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봉준호의 ‘아파트’·마지막회

손발 묶인 잠룡, 강남 재건축 아파트

상상 가능한 모든 규제가 있는 곳… 강남은 달리고 싶다

  •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손발 묶인 잠룡, 강남 재건축 아파트

3/5
손발 묶인 잠룡, 강남 재건축 아파트

은마아파트.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강남 중층 재건축 대상이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렸다.

“내 인생에 기름을 뺄 필요가 있어. 될수록 작은 공간이 필요해. 그동안 내가 너무 방만하게 산 것 같아서….”

“어이구, 차라리 절로 들어가지?”

침실 1칸, 보조주방 1칸, 낡은 창틀, 곧 떨어질 것 같은 화장실 문짝, 때에 전 변기 하나, 세면대 하나, 싱크대 1개, 4평짜리 모노륨 바닥이 이 아파트의 전부였다. S씨는 영화에서 본 ‘빠삐용 감옥’이 떠올랐다고 한다. 딱 여섯 발자국 불러서면 벽과 마주치는 공간, 다행인 것은 2층집이어서 창밖으로 나무가 보인다는 점이었다.

개포주공 2단지에는 7.5평짜리 소형아파트 460가구가 있다. 4평짜리 방 1칸과 1.4평짜리 주방공간이 있고 화장실 크기는 0.72평, 0.5평짜리 베란다도 붙어 있다. 평수는 박지만 개포주공 2단지에서는 대우받는 아파트다. 일단 총 가구수가 460가구로 2단지 전체 가구수 1400가구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대표 평형이다. 따라서 7.5평짜리 아파트 집주인들의 허락 없이 개포주공 2단지의 재건축은 요원하다.



7.5평 소유자는 당초 기대 용적률 278%로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25평형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2005년 2월, 개포주공 저층 아파트 재건축 용적률을 177%로 한 강남구청 주민공람이 시행되면서 예상평형은 18평형으로 내려앉았다.

“18평 받아가지고는 재건축 안 할 겁니다. 요즘 누가 새 아파트 18평에 살아요? 지금 우리 집은 초소형 평수라 더 이상 낡을 것도 없어요. 보증금 500만원에 38만원 월세 받고 있는데 그 정도면 버틸 만해요. 될 때까지 기다려볼 겁니다.”

개포주공 7.5평이 전 재산이라는 인근 슈퍼마켓 아주머니의 생각이다. 그래도 재건축 덕분에 아파트 가격은 쑥쑥 올랐다. 2000년 1억원을 시작으로 1억4000만, 1억9000만, 2억3000만, 2억7000만, 3억3000만, 3억6000만원으로 해마다 올랐고, 올해도 4억30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연 평균 20%의 상승률이다.

S씨는 녹음이 짙은 개포공원 벤치에 캔 커피를 손에 들고 앉아 씩~웃음짓는다.

“7.5평 아파트가 오르면 얼마나 오르겠어요. 이 아파트 가지고 투자니 재테크니 옥신각신한다는 게 우습잖아요. 그냥 이대로 자연 가까이에서 묻혀 살다가 상황 변하면 떠나는 거죠 뭐. 이곳에 와서 마음이 차분하게 정리됐습니다.”

그가 ‘딱’소리를 내며 커피 캔 뚜껑을 연다. 커피 향과 대모산 청정공기가 어우러지고, 내가 밟고 있는 이 시간의 소박한 행복이 느껴진다. 세상 모든 게 생각하기 나름이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바로 지금’이란 걸 잘 모르는 듯도 하다.

15평 아파트와 종부세

20년 전만 해도 개포주공 고층 단지에는 잘사는 사람들이, 저층단지에는 서민들이 살았다. 지금은 저층단지가 오히려 비싸다. 주거시설은 여전히 열악하다. 난방시설이던 연탄아궁이가 도시가스로 교체되긴 했어도 방 2칸, 화장실 1곳의 낡은 아파트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 작은 평형 아파트 단지에도 불청객은 찾아왔다. 15평 이상 아파트에 종합부동산세가 예고됐다. 자진신고 납부기간은 2007년 12월1일부터 15일까지. 노무현 정부가 주고 가는 마지막 선물이다.

올해 주택공시가격은 작년 대비 평균 40% 이상 올랐다. 15평형 기준으로 총 공시가격은 약 7억원. 덕분에 15, 16, 17, 18평형은 종부세 부과 대상 아파트가 됐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2008년엔 11, 13평형도 종부세를 내야 할 것 같다. 최고 평수인 18평형의 올해 종부세는 1000만원이 넘는다.

공판장, 공중목욕탕, 은행 없는 상가, 거실과 주방에 달린 30와트 백열등, 아파트 관리비 10만원 고지서, 전세금 1억2000만원, 월세 70만원의 서민 아파트에 날아들 종부세 고지서. 낡고낡아 페인트 벗겨지고 뚜껑 다 떨어진 아파트 우편함에 종부세 고지서가 웬말인가.

2005년 8·31 대책으로 인해 종부세 과세는 본격화됐다. 2007년에는 과표적용률이 80%이고 2008년에는 90%, 2009년에는 100%가 된다. 가만히 있어도 몇 년 뒤면 지금보다 많은 보유세를 내게 돼 있다. 종부세 입법 논의가 활발하던 2003, 2004년 기준으로 고가였던 ‘6억원’짜리 집은 이미 서울에서 ‘고가’ 타이틀을 붙이기 민망한 수준이다.

3/5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목록 닫기

손발 묶인 잠룡, 강남 재건축 아파트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