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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21세기 중국 문화 5 - 과학교육

‘科敎興國’ 60년… ‘과기인력 4만배 증가’의 상전벽해

  • 홍순도 중국전문작가, 전 문화일보 베이징 특파원 mhhong1@hanmail.net

‘科敎興國’ 60년… ‘과기인력 4만배 증가’의 상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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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최근 중국사회의 과학기술 중시 분위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상급학교 진학을 원하는 고등학생의 경우 과학기술 계통의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비율이 인문계나 예체능계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깝다. 성적이 안 좋은 일부 학생들은 대학의 수준을 낮춰 지원하거나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대도시 학교를 마다하고 지방행도 서슴지 않을 정도다. 베이징 시내 한 고교에 다니는 쑨수광(孫署光) 군은 내년에 대학에 진학할 예정인데 다음과 같이 과학기술학과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솔직히 나는 공부를 그다지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자공학 분야의 학과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과학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 기초를 잘 살리면 공부가 적성에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성적이 안 되면 벽촌의 대학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학부모들 생각 역시 다르지 않아 자녀들이 가능하면 인문계보다는 이공계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이 칭화대학이나 이와 비슷한 수준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내심 목표로 삼기도 한다. 대학입학 적령기의 자녀를 둔 베이징 런민(人民)대학 마샹우(馬相武)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솔직히 나는 인문학 쪽에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고 본다. 정답은 과학기술이다. 이 분야로 자녀가 진로를 정하면 일단 안심이 되고, 진로도 다양하다. 각종 장학금이나 해외유학의 문호도 넓다. 승부가 쉽게 나지 않는 인문학 쪽에서 하나뿐인 자녀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고교 교사들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학생들의 진학 문제를 고민한다. 우수한 인재를 가능하면 과학기술 계열의 학과로 진학하게 유도하는 식이다. 징산(景山)중학, 제4중학, 제80중학 같은 베이징의 명문고등학교 교사들은 더욱 그렇다. 우수학생을 과학기술 계열의 학교에 많이 보낼수록 명문이라는 성가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 교사 쑨훙투(孫宏圖)씨는 다음과 같은 고충을 털어놓는다.



“과학기술 분야 학과가 잘돼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국가의 생각은 올바르다고 판단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1: 2의 비율로 인문계보다 이공계에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인문계 성향 학생까지 과학기술 분야를 지원하도록 은근히 압력을 넣는 학교나 교육당국의 처사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월반(越班)이 ‘차오창(超常)’이라는 이름의 제도로 공식화돼 있는 것 역시 과학교육 중시 풍조와 관련이 깊다.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영재로 인정해 1~2년 월반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들이 중학과 고교시절 각각 1년 과정을 건너뛰어 16세에 상하이 자오퉁대학에 진학했다는 왕(王)모씨의 경험담은 교육당국의 과학기술 중시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믿음을 대변한다.

“우리 아들의 경우 중고등학교 때 전체적인 성적은 최상위권이 아니었다. 그러나 수학과 물리, 화학은 언제나 또래 중 최고였다. 학교에서 자연 월반을 권했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대학에서 적응도 잘하고 최우등 실력을 보이고 있다. 월반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자살하는 학생들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중국의 과학교육에도 어두운 면이 있다. 현실을 언뜻 들여다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된다. 과교흥국이라는 모토가 현실 지상주의적이지 않으냐는 지적이 우선 뼈아프다. 돈만 밝히는 천민자본주의와 다를 게 없다는 항변이 제기되는 것. 베이징대학 철학과 왕웨이(王·#54285;) 교수는 다음과 같이 한탄한다.

“어느 국가에나 과학기술은 중요하고 과학교육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동안 너무 과학기술만 강조하다 보니 인문학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난 경향이 없지 않다. 학생들은 취직도 잘 안될 뿐 아니라 돈벌이와는 무관한 철학과 같은 곳에는 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은 건전한 인문학의 토대 위에서 마련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너무 아쉽다.”

요즘 들어서는 미국의 과학기술계에서도 인문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나름대로 의미 있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으로 공인될 논문이 조만간 30만편을 돌파할 예정이라는 외형과 달리 질적인 부분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평균적으로 국제 수준에 올라왔다고 하기 어려운 현실에 내색하기 곤란한 고민이 있는 것이다. 베이징 유뎬대학의 장웨이(張偉) 교수는 “이를테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잡지에 기고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에 의해 인용되는 중국 과학자 논문은 전체의 1% 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계 인력이 감당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 역시 교육당국이나 각급 학교의 적지 않은 부담이다. 굳이 멀리서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이, 베이징대학이나 칭화대학의 젊은 학자들이나 학생들이 과중한 연구나 공부에 매달리다 매년 꼭 한두 명씩 자살하는 경우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 과학교육의 미래는 밝다. 국가와 각급 학교에서 커리큘럼을 계속 보강해 나가는 것만 해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현재 중국대륙 전체에는 46만여 개의 초등학교와 10만여 개의 중·고등학교, 1400여 개의 대학이 있다. 재학생은 각각 1억2000만명, 1억명, 1200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들은 헌법에 따라 9년간 기본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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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중국전문작가, 전 문화일보 베이징 특파원 mh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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