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호

“교육개혁 하려면 제2, 제3의 어윤대 앞세워라”

  • 타릭 후세인 경제칼럼니스트 tariq@diamond-dilemma.com

    입력2007-03-09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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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개혁 하려면 제2, 제3의 어윤대  앞세워라”
    교육은 두말할 나위 없이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그 어떤 정치, 사회, 경제 문제도 교육 문제만큼 한국인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진 않는다. 부모는 자녀를 한국 최고,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학교에 보내는 것을 지상목표로 삼는다. 그들은 이를 위해 자신의 삶 전체를 바친다. 학생은 학생대로 어떻게든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는지 찾고 있다. 정부와 대학, 교사는 서로 반목의 늪에 빠져 있고, 교육부총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뀐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그야말로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는 듯하다.

    여기서 나는 이념적 논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경제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경제 성장은 궁극적으로 생산성에 의해 좌우되고, 생산성은 인적 자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한 세계적 수준의 인적 자원을 개발하려면 세계적 수준의 교육 시스템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명제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교육을 논할 때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지 않는가.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에 먼저 나의 개인적 관심사를 얘기하고 싶다. 외국인인 나는 오늘날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 이 나라의 ‘교육열’에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여느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이 ‘입시 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학생들이 단순 암기에 시간을 소비하는 통에 창의성이나 개인적 자질, 혹은 사회에 적응하는 능력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컨설턴트이자 기업 임원으로서 나는 한국의 명문대학 출신자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그들 중 소수만이 글로벌 경제가 요구하는 자질, 이를테면 독립적인 사고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창의력을 지녔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가 고등학교 교사로 일할 때 나는 가끔 아내가 ‘일직’을 서는 일요일마다 함께 학교에 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한국 교육 시스템의 현실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아내는 학교에서 나름대로 토론수업, 역할극, 참여 수업 등을 개발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게끔 시도했다. 그러나 아내는 상사나 다른 동료교사로부터 “수업시간이 너무 시끄럽다”거나 “너무 튄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나는 세 아이를 한국에서 낳고 기르는 아버지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세계인’으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과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수없는 논의 끝에 유치원은 한국 유치원에 보내고,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국제학교로 보내기로 합의했다. 한국의 초등학교 교육부터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한국 교육 시스템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에 비해 실제로 얻은 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은 소중한 인적 자원을 소모적으로 낭비하고 있다.

    한국의 낙후된 교육 시스템을 지적할 때 흔히 쓰이는 지표가 세계 대학순위다. 한국의 명문대학은 늘 낯부끄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를 들어 ‘타임’이 선정한 세계 대학순위에서 서울대는 2006년 63위였다. 그나마 한국에서 100위권에 진입한 유일한 대학이다. 2005년과 비교하면 많이 올라갔지만, 여전히 세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중국 명문대학인 베이징대(15위)보다 한참 떨어진다. 상하이 자퉁대학(Shanghai Jiatong University)에서 매긴 세계 대학순위에서 서울대는 151위에 머물렀다.

    한국 명문대 출신? 글쎄…

    사실 나는 이런 종류의 대학순위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한 가장 좋은 지표는 미래의 학생들이 그 대학에 등록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학생들이 장차 외국 대학보다 국내 대학을 선호할 것인지, 혹은 외국 학생들이 자국 대학보다 한국의 대학을 선택할 것인지를 알아보면 한국의 대학 경쟁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대학 무역수지(University Trade Balance)’라고 불리는 이 지표는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가장 적합한 지표다. 그러나 계량화하기가 어렵다. 그 대안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교육 시스템이 가장 취약한 국가다. 외국 학생이 한국에 1명 올 때 한국 학생 18명이 외국으로 떠난다.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 지표로 보면 호주가 가장 경쟁력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췄다. 호주 학생 1명이 유학 갈 때마다 23명의 외국 학생이 호주로 오고 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도 한국 대학의 취약한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계 회사 임원들은 한국 대학 출신자들의 업무역량이 부족하다고 자주 불평한다. 그들 중 한 명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회사 인사 담당자가 내게 한국 최고 명문대학 출신자들과의 인터뷰를 주선해주는데, 막상 그들과 인터뷰하다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도대체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는지 의심이 든다.”

