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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 이병석 의원 동행 취재

“의원님, 잔돈은 팁이에요!”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택시 기사’ 이병석 의원 동행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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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하소연

‘택시 기사’ 이병석 의원 동행 취재

12시간의 고된 택시운전을 마친 이 의원은 사납금 5만9000원을 채우고 1만3000원을 벌었다.

학생들을 내려주고 오전 8시30분이 가까워오자 시장기가 밀려왔다. 이 의원의 택시가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추자 비서관이 차에서 내려 재빨리 뛰어갔다.

“의원님, 뒷차에서 배고프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마지못해 차를 돌려 송도해수욕장에 위치한 기사식당 ‘옥산옥’에 멈춰섰다. 뒤따라 차를 세운 일행이 내리자 그는 “한창 손님이 잘 드는 때에 배 고프다고 하냐, 돈 벌기 바쁜데 무슨 밥을 먹자는 거냐”며 면박을 줬다. 동태찌개와 순두부찌개로 식사를 마치자 이 의원이 “오늘은 비싼 거(4000원짜리) 먹었으니까 내 밥값은 내가 내고 나머지는 각자 내라”며 식당 밖으로 나갔다. 민망해진 비서관이 “평소에는 단골식당에서 2800원짜리 식사를 하신다”고 귀띔했다.

식당 앞에서 만난 택시 기사 대여섯이 커피를 들고 이 의원을 둘러쌌다. 한 개인택시 기사가 “하루 3만원도 못 번다. 그런데 건강보험은 개인택시 기사 일당을 7만4000원으로 책정해서 보험료를 매긴다. 이번에 정부가 감세정책(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07 세제개편안’에서 종합소득세 과표 구간을 조정한 것)을 내놨는데, 1년 내내 2000만원도 못 버는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얘기다. 연봉을 3000만~4000만원씩 받는 사람들도 임금 올려달라며 파업하는데 우리는 파업도 못 한다”고 불평을 쏟아놓았다.



옆에 있던 기사도 “택시가 왜 고급 교통수단이냐. 하루 10시간 넘게 일해서 2만원, 3만원 벌어봤자 밥값하고 자판기 커피 값 버는 거”라며 열을 냈다. 이 의원은 “지난 10년간 택시업계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어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됐다.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법인택시 부가가치세 50% 환급제도(조세특례제한법에 근거해 2008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음) 연장도 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사식당 앞에서 “밥 먹느라 시간 허비했다. 빨리 돈 벌러 가야 한다”고 서두르던 이 의원의 발길을 70대 노인이 붙잡았다. 그는 “지자체에서 6·25 참전용사에게 주는 명예수당이 매월 6만원 나온다. 처음엔 10만원을 주자고 했는데 통과되지 않았다. 전국에 참전용사가 얼마인데 그러냐. 수당 안 올려줘서 우리가 이명박 안 찍어주면 절대 대통령 못 된다”고 흥분했다. 현재 정부는 6·25 참전용사에게 명예수당으로 매월 7만원을 지급한다. 이외에 지자체별로 조례안을 만들어 수당을 지급하는데, 지자체마다 액수가 다르다.

“국회의원 이병석 닮았네”

노인과 헤어져 10시9분, 법원·검찰청에 도착했다. 이곳을 드나드는 손님을 태울 생각으로 달려왔지만 이미 먼저 온 빈 택시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 의원은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철도역, 공항에 가면 손님이 좀 있다. 법원도 손님이 제법 있는 곳인데 오늘은 어째 사람이 안 보인다”며 별수없이 차를 돌렸다.

택시 기사 노릇 초기에는 ‘노하우’가 없어 종일 빈 차로 손님을 찾아다녔다. 대로로 다니기만 하면 손님이 있을 줄 알았던 이 의원이 노하우를 터득하게 된 건 서너 번 기사 경험을 해보고 난 뒤였다.

“터미널이나 공항에 가면 빈 택시가 줄을 서 있는데, 처음엔 저래 갖고 어떻게 돈을 버나 의아했죠. 그런데 한여름 땡볕 아래 누가 움직이려 하겠어요. 그럴 땐 기름 쓰고 돌아다녀봐야 헛일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죠. 손님이 많은 곳에서 시동 끄고 기다리면 기름 값도 절약되고 손님을 태울 확률도 높으니까 경험 많은 기사들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기억에 남는 손님도 여럿 있다. 남구 상대시장에서 작은 순두부가게를 하는 할머니가 그중 하나다. 할머니는 이 의원에게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어려워서 식당 문을 닫을 판이다. 하지만 경기가 어렵다고 사람 입맛이 변하나. 어려울수록 입맛은 더 까다로워지는 법”이라고 했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가격을 올리거나 음식 재료비를 줄여야 하지만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고, 재료비를 줄이면 손님들이 바뀐 음식 맛을 귀신같이 알고 떨어져 나간다는 푸념이었다.

그에게 ‘팁’을 준 손님도 잊히지 않는다. 2년 전 한약방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중년여성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횡단보도를 피해 차를 세우자 중년여성은 “몸도 불편한데 사람을 걷게 한다”며 차에 타자마자 짜증을 냈다. 그녀는 택시 기사 자격증에 붙은 사진을 보고 “국회의원 이병석 하고 닮았네” 하고 혼잣말을 하다 실제로 이 의원임을 알아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남편이 무뚝뚝하고 거친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이 의원은 얼결에 부부 문제 카운슬러가 돼 상담을 해주게 됐고, 얘기가 길어지자 목적지를 지나 한 바퀴 더 돈 다음 손님을 내려줬다. 기분이 좋아진 중년여성은 1만원을 주면서 “잔돈은 팁”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택시를 몬 이래 처음으로 5000원이 좀 넘는 돈을 팁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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