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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6

거침없이 마음을 열자, 아버지 자리 찾고 웃음도 찾고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거침없이 마음을 열자, 아버지 자리 찾고 웃음도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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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마음을 열자, 아버지 자리 찾고 웃음도 찾고

이 집 아이들은 부모 연애시절도 시시콜콜 알고 있다. 그 비리도. 초록손이가 원푸리에게 보낸 연애편지 한 구절. ‘나는 당신 바위에 붙은 따개비.’ 지금이 바로 그 자세다.

아버지와 함께 집을 지어본 양손이와 책벌레는 이제 가족의 생계가 달린 오미자밭 만들기에 온 힘을 쏟는다. 그리고 짬짬이 가족이 모두 달라붙어 농구장과 농구대도 만들었다. 더 건강해지고 싶다는 열정이 솟아나면서 거의 쓰레기장이 되다시피 내버려둔 밭 한 귀퉁이를 정리해서 농구장을 일구어낸다. 이 밭은 쓰레기도 쓰레기지만 땅 자체가 흙 반, 돌 반이다. 자갈만 있는 게 아니라 바위도 있어 이를 캐내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구대와 농구공을 마련하는 데 드는 돈은 거의 양손이가 냈다. 그러고도 양손이는 농구장 만드는 데 가족이 힘을 보태준 데 감사하다며 가족들에게 한턱냈다. 어찌 보면 농구장 만드는 일은 부모나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손이가 주인이 되니 같은 일이 이렇게 달라지는 거다.

해야 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로 바뀌는 경험은 아이들만 한 것이 아니다. 이 집 부부도 조금씩 그 맛을 느끼고 있다. 이 집 소득구조는 농사보다는 민박집 수입에 더 많이 의존하는 구조다. 처음에는 불안정한 소득구조를 안정시키고 농산물을 직거래하기 위해 민박집을 시작했다. 집을 지어야 했고, 손님을 맞아야 했다.

“나는 민박집 아줌마!”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 집은 민박집 운영 방식이 좀 독특하다. 규모가 작아 방이 고작 세 칸뿐이고, 시설도 그 일대 다른 집과 견주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계절을 크게 타지 않고 주말이면 손님이 꾸준히 찾아온다.



그 비법이 뭘까. 내가 보기에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가족끼리 소통하는 만큼 세상과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이 집은 잘 보여준다. 이 집이 세상과 소통하는 일차적인 문은 인터넷 홈페이지 ‘풀꽃처럼’(www.pulkkot.com)이다. 양손이네 가족은 여기에다가 각자 글을 올린다. 시골에 자리잡으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과 느낌을 고스란히 홈페이지에 올린다.

손님들은 대부분 직접 오기 전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방문해 이 집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온다. 그러니까 단순히 쉬러 오는 게 아니라 이 집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온다. 막상 만나면 서먹하지 않고 예전에 익힌 알던 사이처럼 온갖 이야기를 다 나누게 된다. ‘풀꽃처럼’의 키워드는 생태, 대안교육, 홈스쿨링, 가족 소통이다. 그러다보니 단순한 민박집을 넘어 삶을 깊이 있게 돌아보고 또 충전해준다.

민박집 아줌마가 자랑스럽다는 초록손이. 처음에는 손님맞이가 낯설고 서투르고, 손님들이 묵고 간 방과 욕실을 쓸고 닦는 일을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란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가 살아도 민박집을 하고 싶단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이제는 하고 싶은 일로 바뀐 거다. 그이는 심지어 내게도 민박집을 해보라고 권한다. 어차피 시골에 살면 손님을 많이 치르는데 그걸 살리면 좋지 않냐는 거다.

이렇게 이야기를 주거니받거니 하다가 아이들이 먼저 잠이 들고 어른들은 좀더 수다를 떨다가 잤다. 그렇게 보통 때보다 늦게 잠이 들었지만 잘 자고 이튿 날은 일찍 깼다. 새벽부터 가랑가랑 비가 온다. 앞산에 안개구름이 산허리를 천천히 감싸며 흐른다. 오늘은 밭에서 일하기는 어렵겠다. 초록손이가 집 가까이에 있는 강선리라는 계곡으로 같이 산책을 가잔다. 이 일대는 정말이지 산과 계곡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민박집이 보인다. 새로이 짓고 있는 집도 제법 눈에 띈다.

강선리 계곡으로 들어서자 물소리가 엄청나다. 길 따라 온갖 풀꽃이 피어 있다. 원푸리가 사진을 찍으면서 이름을 알려준다. 얼레지, 노루귀, 바람꽃…. 이름도 예쁘고 꽃도 예쁘다. 서어나무도 알려준다. 이 나무는 영어 별명이 ‘muscle tree’, 근육나무란다. 줄기가 짙은 잿빛에 보디빌더의 근육 모양이 터질 듯 울퉁불퉁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느껴진다.

계곡을 따라 하염없이 올라가는데도 곳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단다. 겨울이면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철수하는 사람들과 겨우내 계곡을 지키는 사람들로. 이 계곡에서 친분이 있는 사람 집에 들러 차 한잔 얻어 마시자 했지만 주인은 집을 비우고 없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원푸리는 오미자 버팀대를 세울 자재를 사왔고, 비가 잠깐 멈춘 사이 선물로 보낼 오미자 효소를 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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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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