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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새로운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

“항생제 고통 덜고 암 진행 억제 효과 높아”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새로운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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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겐지 요시다병원장 인터뷰

“일본 정부에서 허가한 면역치료 병원은 우리뿐”


새로운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
▼ 면역치료요법을 언제부터 시작했나.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년 됐다. 그동안 3000명 이상의 암 환자를 진료했다. 특히 2003년 7월부터 2007년 2월까지 324명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다. 일본 정부에서 면역치료를 정식 의료행위로 인정하는 곳은 우리 병원뿐이다. 의료행위로 인정받지 못하면 일본 암학회에서 치료결과를 발표할 수도 없다. 암학회에 치료결과를 보고하는 곳은 우리뿐이다.”

▼ 다른 대형 병원에서도 이 치료법을 시행하고 있나.



“일본 국립암센터, 도쿄여자의대, 게이오의대에서 이 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환자 사례가 많지 않다. 큰 병원들은 새로운 치료법을 실험하려면 최소 3~6개월의 검토기간을 갖는데, 환자들이 그 기간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병원에서 우리의 요법을 시행하고 싶어 하지만 의료시설 완비, 면역세포를 배양하는 연구원 육성 등의 문제가 있어 뜻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말기암 환자들에게 우리 병원을 추천한다.”

▼ 면역요법의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자기 피에서 추출해 배양한 면역세포를 2주마다 한 번씩 총 6회를 맞는 게 한 사이클이다. 암 상태에 따라 사이클 횟수를 거듭하기도 한다. 최악의 말기암 환자가 아닌 보통의 3, 4기 암 환자라면 대부분 2~3회 사이클이면 된다. 그리고 면역세포를 활성화하기 위해 꽃송이버섯에서 추출한 베타-1,3디글루칸(MH-3)을 꾸준히 먹을 것을 권한다.”

▼ 면역주사를 맞는 주기가 2주인 이유는.

“면역세포를 배양하면 1주째부터 세포의 활동력이 강해지다가 2주가 지나면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2주째마다 맞는 게 좋다.”

▼ 고형암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 혈액암에는 어떠한가.

“혈액암에는 백혈병과 악성 림프종이 있는데, 이런 암들은 치료를 할 때 무조건 항암제를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혈액 속의 면역세포가 많이 죽어 있어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추출, 배양하기가 힘들다.”▼ 항생제나 방사선 치료 대신 이 요법을 선택한다는 게 암 환자에겐 대단히 큰 모험 아닌가.

“항암 치료를 받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 시기를 조금 늦추고 이 치료를 해보자는 것이다.”

▼ 1, 2기 암 환자가 항암 치료 대신 이 요법을 택해도 되나.

“본인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이 치료를 받는 것도 좋다고 본다. 물론 가장 먼저 암 제거 수술을 해야 한다. 암 치료를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먼저 적의 기지(암덩어리)를 수술로 박살낸 후에 잔존하는 적군(암세포)과 강력하게 배양된 면역세포들이 백병전을 펼쳐 없애는 것이다.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은 암세포와 백병전을 펼칠 면역세포를 강력하게 많이 육성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일본 암학회는 항암제 치료의 경우 일반적으로 암의 크기가 얼마나 작아졌는지를 보는 ‘축소율’을 효과판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를 4단계로 나눈다. ▲A : 종양이 축소되고 재발이 보이지 않음 ▲B : 종양의 크기와 전이 상태에 변함이 없음 ▲C : 종양이 조금씩 커지고 있지만 진행으로는 보이지 않음 ▲D : 치료와 관계없이 암이 진행하고 있음이다. 이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종양이 줄어들거나 최소한 더 커지지 않는 환자(A+B)가 134명으로 전체의 42%에 육박하는 결과를 보였다. 3기와 4기 암 환자만 따로 떼어 봐도 36%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요시다 병원장은 “의학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암의 진행단계를 불문하고 암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을 45%로 본다. 하지만 3기 이상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면 5년 생존율을 따진다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낮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들의 36%가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았다. 또한 나빠지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30% 이상이 최소 3년 이상 살았다. 특히 췌장암은 생존가능 시한이 평균 6개월인데, 18명의 환자 중 8명이 암 성장이 정체 내지는 축소돼 1년 이상 생존했다”고 강조했다.

물론 암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 것과 암이 완치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다. 따라서 면역요법으로 암이 완치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샘안양병원 암연구소 김태식 소장은 “면역요법이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암 치료 보조요법으로 암의 크기가 더 이상 자라지 않게 억제하는 것은 분명하다. 종양을 없앨 순 없지만 환자가 일반인처럼 생존할 수 있다면 그것도 ‘유효’하다고 본다. 병원에서 6개월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진단받은 사람에겐 별다른 치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마지막 방법으로 면역치료를 권할 만하다”고 했다.

현재 국내의 면역치료 수준은 걸음마 단계다. 몇몇 바이오벤처기업에서 해외 기술을 들여오거나 자체적으로 면역요법을 연구개발 중이다. 골격은 요시다병원의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과 대동소이하다. 단지 배양하는 면역세포가 무엇인지, 배양액과 배양기술의 노하우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물론 이것이 ‘핵심기술’이다.

치료비 ‘1000만원+α’

최근 NK바이오가 림프암 치료제 NKM을, 이노셀이 간암치료제 ‘이뮨셀-엘씨’를, 이노메디시스가 폐암치료제 ‘이노락’을, 크레아젠이 신장암 치료제 ‘크레아박스-알씨씨’를 각각 3상 임상을 조건으로 식약청으로부터 사용 허가를 받았다.

모두 의료행위(면역요법)가 아닌 약(면역세포 치료제)으로 분류돼 있으며, 조건부 허가 상태이므로 해당 암에 대해서만 치료제로 판매할 수 있다. 이들 면역치료제는 현재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적어도 3상 임상이 끝나는 2~3년 안에는 의료보험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제품에 따라 다른데, 한 사이클에 2400만~3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요시다병원의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은 면역주사를 6회 맞는 비용만 126만엔(약 1000만원)가량 들어간다. 여기에 왕복 비행기 값, 숙박비 등의 경비가 추가된다. 국내 면역치료제들보다는 저렴하지만 그래도 고가다. 샘안양병원 암연구소 김태식 소장은 지난 8월 요시다병원과 ‘활성화 자기 림프구·NK세포’를 이용한 자기면역세포 이입요법을 공동연구하기로 협력조인식을 체결했다.

신동아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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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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