    이는 비단 외국계 회사들만의 불평은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200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1명을 재교육하기 위해 평균 20개월 동안 6200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한물간 시스템’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방식은 산업화를 급속도로 진행하던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의 모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벼락공부를 일삼고 엔지니어와 의사, 경제학자를 배출하는 것이 최고 목표이던 시절의 시스템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효율적이었다. 이 시스템 덕분에 단기간에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고 여기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경제 발전에 아낌없이 기여했다.

    ‘모방적 신드롬‘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우선 세계경제는 예전보다 훨씬 더 복잡해지고 세계화됐다. 한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더욱 성숙한 지식기반 사회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과거에는 ‘성장동력’이었으나 지금은 ‘발목을 잡고 있는’ 낡은 교육 시스템을 폐기처분해야 한다.

    제임스 오툴(James O’Toole) 같은 리더십 전문가는 ‘교육’과 ‘훈련’을 엄격하게 구별한다. 그는 ‘교육’의 어원을 ‘끌다(educare)’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본다. 그 함의를 봤을 때 교육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토론,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이뤄지는 반복적 과정이다. 사고의 폭을 넓히고 세계적 수준의 인적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기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반면 ‘훈련’은 암기, 흑백론적 사고, 반복과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교사가 지시를 내리면 학생은 따르는 식이다. 이러한 훈련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산업화 인력을 길러내는 데는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현대 지식기반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러 다양한 자질을 개발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지만 실제는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어린 학생은 영어사전을 통째로 암기해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영어를 ‘훈련’받고 있다. 그렇다고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하거나 토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거꾸로 가고 있다.

    훈련은 반복과 모방을 강조한다. 이러한 ‘모방적 신드롬’은 한국 기업에 깊숙이 침투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예컨대 신제품을 개발할 때 많은 한국 기업은 여전히 외국 제품을 서슴지 않고 베끼고 있다. 이는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려는 한국의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대자동차의 ‘산타페’가 성공한 것은 한국에 만연한 디자인 베끼기 문화를 청산하고 미국의 디자인센터에서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산 지 꽤 오래됐지만 아직도 매년 대학 입학시험이 치러지는 날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입 시험 때는 회사 출근시간도 늦춰지고 도로는 한가하며 비행기의 이착륙 시간도 조정된다. 대신 합격을 기원하는 엿가락 냄새와 부모들의 애타는 기도소리, 염불소리만이 떠돈다. 국민, 학생, 학부모에게 이날은 한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SKY’에 들어갈 수 있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일생일대의 날이다.

    “교육개혁 하려면 제2, 제3의 어윤대  앞세워라”

    대학을 개방하고, 엄청난 발전기금을 모은 것으로 평가받는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나는 이처럼 고통스러운 대입 준비와 부모의 높은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학생들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한 번의 시험 결과가 한 사람의 일생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그런 현상이 당연한 것처럼 간주된다. 씁쓸한 일이다.

    훔볼트식 발전 모델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한국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대입 시험은 인생을 결정짓는 ‘한 방’과 다름없다. 미국에서는 시험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많다. 대학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미국 사회는 개인의 재능을 개발하고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명석한 두뇌와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유명한데,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SKY’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또 하나의 이슈는 평등주의와 관련된 것이다. 표준화된 대입 시험의 목적은 사회 전 계층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사교육을 더 많이, 더 제대로 받을수록 대입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게 현실이다.

    게다가 사교육비는 한국의 중산층이 부담하기에는 매우 버거울 뿐만 아니라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내는 것도 가진 집, 있는 집의 얘기다. ‘코리안 드림’은 현실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고, 가난한 농촌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예는 이젠 옛날 이야기가 됐다.

    한국이 교육 투자에 따른 이득을 더 늘릴 수 있다면 진정한 지식기반 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교육 시스템의 질을 높여야만 한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질적 개선의 초점이 대학 시스템에 맞춰져야 한다. 대학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의 역량이 개발돼야 이것이 한국의 창조적 혁신과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스탠퍼드나 MIT가 그러한 것처럼 대학은 교육 서비스 시장의 핵심이자 국제 수준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초석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대학 교육 시스템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을 명확하게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19세기 독일 훔볼트 대학의 개혁적 발전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당시 프로이센 왕은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 재상에게 세계적 수준의 상급 교육기관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훔볼트는 최고의 브레인을 고용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세계적 수준의 학업 환경을 조성했다. 또 최고 수준의 인재라면 출신 배경을 막론하고 상위 교육기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훔볼트 대학은 20세기 초까지 독일의 과학 기술 및 교육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의 선도적인 대학도 훔볼트식 발전 모델을 모방했으며,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총장은 심지어 독일어 슬로건을 채택하기도 했다.

