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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

한용외 삼성사회봉사단 사장과의 1박2일 여행

“세상은 놀이터요, 인생은 놀이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한용외 삼성사회봉사단 사장과의 1박2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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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삼성의 미래에 대해 한 사장에게 묻기도 했고, 또 다른 봉사활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보는 삼성의 모습을 전했고, 한 사장과 일했던 한 임원은 옛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모두 유쾌하고 즐거워 보였다.

삼성처럼 큰 조직에선 직원이 사장과 함께 술잔을 기울일 기회가 흔치 않다. 어느 대기업이든 그렇겠지만, 사장은 회사에선 신(神)이다. 가장 꼭대기에 올라 있는 사람이 사장이다. 그가 가장 많은 것을 보고, 가장 멀리 본다. 어쩌다 사장과 함께 술잔을 나누면서 삶을 이야기하다 보면 막혔던 것이 확 뚫리기도 한다. ‘지혜의 말씀’을 간구하는 후배들에게 한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일은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디 잘해야 한다.”

일을 잘하는 것. 특별한 게 없어 보이지만 많은 내용이 녹아 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 일을 ‘단디’ 잘하면 치열한 경쟁을 피하면서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법! 그럼 어떻게?

“나는 조조보다는 유비에 가까운 것 같아요. 조조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라면 나는 덕망으로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할까요. 경쟁에 집착하는 것이 조조라면 나는 경쟁을 피합니다. 경쟁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난 빠져요. 나더러 사장이 되기 위해 경쟁을 했냐고 묻는다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어느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다고 말할 겁니다. 어느 누가 해도 나만큼은 못할 것이란 자신감으로 살았죠.”



그러나 경쟁은 하기 싫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 사장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때, 이미 많은 동기가 삼성을 떠났다. 그들을 밟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다. 이런 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균등(均等)과 평등(平等)은 달라요. 균등은 산술적 평균이지. 1000원을 열 사람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균등이죠. 그런데 열 사람의 사정을 따져가면서 돈을 나눠주면 그건 평등이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사장이 되고, 그 다음 능력 있는 사람은 부사장이 된다면 그건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간 거예요.

그런데 경쟁은 상대편의 약점을 이용해 나의 강점이 부각되도록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 때 벌어집니다. 남을 헐뜯어서 나를 유리하게 하는 거죠. 그러지 말고 스스로 잘하면 되잖아요.”

그러나 자신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직장 전체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나를 밟고 일어서려는 경쟁자가 있게 마련이다. 세상이 진흙탕인데, 어떻게 흙을 묻히지 않는다는 말인가. 꼭대기에 서 있는 한 사장의 경우엔 권모술수를 통해 경쟁에서 이기려는 후배가 많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후배들은 어떻게 다스리는가.

“은연중에 이야기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오해해요. 선의의 경쟁까지 부정하게 되니까. 그러나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거짓말하는 것은 옳지 못해요. 나에게 다른 사람 헐뜯는 말을 하는 후배가 있어요. 그럼 일단 그의 말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사실이 아닌 경우, 본인에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요. 아낄수록 잘못된 것은 지적해주죠. 근데 잘 안 고쳐져(웃음).”

직장생활은 어쩌면 불합리한 것을 참는 것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승진해야 할 사람은 물먹고, 물먹어야 할 사람이 승진하는 경우, 많지 않은가. 그러나 처지가 달라지면 상황을 해석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막상 그 자리에 올라서보면 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합리와 불합리를 판단해야 할까.

“그건 사물을 보는 깊이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경영은 불합리한 부분을 합리적인 부분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에요. 불합리하다고 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개선의 방법을 찾아서 여건을 바꿔주는 것이죠. 불합리한 부분을 참기보다 설득해서 바꿔 나가는 게 좋아요.”

과음한 탓인지 이튿날 아침은 시원한 복국으로 속을 달랬다. 근처 바닷가에서 복을 직접 가져온다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복 맛이 싱싱했다. 한 사장은 멀쩡했다. 술을 가장 많이 마셨을 텐데 끄떡없는 것을 보니 과연 ‘패스포트’가 좋긴 좋은 술 같다. 그러나 술 덕분이겠는가. 건강한 체력 덕분이겠지.

2003년 6월, 처음으로 삼성 사장단 골프대회가 열렸다. 뭐든 악착같이 하는 기질이 있기 때문에 삼성 사장 출신들은 대개 골프 실력이 좋다. 절대 봐주지 않는 ‘살벌한’ 게임의 결과, 74타를 기록한 한 사장이 1등, 자타가 공인하는 골퍼 황영기 당시 삼성증권 사장이 76타로 2등을 기록했다. 대회가 끝난 뒤 황 사장은 그에게 “아이고 형님, 오늘은 좀 참아주시지” 하면서 투정을 부렸다고 한다.

“골프 잘 치는 사람을 보면 자신의 연습량과 체력을 감안해 목표를 설정합니다. 거리 욕심을 내지 않죠. 실수를 적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한마디로 뜬구름 잡으면 실패해요. 잘 치려면 연습도 해야 하고, 남의 충고도 귀담아듣고, 자기 나름대로 연구도 해야 합니다.”

골프 실력? 그건 정확하게 연습량과 비례한다. 모든 운동이 다 그렇다. 한 사장은 1988년 이사로 올라섰을 때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새벽 4시45분에 일어나 5시부터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했다. 정확하게 1시간10분을 연습하고, 8시까지 회사에 출근했다. 3년 동안 매일 공을 쳤으니 1000일을 연습한 셈이다. 이 때문에 골프 배운 지 1년3개월 만에 싱글이 됐다. 대단한 연습벌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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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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