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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지구가 버린 씨앗이 화성에 생명을 잉태한다?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지구가 버린 씨앗이 화성에 생명을 잉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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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논쟁의 와중에 벤저민 웨이스 연구진은 다른 각도에서 그 운석을 분석했다. 그들은 자기적 특성들과 운석에 갇힌 기체들의 조성을 분석해 운석이 수백℃ 이상 가열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게다가 100℃ 이상으로 가열되지 않은 화성 운석도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일까. 우주 왕복선이 지구 바깥을 오갈 때 뜨겁게 달구어지듯이, 무언가 행성 바깥으로 빠져나오려면 대기와의 마찰열 때문에 뜨겁게 달궈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운석들은 화성에서 어떻게 달궈지지 않은 채 나온 것일까. 무언가 다른 탈출 방법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연구자들은 혜성이나 유성이 화성에 충돌할 때 생긴 상승 충격파 덕분에 달궈지지 않은 채 튀어나간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아무튼 그 운석 속에 세균 같은 미생물이 들어 있었다면 수백℃ 정도의 온도에는 충분히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미생물은 온도나 대기 조건이 열악해지면 휴면 상태에 들어가서 오래 견딜 수 있다.

그렇다면 우주 복사선은? 우주에는 태양의 자외선을 비롯해 강력한 복사선들이 있다. 자외선은 생물의 DNA를 파괴하므로 강력한 자외선은 생물에게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강력한 자외선에도 견딜 수 있는 미생물이 있다. 유럽 연구자들은 곰팡이 포자를 알루미늄으로 감싸서 우주에 보내는 실험을 했는데, 80%의 곰팡이가 살아남았다.

생명의 요람 ‘원시 수프’



또 연구자들은 행성이 대략 수백만년마다 혜성이나 유성과 충돌해 대량의 물질을 우주로 뿜어낸다고 추정한다. 달도 그런 충돌의 산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지구와 화성은 고립된 채 마냥 태양을 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끊임없이 물질을 주고받는 셈이다. 화성에서 튀어나온 먼지나 운석은 수백만년이 지난 뒤에 지구로 들어올 수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빨리 지구로 들어오는 것도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먼 과거에는 화성이 지금처럼 황무지가 아니라 생명이 살 만한 환경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당시 살던 생물들 중 일부가 지구로 유입됐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위에 말한 연구 결과들을 찬찬히 훑어보면 생명체가 외계에서 지구로 유입됐다는 말이 그런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접했을 때보다 덜 황당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벤저민 웨이스는 범종설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이론일 뿐 아니라, 단계별로 실험을 통해 검증이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설령 생명이 지구에서 출현했다고 할지라도 우주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미노산 같은 원료들을 우주에서 많이 공급받았을 테니까.

하지만 최근 미국의 화학자 제프리 바더는 전세를 다시 역전시킬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바더는 밀러가 1983년에 한 실험을 다시 해보았다. 그는 그 실험에서 아질산염도 생성되며 그 물질이 생성된 아미노산을 금방 파괴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 아질산염은 물을 산성으로 변화시켜 아미노산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했다. 하지만 초기 지구에는 아질산염과 산을 중화시키는 철과 탄산염 광물이 많았을 것이므로 바더는 그 물질들을 넣고 실험을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아미노산으로 가득한 바다가 형성됐다. 따라서 다시 아미노산이 지구에서 생성됐다는 쪽으로 견해가 기우는 셈이다.

하지만 핵산은? 여전히 우주에서 온 듯하다.

밀러-우레이 실험은 원시 지구에서 무기물로부터 유기물이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그 뒤의 과학자들은 우주로부터도 유기물이 많이 유입됐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유기물이 바다에 쌓여서 이른바 생명의 요람인 원시 수프가 형성됐다는 데까지는 이제 수긍할 수 있을 듯하다.

‘RNA 세계 가설’

그 다음 단계는 유기물로부터 자기 스스로를 복제해 증식할 수 있는 분자가 출현하는 것이다. 복제와 증식을 하려면 원료가 필요하며, 유기물이 바로 그 원료다. 따라서 자기 복제 분자는 유기물을 소비하면서 증식하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한때 이 단계를 주도한 것이 단백질인지 DNA인지를 놓고 둘로 갈려서 열띤 논쟁을 벌였다. 문제는 단백질과 DNA는 서로 있어야만 복제와 증식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단백질은 DNA를 자르고 붙이는 효소 노릇을 함으로써 DNA의 복제에 관여하며, DNA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주형 노릇을 한다. 어느 한쪽이 없으면 제대로 증식할 수 없다. 그렇다고 둘이 동시에 나타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논쟁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서서히 제3의 대안이 떠올랐다. 바로 DNA의 친척인 RNA였다. RNA가 부상한 계기는 리보자임이라는 특이한 종류의 RNA의 발견이었다. 리보자임은 자기 자신의 합성을 촉매한다. 즉 주형과 효소 기능을 동시에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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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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