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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증산이 세상에 온 까닭은?

“이름 없는 사람, 이름 없는 땅이 기세를 얻으리라”

  • 이상환 경북대 교수·경영학

강증산이 세상에 온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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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증산이 세상에 온 까닭은?

증산도 도전번역위원회가 2002년 6개 국어로 1차 번역 출간한 ‘도전’.

동학 농민전쟁 실패 후 세상 인심이 날로 악화되고 백성들은 고난과 궁핍에 빠져 곳곳마다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증산은 널리 세상을 구할 뜻을 굳히고, 1895년 겨울부터 1901년 초까지 독서와 세상공부를 병행한다. 27세 되던 1897년에는 처남 정남기의 집에 글방을 차려 학동들을 가르치며, 유·불·도교에 관한 서적과 전래의 비결서 등을 두루 읽었다. 그해 가을 그는 “세태와 인정을 체험하러 간다”며 글방을 접고 홀연히 ‘천하유력(天下遊歷)’의 길을 떠났다. 그 기간이 꽉 찬 3년이었다.

大道通하고 천지공사 나서다

증산은 전라·충청도는 물론, 경기·황해·강원·평안·함경·경상 일대를 두루 돌아다녔다. ‘천하유력’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문헌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 충청도 논산 향적산에서 수행에 전념하던 역학자 김일부(金一夫·1826~1898)와의 조우는 익히 알려진 일화. 당시 72세의 역학자 김일부는 20대의 강증산을 만난 순간 그가 누구이고 무엇 때문에 세상에 왔는지를 알아보았고, 두 사람은 바로 수일 동안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천지대세(天地大勢)’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다. ‘도전’에서 증산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김일부가 내 세상이 오는 이치를 밝혔다.”

천상의 최고신인 상제가 인간 세상에 내려오는데 어찌 길 닦음이 없겠는가. 수운 최제우, 전봉준과 김일부가 바로 그런 역할이었다.



“최수운은 내 세상이 올 것을 알렸고, 전명숙(전봉준)은 내 세상의 앞길을 열었느니라.”(도전)

증산이 3년에 걸친 천하유력 끝에 내린 최종 결론은 무엇일까. 그는 “종래의 모든 법술로는 세상을 건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간의 자리에서 모든 일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조화권능을 행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증산은 더욱 열심히 수행에 정진한다.

1901년 6월 초 고향으로 돌아온 증산은 고부의 객망리 시루산에서 14일간, 뒤이어 전주 모악산 대원사에 들어가 21일간 수행에 임했다. 문을 걸어 잠근 수행 끝에 마침내 ‘대도통(大道通)’의 경지에 다다른 그는 하늘과 땅과 인간 세상의 모든 일을 뜻대로 행하는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한다. ‘도전’ 2편 11장은 득도(得道) 당시의 상황을 “천둥과 지진이 크게 일어나고 상서로운 큰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무상의 대도로 천지대신문(天地大神門)을 여시니…”라고 전한다. 1901년 음력 7월7일의 일이다.

증산의 새로운 세상을 세우는 천지공사(天地公事)는 대도통 직후부터 시작된다. 천지공사는 그의 삶의 하이라이트이자, 증산도 신앙의 근간이다. 당시 나이 어린 소녀로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가난한 백성으로부터 조선 최고의 부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증산을 추종했다.

증산도가 말하는 천지공사의 실천 광경은 이적(異蹟)에 가깝다. 1901년 겨울 객망리 본가에서 첫 천지공사를 행할 때의 이야기다.

“한겨울인데도 부엌에 불을 때지 않으며, 홑옷을 입고 식음을 전폐한 채 9일 동안 천지공사에 전념했다. 주변 분위기도 무척 엄숙했다. 벼 말리는 뜰에 새가 내려앉지 않고, 집안 식구들도 방문 가까이 가기를 두려워하고 이웃 사람들은 문 앞을 지나가기조차 어려워했다.”(도전)

거듭되는 이적(異蹟)

득도 이전에도 이미 수많은 이적을 행해왔으나 이때부터 증산은 천지 질서와 인간 역사 전개의 틀을 다시 짜는 천지공사의 주재자로서 활동한다. 천지공사(天地公事)란 최고신인 상제의 권능으로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쳐 온 세상 사람을 구원해 ‘지상선경, 현실선경’으로 인도하기 위한 종교의식이자, 구체적인 세상 바꾸기 프로그램이다.

천지공사의 내용은 ‘도전’에 상세히 수록돼 있다. 도전은 20세기 초엽 증산을 따르던 종도들, 그리고 그 가족과 후손들의 생생한 육성 증언을 근거로 해 기록됐다. ‘민족종교의 경전을 넘어 인류 문화사 차원에서도 새롭게 해석돼야 할 도서(道書)’라는 게 증산도의 주장이다.

‘도전’의 기록과 관련, 김구의 ‘백범일지’에 수록된 일화가 자못 흥미롭다. 이 책에서 ‘우리 집과 내 어릴 적’ 부분을 살펴보면, 김구가 과거시험에 회의를 품고 동학에 입문하려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에 증산의 이적을 암시하는 내용이 보인다.

“그러할(동학에 입문하려 할) 즈음에 사방요언괴설(四方謠言怪說·사방의 뜬소문과 이상한 말)이 분(紛·어지러움)한데, 어디서는 이인(異人·이상한 사람)이 나서 바다에 떠다니는 화륜선(火輪船)을 못 가게 딱 붙여놓고 세금을 내야 놓아 보낸다….”

증산도 군산 바닷가에서 이와 비슷한 이적을 행한 적이 있다고 한다. 비록 시기적으로 맞지 않아 고증이 필요하지만 이런 이적들이 오랜 세월을 두고 각색돼 황해도 해주 땅에 살던 청년 김구의 귀에까지 흘러들어간 것일 수도 있다. 도전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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