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7

“틀이 한번 탁 깨지면 기회는 빅뱅처럼 확 터지죠”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틀이 한번 탁 깨지면 기회는 빅뱅처럼 확 터지죠”

3/6
‘삶 같은 여행’

“틀이  한번  탁  깨지면 기회는  빅뱅처럼 확  터지죠”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반반 하면서 더 자유로운 삶을 모색하기 위해 부부가 많은 대화를 나눈다.

주인이랑 반갑게 인사하고 집을 둘러본다. 게스트 하우스로 쓰는 별채(27평)가 있고 살림채 겸 도서관으로 쓰는 본채(33평)가 있다. 본채는 무주에서 살던 집과 견줄 수 없이 크고 세련된 집이다. 이곳 별채는 군데군데 굵은 통나무를 써가며 지은 전원주택으로 널찍한 방에는 에어컨과 신식 욕실이 딸려 있다.

잔디가 깔린 마당에는 우리가 사는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나무들이 아름답게 자라고 있다. 청단풍, 비자나무, 동백나무. 주먹만큼 크고 노란 열매가 달린 나무도 있다. 하귤이란다. 제주도는 귤 종류가 많단다. 여름에 많이 먹는 청견이라는 귤도 있다. 우리가 보통 먹는 귤은 씨가 없지만 청견은 씨앗이 있단다. 벙글은 집 안팎을 정리하고 나무를 새로이 옮겨 심는 일을 하며 바쁘게 움직인다.

바스락을 따라 본채로 들어서니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들어선 듯하다. 실내 장식이며 가구들이 세련돼 보인다. 이 집 부부가 예전에 우리 이웃에 살던 사람인가 싶을 정도다. 내가 낯설어하자, 바스락이 쑥스럽게 웃으며 “원래 있는 것들을 그대로 쓰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한다.

이들 부부를 만나기 전에 생각한 키워드는 ‘바람 같은 삶’이었다. 이들은 ‘여행 같은 삶’ 또는 ‘삶 같은 여행’을 꿈꾼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고 싶다지만 현실에서는 걸림이 적지 않다. 이들 부부는 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안고 있는데다가 제주도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집 둘레 정리가 덜 된 상태다. 도서관을 하려면 책 정리도 마저 해야 하고 홈페이지(www.baramdo.com)도 더 새롭게 단장해야 한단다.



바람 같은 삶은 꿈일까, 현실일까. 바람이 되자면 우리가 얼마나 작아져야 하는가. 한없이 작아지는 과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선택이란 말이 자주 나왔다. 바람처럼 살 수 있는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사람이 바람이 될 수 있는 건 바로 선택에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선택은 누가 강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르는 거다. 그렇다면 그 선택이 자유로운 쪽으로 나아가기 위한 또 다른 선택은 뭘까.

바스락이 던진 답은 ‘선택의 빅뱅’이다. 빅뱅(Big bang)이란 원래 ‘우주를 탄생시킨 대폭발’을 뜻하는 물리학 용어다. ‘선택의 빅뱅’은 한 번의 선택으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킨 걸 그렇게 말한 거다. 우리가 일상에서 뭔가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놓치게 된다. 책을 볼까, 아니면 그 시간에 영화를 볼까 하는 선택이라면 두 가지 다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선택의 빅뱅은 다르다.

“자기가 가지고 있던 틀이 한번 탁 깨지면서 갑자기 빅뱅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선택의 폭이 열 개만 보였던 게 갑자기 수백 개로 확 늘어난다고나 할까.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 예전에는 불안하게만 봤던 것들도 불안하지 않고 다시 예측 가능하면서 안정감 있게 다가오더라고요.”

하룻밤에 10만원

돈 문제도 그렇다. 박장 부부는 이제 몸을 움직여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이 부쩍 커졌다.

“돈에 대한 고민은 있지만 돈에 매인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해요. 저는 아직은 젊다고 할 수 있지요. 사기를 친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뭔가를 열심히 하면 먹고는 산다고 보거든요. 저는 이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요. 운전을 하거나 건축현장에서 날품을 팔거나.”

이 집 부부는 결혼하기 전에 각자 나름대로 빅뱅을 경험한다. 벙글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사람관계가 나빠지는 걸 무척 힘들어했다. 직장 밖에서 만났다면 더없이 좋을 사람인데도 좁은 테두리에서 부대끼다 보니 서로 헐뜯고 상처를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몽골 여행을 하면서 빅뱅을 결심한다. 드넓은 초원에서 바람처럼 살아가는 유목민의 모습. 게르라고 하는 유목민 특유의 집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

바스락의 빅뱅은 좀더 극적이다. 정해진 길을 따라 누구보다 잘 달리던 사람. 초등학교를 또래 아이들보다 1년 일찍 들어갔고, 어렵다는 과학고등학교를 2년 만에 마치고 카이스트에 입학. 누가 봐도 훌륭한 과학자가 돼 나라의 큰 일꾼이 될 사람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서서히 이 길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대학원 공부가 끝날 즈음 방황하기 시작한다.

“뭔가 이대로 내가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해버리면 너무나 후회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고민했지요. 졸업을 하느냐 마느냐를. 직장도 이미 서류 면접 다 하고, 합격한 상태였거든요. 졸업하고 가기만 하면 되는데, 가기가 싫은 거예요. 엄청난 혼란이었지요.”

3/6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목록 닫기

“틀이 한번 탁 깨지면 기회는 빅뱅처럼 확 터지죠”

댓글 창 닫기

2023/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