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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이 만난 사람

극단 미추(美醜) 대표 손진책

“나는 참배객 없는 사원의 종지기, 예술이 세상 바꾼다는 믿음 있기에…”

  • 황호택 동아일보 수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극단 미추(美醜) 대표 손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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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미추(美醜) 대표 손진책
▼ 1996년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 동네가 깊은 산골이었다면서요. 비포장도로로 군용트럭만 오갔다고 하던데요. 서울 동숭동 대학로를 버리고 교통 불편한 곳으로 옮겨온 이유가 뭡니까.

“극단 식구도 많아지고 소품, 의상 같은 짐이 늘어나면서 대학로 사무실이 너무 복잡해졌어요. 북적북적하는 델 떠나서 외진 곳에서 연극만 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었으면 하는 꿈이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양수리 쪽으로 가려고 땅을 계약했어요. 그런데 ‘시간의 그림자’라는 연극을 하다가 크게 밑져서 약속한 날짜에 중도금을 못 줬어요. 계약 파기를 당했지요. 전체 부지는 1000평가량 됩니다. 1992년에 평당 31만원을 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2배 이상 비싸게 샀더군요.”

극단 미추는 오는 8월27일로 창단 20주년을 맞는다. ‘美醜’라는 극단의 이름은 도올 김용옥이 지어주었다. ‘美’는 羊(양) 자 밑에 大(대) 자가 붙어 있다. 크고 아름다운 양을 놓고 제사를 지낸 데서 ‘美’가 유래했다. 연극의 기원도 제의(祭儀)이다. ‘醜’는 酒(주)를 놓고 무당(鬼)이 춤을 추는 형상이다. 노자(老子)는 큰 아름다움에는 추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미추산방 2층 사무실 입구에는 도올이 쓴 ‘美醜’ 현판이 걸려 있다.

필자가 “도올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안티도 많은 것 같다”고 말하자 손 대표는 “그런데 도올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도 드물어요. 잠시도 허비 않고 뭔가를 하지요”라고 했다.

4강 진출에 가려진 월드컵 개막식



손씨는 2002년 월드컵 개막식과 문화행사 총연출을 맡았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꼬박 1년을 살았다. ‘동방으로부터’(From the East)라는 주제로 환영-소통-어울림-나눔 4개 마당으로 진행된 개막식은 ‘한국 전통예술과 첨단 통신의 조화’(로이터통신)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88올림픽 때도 전야제 연출을 했다.

그는 월드컵 행사를 치르고 나서 꽁지머리(ponytail)를 지금의 단발 스포츠형 머리로 바꿨다. 포니테일 머리를 하는 사람 중에는 예술인이 많다. 개중에는 원형탈모를 감추기 위해 포니테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손씨도 원형탈모다.

“월드컵 개막식 끝내고 그냥 마음의 정리를 하자는 의미로 잘랐습니다. 새로운 기분으로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월드컵 개막식을 총연출할 때는 나름대로 국가 대사를 맡아서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죠. 그간 마당놀이라는 공연을 해왔으니까 월드컵 개막식도 일종의 마당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제작단 팀들이 좋았어요. 모두들 정말 열정을 갖고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한국 축구가 16강에 오르기 쉽지 않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개막식이라도 잘하자는 게 우리 생각이었죠. 그런데 한국팀이 4강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월드컵 개막식은 그 열기에 묻혀서 잊힌 것 같아요.”

▼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도 요란하겠죠.

“저도 기대가 큽니다. 세기의 쇼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 월드컵 때 기사를 읽어보니까 굿, 탈춤, 판소리, 민요에 하이테크를 접목했다는 평이 있던데요.

“세계적인 행사이니만큼 한국이 IT 문화강국이라는 걸 주지시켜달라는 주문이 있었어요. IT와 관련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냈죠. 예산 때문에 아이디어를 욕심껏 실현하기 어려웠죠. 모니터를 통해 제대로 보여주려면 방송국 하나가 있어야 하는데 출연자들이 캠코더 스위치를 작동하면서 했습니다. 조금 부끄러운 일이지요.”

▼ 예술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듯한 인상을 주더군요.

“비교적 그랬던 편이죠. 제가 정부 행사도 여러 번 맡아 했습니다. 이벤트 행사도 했고. 마당놀이, 창극, 음악극, 무용, 하여튼 실험적인 장르를 많이 했죠. 연극을 하게 된 것도 연극이 종합예술이라서 연극을 하면 음악, 문학, 미술, 무용을 가깝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였죠.”

그는 마당놀이라는 새로운 연희 장르를 개척했다. 판소리, 무용, 창극이 어우러진 연희이다. 1981년 MBC 창사 20주년 작품으로 기획됐다. 마당놀이가 초기에 힘을 받은 데는 당시 이진희 사장의 지원이 컸다. 이 사장은 청사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체육관에 들어와 공연을 끝까지 관람했다. 감동이 컸는지 ‘한국적 코미디의 전형’ 마당놀이를 1982년 1월1일 온 가족이 모여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오전 10시에 방영하라고 지시했다. 마당놀이 ‘허생전’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프로그램으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지금까지 맥을 이어온다. 올 6월에는 중국에 수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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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수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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