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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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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화성 탐사선 ‘피닉스 마스 랜더’가 화성 표면으로 접근하는 상상도. 2007년 7월 미국 NASA 제공.

이 황폐해진 낙원의 관리를 위탁받은 컬럼비아 대학은 바이오스피어2를 정반대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족적인 생물권을 유지하는 일에 애쓰기보다는 파탄이 난 바로 그 세계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태도를 취했다. 가령 엉망이 된 대기를 이산화탄소 증가로 말미암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규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거주 실험의 결과를 상세히 분석한 바 있다. 산소 농도는 21%에서 14%로 떨어졌고, 이산화탄소 농도와 질소산화물 농도는 급등했다. 뇌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수준이었다. 환경 변화로 나무들이 약해지면서 쓰러졌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나팔꽃 덩굴을 심었더니 엄청나게 자라면서 다른 식물들을 뒤덮었다. 특히 작물들이 피해를 보았다. 척추동물 25종 가운데 19종이 사라졌다. 기온이 예상보다 높아졌고, 대기 수분 함량도 높아지면서 유리가 뿌옇게 변해 햇빛 유입량이 줄어들었다.

열대우림은 어떻게 된 것일까. 열대 우림을 흔히 ‘지구의 허파’로 일컫지 않는가. 그렇다면 바이오스피어2의 열대우림은 산소를 내뿜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허파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일까. 바이오스피어2의 열대우림은 자랄 만큼 자라서 생장이 거의 멈춘 상태였다. 이 때문에 산소 공급이 더 늘어나지 못했다.

‘지구 온난화’, 그 충격적 예언

스탠퍼드 대학의 조 베리 같은 과학자들은 바이오스피어2의 우림을 연구해 지금처럼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 높아갈 때 우림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연구했다. 그들은 경악할 만한 예측을 내놓았다. 현재 추정하는 것처럼 금세기 중반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두 배로 높아진다면 우림이 더 이상 지구의 허파 노릇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내뿜는 쪽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바이오스피어2의 우림 생태계가 있는 공간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재의 2배, 3배로 올리는 실험을 했다. 2배로 올리자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낮아졌고, 3배로 올리자 거의 일정한 상태로 유지됐다.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였다. 기존 상식으로 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의 광합성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생장이 빨라져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소비되고 산소가 더 많이 방출돼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광합성 활동이 호흡 활동보다 더 왕성하게 일어나지만, 그 이상이 되면 광합성이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더는 반응하지 않는 반면 호흡률은 계속 증가해 결국엔 숲이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쪽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2004년 데이비드 챈들러는 ‘와이어드’지에 ‘바이오스피어2의 열 가지 교훈’이라는 재미있는 글을 실었다.

첫째, 너무나 규모가 크고 복잡해서 대규모 실험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생태학이 실험 과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둘째, 생태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산호초를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셋째, 복잡하다는 것이 더 이상 연구의 장애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넷째, 거대한 우주 탐사선에 공기를 넣을 만한 밀폐 구조물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섯째, 미치지 않고 장거리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여섯째, 인간이 좀 덜 먹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일곱째, 폐기물이 재순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덟째, 의외의 생물이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홉째, 밀봉 생태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열째, 의외의 일에 대비하라는 교훈을 일깨워줬다.

누구도 불개미가 번성하고 나팔꽃이 우림을 덮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거나 화성이나 달, 혹은 지구 궤도에 거주지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기억해야 할 것들이다.

챈들러는 지구 온난화에 관한 거대한 실험이 가능하리라는 것을 시사했다. 이미 규모의 한계는 극복했고 자연의 복잡성도 실패를 교훈 삼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존층 파괴나 산성비 등 환경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이 개입하기 때문에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처럼 합의를 보기가 어렵다.

‘화성 식민지’와 ‘거주형 우주선’

지구 온난화 문제도 그렇다.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화창한 날이 이어질 때면 누구도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전세계가 폭염과 물난리 등 지구 온난화의 여파에 실제로 시달리는 와중에도 여전히 “지구 온난화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온난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고, 철새들이 떠날 시기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북극해와 남극대륙의 빙하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녹고, 알프스 산맥의 눈이 녹고, 곤충들이 극성을 부리고, 전국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나라가 생기고, 한반도가 아열대로 바뀌는 것은 그저 ‘자연현상’일 뿐이다. 아마도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바이어스피어2 실험에서 나타나듯, 이제 기후변화 실험도 가능한 수준에 와 있다.

2007년 시설 관리를 넘겨받은 애리조나 대학도 바이오스피어2에서 기후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록 바이오스피어2의 계획자들이 처음 구상한 주된 목표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런 유사한 계획이 계승되고 있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이한음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식물학과 졸업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과학평론가, 전문번역가

저서 및 역서 :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 ‘인간 본성에 대하여’ ‘조상 이야기’ ‘복제양 돌리’ ‘미리 보는 2050년 신세계’ ‘굿바이 프로이트’ ‘해변의 과학자들’ 등


바이오스피어2 계획자들은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꿈도 품고 있었다. 외부와 격리된 채 장기 거주가 가능한 밀폐된 환경, 미치지 않고 2년을 버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 인간은 화성이나 달, 혹은 그보다 먼 행성에서도 거주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아니면 바다 아래에도 인간의 거주지를 만들 수 있다. 혹은 아서 클라크의 과학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에서처럼 장기 항해를 하는 거대한 거주형 우주선도 가능하다.

1997년 시작한 영국의 ‘에덴 계획’은 바이오스피어2의 후속편이라 할 만하다. 버려진 채석장에 돔 구조물을 짓고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을 모두 모아놓는다는 계획이다. 종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닫힌 세계도 미래의 한 모습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신동아 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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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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