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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중국 주재원 자녀교육 다중고

“영어, 중국어를 동시에? 우리말도 어설프고, 과외비로 허리 휘고”

  • 하은석 자유기고가

중국 주재원 자녀교육 다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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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한국보다 후진국이니 국제학교라고 해봐야 별거 없을 것’이란 생각으로 영어와 중국어를 ‘싼값에’ 마스터하고 돌아가겠다는 야무진 꿈이 산산조각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다. 상하이에 새 거처를 마련한 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물가와 인건비 덕분에 현지인 가사 도우미를 고용해 집안일에서 해방되고, 쇼핑이며 외식을 즐기며 유유자적하던 ‘사모님’도 얼마 못 가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허덕이는 아이를 발견하고부턴 한국에서보다 더 치열하게 아이 뒷바라지에 매달리게 된다.

상하이는 국제도시란 명성에 걸맞게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이고, 따라서 대부분의 학교에 제2외국어를 쓰는 학생들을 위한 ESL(학교에 따라서 EAL, ESOL이라 하는 경우도 있다) 과정이 있다. 다만 초등학생을 위한 것이다. 중·고등학생의 영어 실력이 ESL이 필요한 수준이라면 일반 교과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무리여서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받지 않겠다’ 혹은 ‘입학하더라도 어려움은 스스로 해결하라’는 게 학교의 암묵적인 방침이다.

중국인 월급과 맞먹는 영어 과외비

사정이 이렇다보니 부모는 자녀의 영어 실력 향상에 총력을 기울인다. 때문에 주재원 가정에서 1대 1 개인교습이나 학원 등 사(私)교육에 기대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방학이면 제3국으로 어학연수를 보내거나 아이만 한국으로 들여보내 학원에 다니게 하는 집도 있다.

학부모는 개인교습 강사로 국제학교 교사를 최고로 꼽고, 그 다음은 영어 원어민이다. 영어 원어민이라 해도 영어 교육 전공자나 TESOL(비영어권 국민 영어교육) 자격증을 갖춘 사람은 드물어 가르칠 대상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면 집에 와서 함께 놀아주는 데 불과하지만, 학부모는 ‘네이티브 스피커’와의 잦은 접촉이 어떤 식으로든 아이의 영어 실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장기간 꾸준히 원어민 교사와 대화를 나누고, 놀이를 한다면 그보다 더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을 쌓을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어 과외를 하는 원어민 강사의 보수는 시간당 200~300위안(약 2만5000~3만8000원). 중국 현지의 대기업 대졸자 초임 월급이 2000~2500위안(약 25~33만원)이고 하루 8시간, 주 6일 근무하는 가사 도우미 월급이 보통 1200위안(약 14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싸다. 주재원이 그 비용을 오랜 기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원어민 과외로 별 효과를 보지 못한 학부모는 상대적으로 강도 높게 수업하는 한국인 가정교사를 찾는다. 대개 중국 내 한국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거나 영어권 국가에 유학 혹은 연수를 다녀온 대학생, 과외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은 소위 명문대 졸업생들로 경력과 인지도에 따라 시간당 100~300위안의 수업료를 받는다. 원어민에 비해 영어 실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자녀 문제를 자연스럽게 상담할 수 있고, 학교에 면담하러 갈 때 통역을 부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로선 한국인 가정교사가 부담 없는 상대다. 주재원 자녀가 몇 년 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 한국인 가정교사를 선호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영문법을 배우더라도 순전히 영어로 학습하는 것보다 한국어로 된 문법용어를 동시에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주재원 자녀 과외를 업으로 삼은 강사들은 족집게 스타일의 지도법, 꼼꼼한 학사 관리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킨다.

한국식 보습학원 성업 중

상하이엔 한국인 대상 학원도 성업 중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필리핀, 미국인 등이 세운 소수정예(한 수업에 5명 내외) 학원을, 고학년은 한국 학원의 직영점과 한국 대학 특례 입학 준비를 돕는 학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인 밀집지역인 구베이와 훙메이루 근처에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4~5개의 영어학원과 국·영·수·과학 및 논술까지 가르치는 종합학원이 성황을 이루는데, 오후 6시경이면 근처 아파트 단지에서 학원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을 볼 수 있어 이곳이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학원에서는 학년을 기준으로 반을 편성하되 실력에 따라 반 배정을 달리한다. 아이가 학년보다 낮은 반에 배정될 때도 종종 있는데 엄마들이 ‘아이 기죽일 수 없다’ ‘어린애들과 수업하면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반을 바꿔달라고 요구해 학원측을 당혹스럽게 한다.

그렇다고 주재원 자녀들이 영어에만 ‘올인’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교과 과정에 맞춰 다른 과목들도 선행학습 하는 학생이 많다. 원리 중심의 국제학교 수학과 정확한 계산력을 요구하는 한국 수학이 다르다는 것을 파악한 한국 엄마들의 발 빠른 대비책인 셈. ‘한국에 있었다면 줄넘기 과외도 시킬 판에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는 마음으로 주요 과목 외에 그림 그리기, 플루트, 바이올린, 발레 등 레슨이 가능한 교습소를 발견하면 한 시간이라도 배우게 하기 때문에 아이의 하루 일정표는 나날이 복잡해진다. 덕분에 한국에 있는 각종 학습지 브랜드가 상하이에서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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