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서울-평양 대선 드라마’ 3色 전망

‘관리’로 선회한 워싱턴, 자신감 넘치는南, 저울질하는 北

  •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 namsung@korea.ac.kr

‘서울-평양 대선 드라마’ 3色 전망

3/3
물론 다른 한편으로 평양은 범여권 대선주자를 하나하나 초청해 ‘기념촬영’ 기회를 제공하는 조치도 잊지 않고 있다. 이미 손학규, 이해찬, 김혁규, 정동영 등의 대선주자가 북한을 방문했고 한명숙 전 총리도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매개로 해 북한 문제를 트레이드마크로 활용할 태세다. 한 전 총리는 4월말 말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장례식 조문사절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한반도 종단철도(TKR)-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계사업 등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고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을 만나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 목적지

이러한 국내요인과 함께, 현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남북정상회담보다 4자 정상회담에 포커스를 맞추는 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정세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중간선거 패배와 네오콘의 퇴조, 2·13합의 이후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CVID)으로 북한 핵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정책목표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북핵 정책이 핵의 완전한 해체(dismantlement)보다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숫자에 ‘뚜껑을 닫는(put a cap)’, 즉 소량의 핵무기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바꿔 말하면 대(對)북핵정책이 핵을 현 상태에서 관리하는 CVIM(CVI+Management)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북한 핵 문제는 3차원이다. 과거의 핵, 현재의 핵 그리고 미래의 핵이 있다. 조잡한 수준으로 추정되는 이미 제조된 몇 개의 핵, 영변에서 작동되어 플루토늄이 매일 늘어나는 현재의 핵, 그리고 존재여부의 증거가 충분히 포착되지 않은 고농축 우라늄방식(HEU)에 의한 미래의 핵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2·13합의는 현재의 핵을 다루고 있다.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 협의라는 표현이 있지만 북한이 고백하지 않으면 ‘과거의 핵’은 미제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유화태도는 2008년 임기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문제 자체는 관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정치적으로 유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최악의 경우 북한이 핵 포기를 질질 끌며 워싱턴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하더라도 대화와 협력에 의한 ‘플랜A’를 중단하고 제재 위주의 ‘플랜B’로 회귀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점점 거세지고 있는 러시아의 입김이 단적인 상징이다. BDA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국 금융기관들의 신용 훼손을 우려해 자금중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미국과 자금이체 문제를 화끈하게 담판지었다. 냉전시대 미국과 첨예한 대결을 경험한 ‘북극의 곰’이라는 명성에 맞는 소신외교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러시아가 남북정상회담을 중개할 수 있다는 설이 강력하게 부상하는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러시아 주도의 남북정상회담설은 ‘신동아’ 3월호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진단한 바 있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러시아 주도의 정상회담설은 6월 들어 추가 정보가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푸틴 대통령이 오는 8월말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루스키 섬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을 초청해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실무접촉은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되고 있고 청와대가 직접 주관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러시아는 한국에 갚아야 할 채무 14억달러를 활용해 사할린 가스관 사업을 북한과 연계해 추진하고자 한다. 사업의 성사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상회담이 필수적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 언론에서 빈번하게 가능성이 보도되던 사업이 임기 말에 이르러 다시 한번 되살아나는 셈이다.

4개월의 드라마

정상회담은 개헌과는 다른 이슈다. 2주 만에 콘텐츠 부족으로 소멸한 개헌 제안과는 달리, 정상회담은 최소 2개월 이상 국민여론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언론은 정상회담 발표 순간부터 정상회담 이후까지 다양한 사전보도와 기획기사, 실무회담 등 후속조치 보도를 이어 나갈 것이다. 모병제 실시, 단계적 감군 등 다양한 장밋빛 평화공약이 봇물처럼 터지면서 대선정국은 자연스럽게 전쟁과 평화의 구도로 형성될 수 있다. 1차 정상회담의 학습효과로 인해 위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보도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의 파괴력은 적지 않다.

‘서울-평양 대선 드라마’ 3色 전망
남성욱

1959년 서울 출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미주리주립대 박사 (응용경제학)

통일부, 국가안전보장회의, 해양수산부, 농림부 정책자문위원

KBS, CBS 북한문제 객원해설 위원

現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이화여대 대학원 북한학과 강사

논문 : ‘북한의 식량생산, 소비 및 무역에 관한 현황과 전망’


앞서도 말했지만, 북한은 각종 채널을 통해 남한의 대선구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현재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야당 후보들에 대한 분석도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북측 대남라인 관계자들은 평양을 방문하는 남측 인사들을 통해 야당의 유력 후보에 대해 탐문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정확한 예측을 위해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시나리오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은 8·15 기념일을 기점으로 서서히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무드 조성에 나설 것이다. 평화무드의 확산은 아마도 광복절부터 9월 추석을 지나 10월 하순에 이르는 시기가 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월 중순 들어 시베리아에서 찬바람이 불어오고 남한의 대선구도가 윤곽이 잡히면 북한은 선거개입의 유혹 대신 ‘새 정부 길들이기’ 대책 수립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이 4개월 동안 물밑에서 전개될 서울-평양의 대선 드라마는 영화보다 흥미로운 게임이 될 것이다.

신동아 2007년 8월호

3/3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 namsung@korea.ac.kr
목록 닫기

‘서울-평양 대선 드라마’ 3色 전망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