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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를 위한 변명

  • 일러스트·박진영

여론조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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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특정 언론기관이나 조사회사가 특정 주제를 정해 발표하거나, 좀더 구체적으로는 특정 인물을 문항에 넣거나 빼는 식의 가변성은 여론조사의 객관성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사회과학 또는 언론학의 영역에서 의제 자체의 중립성에 대한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논점이다.

이렇듯 말은 많아도 막상 평소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여론조사 결과를 빈번히 활용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는 어느 정도의 기초 상식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 ‘표집오차’ 역시 그러한 예에 든다. 즉 신문이든 방송이든 반드시 표기하도록 하는 신뢰구간과 오차범위를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가장 흔히 보는 전국 1000명 대상 여론조사의 경우 대개 표집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이다. 이 말은 통계적으로 이 조사가 100번 중 95번은 3.1% 정도의 오차 범위 이내에서 정확하게 맞을 것이나, 나머지 5번은 아예 틀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여론조사에 대한 또 다른 중요한 상식은 ‘표본수’와 관련된 것이다. 표본수는 당연히 많은 것이 좋지만, 수보다는 표본이 가지는 ‘대표성’이 더 중요하다. 인구가 3억이 넘는 미국이나 5000만 정도인 한국이나 대략 1000명 안팎의 표본을 쓰는 것은 ‘대표성’ 확보가 여론조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주로 젊은 사람이 우글우글한 서울의 강남역에서 1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해도 우리 국민 전체 여론과는 관계가 없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그 조사의 인구사회학적 구성이 전체 국민의 특성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다. 전 국민의 숫자와 비교해 턱없이 적은 1000명의 표본이라 할지라도 우리 국민의 성별, 지역별, 연령별 분포를 고려하고 있다면, 표본이론상 정확도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한편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할 때 눈여겨봐야 하는 또 다른 상식은 수치를 비교할 때 반드시 동일한 문항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동일한 조사회사는 특정 주제에 대해 동일한 문항을 이용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때로는 언론사의 특성에 의해, 같은 주제라도 다른 문항을 사용하는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대선후보 지지도를 묻는 질문 역시 조사회사마다 그 내용이 다르며, 때에 따라서는 문항 내에 나열하는 ‘인물’들이 달라지기도 한다. 대통령 지지도 문항에도 회사마다 동일한 척도를 쓰지 않아 단순비교가 어렵다. 즉 ‘매우 잘한다’와 ‘잘한다’, 그리고 ‘못한다’와 ‘아주 못한다’와 같은 4점 척도를 쓰기도 하지만, 또 다른 회사는 가운데에 ‘보통이다’를 넣어 질문하기도 한다. ‘보통이다’를 넣게 되면 ‘잘한다’는 응답도 줄어들지만, ‘못한다’는 응답도 줄어든다.

여론조사는 분명히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전문적 관점에서도 고쳐 나갈 부분이 많다. 그래서 여론조사는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부각되곤 한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관점에서나 정치의 영역에서나 행정의 영역에서나 여론조사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훨씬 더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실제 몇몇 기자가 현장에서 발로 뛰어 전하는 ‘민심’은 생생하긴 하지만 ‘대표성’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여론조사를 위한 변명
김현태

1967년 전북 익산 출생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 학과·동 대학원 졸업

TNS 사회조사본부장, 경향신문 총선 자문위원

저서 : ‘2006년 오피니언 트렌드’(편저)

現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인하대 언론정보과 겸임교수


정치인들은 여론조사 때문에 ‘정치적 상상력’을 제한받는다고도 하지만,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해 무모한 실험정치를 피하거나 국민을 설득할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행정의 영역에서도 자칫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반대에 부딪혀 중도에 좌초하느니 여론을 확실히 알고 준비해서 대처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올해 대선주자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한 우리 국민의 ‘뜻’을 충분히 헤아리며 정정당당한 경쟁을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중의 여론은 우매해 보일지 몰라도 결코 교활하거나 약삭빠르지 않다. 내가 훌륭하다는 오만을 잠시 접어두고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지만 않아도 역사에 남을 지도자가 될 것이다.

신동아 200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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