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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의 골프생각

좋은 스윙을 원한다면 먼저 책부터 버려라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김영민

좋은 스윙을 원한다면 먼저 책부터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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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이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것은 페이스가 오른쪽으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날아가는 것은 페이스가 왼쪽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샷을 할 때 페이스의 방향을 바로잡아 천천히 휘두르면 금방 고쳐질 것이다.”

얼마나 점잖고 호감이 가는 편집 방침인가. 이처럼 ‘알기 쉬운 어드바이스에 감사드린다’고 말하고픈 마음이 샘솟는 사려 깊고 친절한 기술이 당시 골프 레슨서의 주된 내용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골프 기술서가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아일랜드에서는 골프 기술서가 거의 팔리지 않는다. 벤 호겐의 ‘모던골프’만이 겨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정도다. 수도인 더블린에서 공교롭게도 세 권이 팔려서 골프 기술서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나. 요즘의 분위기로 보면 이런 아일랜드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독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좀처럼 골프 기술서를 읽지 않는 그들은 오히려 이렇게 반문한다.

“골프 기술서를 읽으면 틀림없이 골프 실력이 늘어나는 겁니까? 그럼 100권을 읽으면 프로가 될 수 있겠네요.”

아일랜드에는 라힌치(Lahinch), 발리부니언(Ballybunion), 포트마녹(Portmanorck) 같은 세계 굴지의 어려운 골프 코스가 산재한다. 크리스티 오코너나 해리 브래드쇼 같은 강호들, 전영아마추어챔피언십을 네 차례나 차지한 조 카 같은 명선수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들 중 아무도 레슨서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굳이 장황하게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라힌치를 두세 홀 돌아보면 금방 알게 된다. 테이크백 도중에 클럽헤드가 제방을 푹 찌르는 급사면, 이런 곳에서 볼을 쳐야 할 경우의 대책이 어느 레슨서에 나오겠는가.

발리부니언의 러프는 허리춤을 훨씬 넘게 우거져 있다. 요즘 출판된 레슨서를 뒤적이면 흔히 ‘러프의 경우 왼손 그립을 확실하게 하고 손목으로 풀을 자르듯이 가볍게 스윙을 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적혀 있다. 발리부니언에서 책에 적혀 있는 대로 스윙을 해보라. 스윙 도중에 풀이 되밀려 몸이 오른쪽으로 휙 날아가버리는 것이 이곳의 상식이다. 오히려 아일랜드식 러프에서의 타법은, 양다리를 벌리고 힘껏 버티어 선 다음 도끼를 쥐듯이 클럽을 강하게 잡고 발 밑으로 파고드는 독사의 숨통을 일격에 끊는 기분으로 후려갈겨야 한다. 이런 식으로 10야드씩 앞으로 나아가는 게 골프 경기다.

레슨서를 읽지 않는 아일랜드 골퍼들의 폼은 확실히 멋있지는 않다. 그러나 흡사 조개치레처럼 보여도 샷은 정확하고 어프로치는 착 달라붙으며 경기에 필요 없는 제스처는 전혀 없다. 1979년 전영주니어, 1980년 전영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더블린 출신의 로난 래퍼티도 전통(?)에 따라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멋지다고 말할 수는 없는 스윙폼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유러피언투어에서 군림하고 있는 그는 아일랜드식 골프가 가진 강점의 비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 적이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어릴 때부터 누구나 클럽을 가지고 논다. 그렇지만 어른들은 스윙 이론 따위는 절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웃으며 지켜볼 뿐. 만일 슬라이스로 애를 먹는 아이가 있으면 이렇게 쳐보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다. 골프는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어렵고 헷갈릴 뿐이다. 결국에는 자의식이 몸을 묶어 매끄럽게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우리들은 그 점을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임종 당시 79세였던 프레드 데일리는 평생 두 발을 넓게 벌리고 덤벼들 듯 볼을 치는 타법으로 미국인들을 멍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는 정확하게 볼을 날리는 방향성 우선의 타법을 구사했다. 그의 스윙을 목격한 많은 평론가는 “타법은 보기 싫지만 볼은 1㎜도 어긋나지 않는다. 경기를 이기는 데 미의식은 그저 방해만 될 뿐이라는 사실을 그가 증명해 보였다”고 평했다. 데일리는 이 폼으로 1947년 전영오픈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아일랜드의 국민적 영웅이 됐다. 단 한 번의 레슨도 받지 않았고 단 한 권의 레슨서도 읽지 않은 채. 그는 우승 당시 인터뷰에서 자신의 스윙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후세에 길이 남을 만한 명언을 남겼다.

“골프 스윙은 지문(指紋)과 같습니다. 세계 곳곳을 다 돌아본다고 해도 당신과 똑같이 스윙하는 사람을 찾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자신을 갖고 스윙하세요.”

3.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라

골프라는 운동이 골퍼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한 번 배우고 익힌 것을 너무도 간단히 잊어버린다는 점 때문이다. 골퍼들은 바른 골프 스윙에 대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이론을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익히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 자신의 결점을 교정하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뒤늦게야 어떤 방법도 항구적인 효과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기진맥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무리 성공한 골퍼라 해도 이미 몇 번이나 주의해서 교정받았던 결점과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자신을 만날 수밖에 없다. 골프라는 운동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속성 가운데 하나다. 반면 골프는 우리에게 희망도 준다. 연습장에서 만나는 아마추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들의 스윙조차 제각각이라는 사실이다.

건전한 스윙 혹은 좋은 폼이라 함은, 플레이어가 미스 샷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윙을 단순화한 결과 언제나 일관되게 바른 히팅 포지션에서 클럽이 볼을 때릴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론가들이 스트로크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거나 쓰거나 이야기하는 동안 그들은 때때로 정말로 중요한 한 가지, 즉 볼을 쳐내는 것 자체를 간과하고 만다.

골프 스윙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지 않으면 안 되는 한 조의, 혹은 일련의 동작이다. 그래서 스윙을 하는 동안 단 하나의 움직임이 약간만 변해도 그 밖의 다른 하나 혹은 둘 이상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긴다. 또 골프 클럽을 효과적으로 휘두르는 방법이 한 가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스윙 이론과 폼에 대해 논하는 유일한 이유는, 골퍼가 그 다양한 스윙폼 가운데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폼을 찾도록 돕는 데 있다.

골프 스윙에 관한 이론은 골퍼의 신체적 특성이나 취향을 충분히 배려하는 동안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뛰어난 스윙 이론의 전개에 굳이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에 크게 얽매이지 않을뿐더러 골프 이야기를 하면서도 별로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이는 이러한 골프 이론의 속성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신동아 200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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