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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8

“빛나는 아이들아, 자뻑과 남뻑의 뿌리를 내려라!”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빛나는 아이들아, 자뻑과 남뻑의 뿌리를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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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아이들아, 자뻑과 남뻑의 뿌리를 내려라!”

논이 좁아 사람 반, 모 반이다. 모를 심으면서도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수다를 떤다.

이야기를 끝내고 나오자, 경미씨 남편이 빵을 구워주었다. 아이들이 잘 먹는다. 밥보다 빵에 더 익숙한 음식 문화가 아닌가 싶다.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는 아내가 진행하는 ‘연애 토론’에 참여했다. 여자 아이들이 로망을 표현하는 데서 한결 구체적이고 솔직하다. 남자 아이들도 관심은 있지만 표현은 서툰 편이다. 그러고는 10시에 모두 잠자리에 들기는 했는데 아이들은 쉬이 잠들지 않았다. 삼삼오오 이불 속에서 수다를 떠느라고 더 늦게 잠들었단다. 전국에서 온 아이들이 오랜만에 만났으니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

아이들이 고맙다

그 다음날은 마지막 모내기. 늦게 잤음에도 8시 전에는 다들 일어났다. 모내기도 한결 속도가 난다. 예정된 논에 모내기를 쉽게 끝냈다. 아이들은 자신들 실력이 늘어난 거에 대해 모두 뿌듯해한다. 또 한번 자뻑을 경험했다. 나로서는 아이들이 모내기하다가 빠진 곳이나 너무 성기게 심은 곳을 메울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우리 식구끼리 한꺼번에 모내기를 다 하자면 허리가 아프다. 그런데 이렇게 빠진 곳을 듬성듬성 때우는 거는 적당한 운동거리다. 새삼 아이들이 고맙고, 이렇게 아이들을 보내준 부모님들도 고맙다.

논에서 올라와, 마지막 주제인 글쓰기. 먼저 왜 글을 쓰는지,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은지를 내가 설명하고 글쓰기를 했다. 아이 둘은 컴퓨터로 쓰고, 나머지는 밥상 두 개에 둘러앉아 공책에다가 연필로 썼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가 참 좋다. 또각또각, 똑똑똑. 숨소리조차 멎은 듯 열심이다. 하소연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 나는 시작이 어려워.”



“나는 쓸 게 너무 많아 무얼 먼저 써야 할지 모르겠어.”

점차 자리가 잡혀가며 속도가 난다. 나 역시 쓸 게 참 많다. 정말 오랜만에 여러 아이와 함께한 2박3일. 일도, 토론도, 사람 사이 관계 맺기도 다 쓸거리다.

글쓰기가 끝나고 발표 시간. 발표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안 해도 좋다니까 채연이는 발표하기가 쑥스럽단다. 또 자신이 발표한 글에 대해 칭찬만 원하는 사람은 칭찬만 하고, 도움말까지 바라는 사람에게는 도움말도 주기로 했다. 그렇게 했더니 대부분 도움말까지 바란다. 아이들은 모두 자기 성장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여기서는 아이들이 쓴 글 중 두 편만 옮겨보겠다. 먼저 민지(15) 글. 민지는 캠프 기간에 말이 별로 없어 조금 마음이 쓰인 아이였는데, 글로는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제목 : 자연과 사는 것

이 세상에는 물건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다. 살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 집에는 잡동사니가 꽤 많다. 말 그대로 쓸모없는 것이다. 세상이 보다 복잡, 다양해지면서 많은 물건이 생겨나고, 그래서 더 낭비를 하게 된다.

탱이 언니 집에 와보니, 잡동사니가 없이 아주 깨끗했다. 물건이 많아 보이지 않아 사는 데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2박3일간 언니 집에 있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책 ‘아무 것도 못 버리는 사람’의 저자가 말한 ‘잡동사니의 냄새’가 나지 않는 듯했고 공기 순환(?)도 잘 되는 거 같았다.

많이 소유하고 배치하는 것이 비록 잠깐 동안의 만족감을 채워주는 것 같지만, 난 이곳에 와서 실질적인 것은 바로 자연의 힘을 빌려, 또는 서로 어우러져 그곳에서 나는 것을 먹고 자연의 소리를 듣고 사는 것이 진짜 사람답게 사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니네가 새삼 부러워졌다. 전기가 끊어지면 살 수 없는 높은 시멘트 건물이, 우리 삶을 더 삭막하고 딱딱하게 만들어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 같다.


아이가 우리 집 살림살이를 이렇게 본 건 우리로서는 너무 뜻밖이다. 새삼 우리 삶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다. 민지 발표가 끝나자, 명지는 민지가 이 다음에 정치가가 되면 좋겠단다.

다음은 동영(13)이가 쓴 캠프 후기 글. 동영이는 여기 온 첫날 저녁부터 몸이 가렵다고 내게 하소연을 했다. 캠프 내내 그러더니 다행히 마지막 날에는 가려움도 없어졌다. 자연 결핍에서 오는 일시적인 장애가 아닐까 싶다. 동영이는 글쓰기 시간에 글을 다 못 써, 나중에 집에서 마무리를 했다. 글이 길어 조금 줄였다.

제목 : 시골촌놈? 도시촌놈!

상상이네 집에 다녀온 지 1년 만에 다시 상상이네 모내기를 하러 갔다. 도시촌놈인 나에게는 시골이 잘 적응되지 않았다. 어렸을 적부터 알레르기 때문에 감기 걸리고, 코가 막혀 밤에 잠 잘 때 입 헤~ 벌리고 자고, 숙면을 못하니 피곤하고…(ㅠ.ㅠ). 맨발로 다니는 시골 아이들이 나로서는 신기해 흉내(?)내보려 맨발로 다녀봤는데, 울퉁불퉁한 시골 땅이 도시의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와는 천지차이다. 거기다 풀독까지 올라 온몸이 근질근질, 수난의 연속이었다. 매캐한 도시 공기, 더러운 환경 속에서 살다, 갑자기 깨끗하고 순한 자연에서 생활하니, 내 몸이 적응을 못해서 말을 안 듣는 거다.

논에서 물자라 수컷이 알을 등에 지고 가는 것도 보고, 듬직한(?) 물장군도 보았다. 갈수록 실력이 늘어 마지막 날에는 1시간도 안되어 논 하나를 다 메워 흐뭇했다. 또 모내기를 하며 자연과 한층 더 가까워지고 동화되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모내기 하는 방법도 꽤 복잡했다. 모를 판처럼 직사각형으로 키운 다음, 뿌리째 뽑아 모춤을 만든다. 그걸 논에다 던져놓고, 하나하나 풀러 조금씩 뜯어가며 모를 논에다 박는다. 이때 사람의 사랑으로 모를 정성스럽게 박아야 모가 잘 자란다고 한다. 나는 아저씨의 말씀을 듣고 정성을 다해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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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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