    우리의 동상이몽

    한국이 훔볼트나 하버드 같은 선진 사례를 따르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를 위해 정부의 개입과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대학 스스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고려대다.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은 4년 임기 동안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대학을 개방하고, 엄청난 발전기금을 조성했으며, 세계적 수준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고려대의 라이벌 대학들이 은근슬쩍 고려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학의 미래에 대한 어 총장의 비전을 전해 들은 한 외교관은 개방에 대한 그의 시각과 사고의 명확성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고려대의 일부 교수들은 그와 다른 견해를 가진 듯했다. 변화에 저항하려는 듯, 영어로 강의해야 한다거나 개방과 경쟁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어 총장의 요구에 반발했다. 그러나 그는 개혁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근시안적인 ‘빨리빨리’식은 결실을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퇴임은 고려대만의 손실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에도 손실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현상은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한국을 떠나는 유학생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호주와 같은 전통적인 선호 국가는 물론 최근 들어서는 필리핀이나 남아프리카로도 떠나고 있다.

    내 친구는 최근 아들을 인도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도라는 나라의 수준을 높게 평가하지만 그의 결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인도의 대도시 중에서 가장 환경이 열악한 캘커타로 보냈다는 것이다(테레사 수녀가 캘커타에 머물렀음을 상기해보라). 그가 얼마나 아이 교육에 절박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유학을 간 학생들이 결국 국제적인 인재로 자라나 한국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진정 그럴까.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한국인은 국제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외국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이 변화된 문화적 환경에 쉽게 적응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

    더욱이 한국을 떠난다고 해서 모든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학무모의 높은 기대와 압박은 여전히 그들을 짓누른다. 워싱턴DC에 사는 한 한국인 카운슬러는 수년간 많은 한국인 가족이 변화된 환경에 대처하고 자녀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는 “미국 학교에 다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대다수 아이는 부모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특히 기러기 아빠에겐 결코 그런 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심각한 것은 그들 중 소수가 성공적으로 정착해 명문대학에 진학하지만, 이들은 한국으로 돌아올 의향이 없다는 데 있다. 한국보다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더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이건 오히려 기회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들에겐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위계구조와 인맥, 관행이 그것이다. 유학파들은 한국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탄탄한 인맥을 쌓아온 한국 토박이들과 마주친다. 결국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이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중학교 때 유학을 떠나 외국 명문대학을 졸업한 젊은 한국인 여성 매니저는 내게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한국에 돌아와 모 재벌 그룹의 수출 담당 부서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나는 정말 뭔가 다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기존의 멤버들은 나의 시각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나의 한국말 악센트를 놀려대기에 바빴다. 게다가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술을 잘 마셔야 한다며 음주를 강권하기도 했다.”

    “교육개혁 하려면 제2, 제3의 어윤대  앞세워라”
    Tariq Hussain

    독일 출생

    영국 런던정경대 경영학과 졸업,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석사

    부즈앨런해밀턴 한국사무소 이사

    現 Maxmakers 한국대표

    저서 : ‘다이아몬드 딜레마’

    수상 : 2006 Global Korea Award


    외국에서 공부한 대다수의 젊은 한국인은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 그럴 때마다 결국 한국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쟁력을 충전할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린다. 한국의 두뇌 유출 현상은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개방을 받아들이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자유화하고자 할 때만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쉽거나 빨리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한국이 이제 더 이상 교육 시스템의 개혁을 늦출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다이아몬드 딜레마’ 영문판 출간

    ‘신동아’에 ‘타릭의 Outsider’s Insight’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타릭 후세인씨가 그의 첫 저서 ‘다이아몬드 딜레마’의 영문판을 최근 출간했다. 지난해 나온 국문판 ‘다이아몬드 딜레마’는 국내외에 잔잔하지만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10년 동안 한국을 세밀하게 관찰한 보고서 격인 이 책은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의 필독서로 꼽혔고, 후세인씨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2006 Global Korea Award’를 수상했다. 이번에 영문판이 나오자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이 오늘날 10대 경제강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핵심적으로 보여줬다”며 “현재 도약과 정체의 갈림길에 선 한국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큰 그림과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문판 출간을 계기로 전세계 독자가 한국이 당면한 문제와 현실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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