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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예측 | 타결! 한미 FTA

뿌리까지 변해야 고립무원 면한다

돈 싸움, 분규 지옥, 일류들의 몰락…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뿌리까지 변해야 고립무원 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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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까지 변해야 고립무원 면한다

지난해 도쿄국제전시장에서 선보인 미국 듀폰의 보호장구. 듀폰은 제품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그건 상대국과 미국의 ‘경제체제 통합’이 되는 것이다. 최 교수는 “미국은 상대국과 1대 1 계약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체제를 상대국에 주입하고 있다”며 “FTA 협정을 세계로 확대해 시장만능주의(신자유주의)를 전파하는 것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의 시각에 따르면 세계는 지금 ‘자본주의 표준 경쟁’ 중이다. 자유시장체제를 옹호하는 영미식 자본주의, 시장도 조정이 필요하다는 북유럽식 자본주의, 개인보다는 조직이 발전해야 한다고 믿는 일본식 자본주의가 있다. 어떤 기술이 세계표준이 되면 다른 기술은 사장(死藏)되듯, 각각의 자본주의도 표준 경쟁에서 밀리면 지구를 떠나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한미 FTA 타결은 한국이 미국식 표준에 편승했다는 뜻이 된다. 이 때문에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의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정경(政經)분리를 원칙으로 하는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전통을 이탈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한국은 동아시아를 배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북대 석좌교수(경제학)와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한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고립돼 있기 때문에 미국을 끌어들인 전략은 좋다고 본다”며 “하지만 한국은 미국에 한국 시장뿐 아니라 아시아의 거점을 내준 것이란 점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이를 내준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개성공단을 인정받았다면 남북한 경제공동체가 시작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노무현 정부는 정치인의 일(거시적 전략)과 관료의 일(구체적 협상)을 혼동한 나머지 정작 할 일을 못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효율성 ‘중시’ 형평성 ‘무시’

자, 그렇다면 ‘한국이 미국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경제체제의 통합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예상하려면 우선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의 속성에 미국식이 있고, EU식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효율성을 중시하지만, EU는 형평성을 중시한다. EU는 FTA를 추진할 때 상대국의 경제력이 취약하면 공동기금을 조성해 상대국의 취약한 부분을 지원한다. 체력을 보강하도록 보약을 먹이고 난 뒤 경계를 허무는 협정을 맺어야 서로 이익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최태욱 교수는 “EU는 ‘맞춤형 FTA’를 지향하는데, 이는 형평성을 높여야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자본은 효율성을 중시한다. 이런 나라에선 안정성이나 형평성이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없다. 미국식 구조조정은 효율성의 명분 아래 가차 없이 진행된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경영방식이 지상목표다(미국이 왜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를 주장하게 됐는지 상세하게 설명한 책이 있다. 도미니크 플리옹 파리-노르 대학 경제학 교수가 쓰고 경남대 서익진 교수가 번역한 ‘신자본주의’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이식될 한국에선 기업에 무한한 자유를 주는 쪽으로 사회가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 협상 내내 독소조항으로 지목된 ‘투자자 소송제’는 일개 기업이 정부를 상대로 국제분쟁기구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물론 정부는 공중보건, 환경, 부동산 안정화정책 등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개방은 확대되면 확대됐지 축소할 수는 없다(역진(逆進) 방지시스템 : 거꾸로 가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미국 환경폐기물 업체가 국내에 회사를 설립해 미국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만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막는다는 이유로 제소할지 모른다. 국내 기업은 수도권에 공장을 설립할 수 없지만, 외국 기업은 소송을 통해 가능할지 모른다. 민주적 통제가 약화되고,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상상의 지평을 넓혀보자. 교육과 의료 부문은 개방 대상에서 유보됐지만, 앞서 언급한 역진방지시스템 때문에 조만간 개방의 절차를 밟을 것이다. 거의 모든 부문이 개방됐는데, 이 부문만 자물쇠가 채워져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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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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