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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압도하는 40대 개성파 조연들

유해진, 이문식, 이한위, 김병옥, 김윤석, 이병준…

  • 장세진 자유기고가 sec1984@hanmail.net

주연 압도하는 40대 개성파 조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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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압도하는 40대 개성파 조연들

성인관객 680만명을 부른 영화 ‘타짜’에서 ‘아귀’역으로 관객의 뇌리에 박힌 김윤석.

“모범적인 주인공은 흔히 판에 박힌 관념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반면에, 악당은 오히려 화려하고 다채로운 인물군(群)을 구성한다. 그리고 개성은 인물 만들기의 생명이기 때문에 조연을 맡은 들러리 등장인물(들)이 때로는 주인공이나 상대역의 배경 및 보조 역할을 담당해 줄거리를 전개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희극적인 막간(comic relief)에서 작은 닭대가리 주인공이 되어 뱀꼬리 주연급보다 훨씬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요즘 조연을 두고 ‘주연보다 빛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다반사다. 그만큼 조연을 맡은 배우가 발군의 연기력을 과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단지 연기력만으로 돋보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안정효가 정의한 대로 조연에게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 시선이 가고 정이 느껴지고 잔상이 어리는 인물이려면 개성이 강해야 한다. 최근 본 영화의 조연들을 떠올려보라.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이런 개성을 부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말투다. 대표적인 게 사투리인데, 유해진과 이문식은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짝귀’를 연기한 부산남자 김윤석의 남도 사투리도 귀에 앵앵거린다. 음험한 암흑가 보스로 음산한 목소리의 주인공 역에 연극무대 출신이 주로 기용되는 것은 체계적인 발성연습을 통해 낮은 저음이나 캐릭터에 맞는 발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목소리도 배우의 중요한 관건이다.

겉돌던 이문식, 1년 새 출연료 100배

영화계에 수혈되는 조연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연기파 배우의 영원한 젖줄인 연극무대 출신이 첫째다. 연극공연장이 밀집한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대학로파’로 불린다. 둘째로 영화판에서 단역이나 비중이 낮은 조연으로 시작해 주조연급으로 성장한 ‘자생파’가 있다. 셋째는 안방극장에서 활동하며 연기력을 쌓은 중견 탤런트다. 이름 붙이자면 ‘TV파’다. 이 세 부류는 모두 조연이라는 영역에서 한국영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영화를 대하는 방식이나 제작현장에서 취하는 행동이 조금씩 다르다.

먼저 대학로파의 특징은 다작(多作)을 하되 가려서 한다는 것이다. 오달수, 오광록, 김윤석, 기주봉, 손병호, 김병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뒤늦게 연극무대에서 영화계로 뛰어들면서 한국 영화계에 자양분을 공급했다. 시트콤 ‘오박사네 사람들’ ‘순풍산부인과’ 작가를 거쳐 영화 ‘마음이’의 시나리오를 쓴 신동익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마음이’를 쓸 때 염두에 둔 배우가 있었다. 감독이 책(영화판에서는 시나리오를 흔히 ‘책’이라 부른다)을 보냈는데, 배우가 자기와 맞지 않다고 출연을 고사했다. 몇 번 설득했지만 의지가 확고해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학로에서 영화로 건너온 배우는 초반에는 작품을 별로 가리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작품과 자신의 캐릭터가 맞는지를 따진다.”

충무로의 젖줄 노릇을 하는 대학로 연극인은 배타적인 영화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면 현장에서 겉돌게 돼 자신을 영화계로 불러들인 감독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런 친소관계는 서로 밀어주고 도움을 받는 사이로 발전한다. 박찬욱 감독, 김지운 감독 등이 특히 대학로파와 친한 감독이다.

풍찬노숙(風餐露宿)을 견딘 자생파로는 유해진, 이범수, 이문식, 강성진, 김수로, 성지루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잡초의식’이 강하다. 영화가 좋아 무작정 영화판에 뛰어들었고, 이름 없는 단역에서 출발해 산전수전 다 겪으며 어지간한 바람엔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들이다. 영화판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현장에서 영화의 코드에 능동적이고 기민하게 대처한다.

‘마파도’ ‘구타유발자’ 등에서 주연으로 입지를 넓힌 이문식은 정말 매력적인 조연 배우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영화계에 뛰어든 그의 데뷔작은 ‘선물’이다. 그는 ‘선물’에서 단 세 번 얼굴을 내비친다. 이후 ‘공공의 적’에서 좀도둑 역할 등으로 비중이 커지면서 1년 사이 출연료가 100배나 오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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