▼ 항상 반듯하게 살면서 모든 사람한테 두루 잘 하고, 겸손하고 칭찬받으며 살자면 좀 피곤할 것도 같은데요.

“지금 상태로는 그 반대로 가기가 저로서는 더 힘들 것 같아요. 이렇게 살아온 스타일이 저하고 대충 맞았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저같이 산다면 아마 돌겠지요. 성직자처럼 살아야 되니까. 그런데 저한테는 그런대로 맞아서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얼마 전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이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안성기씨는 단점이 없는 게 단점이에요’라고 말하더군요. 어쩌다가 1년에 한 번, 두 번 술이 조금 과해 같이 어울리면서 흰소리 좀 하고, 혀가 약간 꼬부라지면 다들 좋아해요. 제가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니까 너무 인간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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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수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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