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타릭의 Outsider’s Insight

“교육개혁 하려면 제2, 제3의 어윤대 앞세워라”

  • 타릭 후세인 경제칼럼니스트 tariq@diamond-dilemma.com

“교육개혁 하려면 제2, 제3의 어윤대 앞세워라”

3/4
“교육개혁 하려면 제2, 제3의 어윤대  앞세워라”

대학을 개방하고, 엄청난 발전기금을 모은 것으로 평가받는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나는 이처럼 고통스러운 대입 준비와 부모의 높은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학생들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한 번의 시험 결과가 한 사람의 일생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그런 현상이 당연한 것처럼 간주된다. 씁쓸한 일이다.

훔볼트식 발전 모델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한국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대입 시험은 인생을 결정짓는 ‘한 방’과 다름없다. 미국에서는 시험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많다. 대학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미국 사회는 개인의 재능을 개발하고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명석한 두뇌와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으로 유명한데,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SKY’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또 하나의 이슈는 평등주의와 관련된 것이다. 표준화된 대입 시험의 목적은 사회 전 계층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사교육을 더 많이, 더 제대로 받을수록 대입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게 현실이다.



게다가 사교육비는 한국의 중산층이 부담하기에는 매우 버거울 뿐만 아니라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내는 것도 가진 집, 있는 집의 얘기다. ‘코리안 드림’은 현실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고, 가난한 농촌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예는 이젠 옛날 이야기가 됐다.

한국이 교육 투자에 따른 이득을 더 늘릴 수 있다면 진정한 지식기반 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교육 시스템의 질을 높여야만 한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질적 개선의 초점이 대학 시스템에 맞춰져야 한다. 대학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의 역량이 개발돼야 이것이 한국의 창조적 혁신과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스탠퍼드나 MIT가 그러한 것처럼 대학은 교육 서비스 시장의 핵심이자 국제 수준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초석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대학 교육 시스템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을 명확하게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19세기 독일 훔볼트 대학의 개혁적 발전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당시 프로이센 왕은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 재상에게 세계적 수준의 상급 교육기관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훔볼트는 최고의 브레인을 고용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세계적 수준의 학업 환경을 조성했다. 또 최고 수준의 인재라면 출신 배경을 막론하고 상위 교육기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훔볼트 대학은 20세기 초까지 독일의 과학 기술 및 교육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의 선도적인 대학도 훔볼트식 발전 모델을 모방했으며,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총장은 심지어 독일어 슬로건을 채택하기도 했다.

우리의 동상이몽

한국이 훔볼트나 하버드 같은 선진 사례를 따르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를 위해 정부의 개입과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대학 스스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고려대다.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은 4년 임기 동안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대학을 개방하고, 엄청난 발전기금을 조성했으며, 세계적 수준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고려대의 라이벌 대학들이 은근슬쩍 고려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학의 미래에 대한 어 총장의 비전을 전해 들은 한 외교관은 개방에 대한 그의 시각과 사고의 명확성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고려대의 일부 교수들은 그와 다른 견해를 가진 듯했다. 변화에 저항하려는 듯, 영어로 강의해야 한다거나 개방과 경쟁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어 총장의 요구에 반발했다. 그러나 그는 개혁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근시안적인 ‘빨리빨리’식은 결실을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퇴임은 고려대만의 손실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에도 손실이다.

3/4
타릭 후세인 경제칼럼니스트 tariq@diamond-dilemma.com
목록 닫기

“교육개혁 하려면 제2, 제3의 어윤대 앞세워라”

댓글 창 닫기

2022/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